[이부웅교수의 全州맛鄕] 1. 전주 전통음식의 특성
[이부웅교수의 全州맛鄕] 1. 전주 전통음식의 특성
  • 이부웅
  • 승인 2013.08.1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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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음식의 우수성 재발견

 전주를 일컬어 ‘맛과 멋의 고장’이라고 부른다. 한(韓)문화의 거점도시인 전주의 전통음식 우수성을 새롭게 재조명해 미래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성장동력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본보는 전북대학교를 비롯해 일본, 이탈리아, 스위스, 독일 등 국내외 대학 및 연구소에서 농식품과 관련해 평생을 연구하고 후학을 양성해온 후 정년퇴임 한 이부웅 전 교수로부터 ‘이부웅교수의 全州맛鄕 찬가-전주음식의 우수성 재발견’이란 주제로 10여 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1. 전주 전통음식의 특성

전주(全州)를 중심으로 한 호남권은 예부터 풍류를 즐기는 부유한 토반들이 대대로 살면서 생활의 여유와 음식에 대한 정성과 사랑, 예술의 고향 자긍심 때문에 타도에서 볼 수 없는 맛깔스런 음식을 전 하고 있어, 어느 도(道)보다도 음식이 사치스럽고 가지 수가 많기로 유명하다.

과학적이며 영양식이자 건강식이며, 영양보충의 방법이 다양하며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고유한 음식과 그 음식의 빛나는 음식문화로 우리의 오랜 역사를 통해 자긍심을 가지고 대대로 이어 온 맛, 전통음식 맛의 고장, 전주향(全州鄕)이다. 전통음식에서 전북인의 기상과 기품이 잘 나타나 있다.

전통음식 속에는 단지 맛과 멋 그리고 영양과 건강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독특하고 탁월한 역사 문화적 배경이나 철학적 이유가 있을 뿐만 아니라 과학적 타당성이나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 문화유산이기 때문에 잘 보전하여 후대에 물려 주고 세계화를 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중요성과 더불어 우리의 전통음식은 그 과학성 때문에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경제적 문화유산이기도 함을 알아야 한다.

이제 우리의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역사성 과학성 자긍심 등을 정립함으로써 신세대와 후대들에 물려줄 자료집을 만들어 세계화에 대비하여야 한다. 더욱이 전라북도는 국가적으로는 식품클러스터로 지정된 상태이며, 전주는 유엔(UN)의 산하기관인 유네스코(UNESCO)에서 ‘음식문화 창의도시’로 지정되었음에 발 맞추어 백년대계를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기본적으로 전주의 맛은 ‘찬란한 국물문화(soup culture)’를 강조하여야 한다.

우리의 음식에서는 다른 민족과 달리 유난히도 국물에 대하여 집착해 있기도 하고 무조건 오래 끓이면 영양가가 상승하는 것으로 맹신(푹 끓여서 또는 푹 고아서)하기까지도 한다.

국물의 제조는 식품생화학적으로 대단히 중요하다.

우선 끓이는 식품에 따라 시간에 따라 최적정 시간이 있기는 하지만 충분히 끓임에 따라 맛과 향이 있는 저분자 물질이 용출되어 나와 풍미(맛과 향)을 증가시키고 원료의 조직을 연하게 하여 맛을 증가시키기도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소화 흡수 속도와 소화이용률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각종 탕, 면, 밥 등의 맛을 국물의 맛으로 좌우하는 데 다양한 원료와 다양한 원료의 조합으로 만드는 다양한 비법들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 우리의 국물문화가 세계화된 것은 사골(牛四足骨) 소꼬리뼈의 delicious soup(맛있는 스프) 효과로써 육식문화의 종주국에서도 모르고 있다가 교민들에 의해 알려져 이제는 보편화되어 가고 있는 추세이다. 미국이나 유럽에 가서 교포를 안 만나 봐도 슈퍼에 가서 소꼬리뼈나 소갈비가 있나 없나를 보면 한국인들이 근처에 있나 없나를 알고 가격을 보면 근처에 한국사람이 많다 적다를 대강 짐작할 수 있다.

원래 유럽에서는 갈비를 먹지 않아 단지 내 정육점에서 도체를 해체 분리해서 갈비는 쓰레기통에 버렸다. 60년대에 어려운 시기에 한국경제 부흥에 중요한 견인차 역할을 한 독일에 광부 간호사로 가신 호남 동포들이 모여 있는 지역에 한국에서 처음 온 새로운 사람이 있으면 환영해주는 파티를 해 주는데 한국에서는 먹어 보지도 못했던 갈비로 하는데 갈비를 근처 쓰레기통에 가서 가져 오는 사람은 신입 통과의례 신고식으로 새로 온 사람이 쓰레기통을 뒤져서 가져 와야만 했다.

아파트 쓰레기통에서 갈비를 찾다가 쓰레기 세례를 받기가 일쑤였다. 그 갈비를 도끼로 패서 탕 찜이나 구이를 해 먹으며 향수를 달랬던 것이 서서히 현지인들에게 알려져 지금은 갈비가 한국인들의 고급 전통 기호식인 것으로 잘 이해되고 있다. 또는 마트에서 고기 진열대 한구석에 개밥 용으로 진열해 놓은 갈비나 뼈들이 개도 안 기르는 한국인들이 내 놓기만 하면 계속 사가는 것을 보고 오해했다가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뼈로 만든 국물이야말로 한국인이 세계인의 입맛을 선도한 한류의 가장 큰 효과 중의 하나다. 전주의 음식장인들이 국물을 뼈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살코기는 물론 멸치, 다시마, 건어물, 야채, 과일, 각종 향신료를 조합하여 이용하며 타도에서는 따라올 수 없는 무궁무진한 맛을 창조하는 그 열정과 노력과 노하우(know-how)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 국물로 각종 탕을 줄 때에 나오는 밑반찬이 탕과의 조화를 이루고 있고 어느 지역에서도 따라오지 못하는 조리 방법으로 손님상에 내놓는데 아무리 저가의 변두리 식당이라도 뚝배기 하나에 일일이 담아서 새로이 갖은 양념을 하여 펄펄 끓는 상태로 서빙(serving)을 하는 것은 순박하고 훈훈한 인심으로 손님에게 혼을 다하여 최선의 맛과 봉사와 정을 주는 것이다. 이것이 전주음식의 기본 정신이며 커다른 특징이며 타지역 어디에서도, 어떤 나라에서도 없는 그야말로 착하고 아름다운 식사인 것이다.

이런 자긍심은 최선의 서비스가 있기 때문에 특별히 고객의 마음을 사려는 과장하지 않음을 유념해야 한다. 전주의 진정하고 고귀한 전통음식가치는 음식별로 소개해 나가고자 한다.

◆ 필자 이부웅 전 교수는 건국대 축산대학 낙농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프랑스 Nancy-1대학교에서 공학박사 및 국가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부를 마친 이 전 교수는 일본 신주대(信洲大) 응용면역학 초빙교수를 시작으로 이탈리아(Italy Universita di Roma) 천연물연구소 초빙교수, 스위스 연방낙농연구소 초빙교수, 독일(Technische Universtat Munichen대학교) 의과대학 초빙교수 등을 거쳐 전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 동물자원과학과 교수로 정년퇴임 했다. 그리고 현재는 전북 진안에서 식품제조업체인 ㈜한불후치피아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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