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 2.협력적 소비
[공유경제] 2.협력적 소비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3.08.18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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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국내 공유경제 모델...협력적 소비 단계

국내 ‘공유경제’ 모델들은 이제 막 걸음마 단계에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일찌감치 출발한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들에는 시가총액 1조원이 넘어서는 글로벌 기업까지 등장하고 있지만, 국내 상황은 협력적 소비단계에 그치고 있는 수준인 것. 이는 경제적인 부분보다는 사회적 가치를 앞세운 단체와 기업들이 공유경제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인데, 가까운 시일 내에 수익을 올리는 기업이 등장하지 않을 경우에는 반짝 유행으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경기침체와 환경문제, 일자리위기 등의 사회적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개념이 바로 ‘공유경제’라는 점에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국내 ‘공유경제’ 모델을 통해 협력적 소비단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모델을 구축할 수는 없는지 고민해본다. <편집자주> 

▲유일의 모델 - 국민도서관 책꽂이(bookoob.co.kr)

보관하기 힘든 책을 한데 모아 공유하는 ‘국민도서관 책꽂이(대표 장웅)’가 인기다.

‘국민도서관 책꽂이’는 쉽게 말해 책을 대여해주는 서비스. 개인의 서재에 꽂혀 있던 책을 자기 집이 아닌 제3의 공간인 국민도서관 책꽂이에 보관(키핑), 그렇게 모인 책들을 웹에 공개하고, 회원이면 누구나 택배를 통해 전국 어디서든 대여해볼 수 있는 방식이다.

지난 2011년 베타서비스를 시작한 이래로 현재 4,300여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2만1,000여 권의 장서를 유치해 웬만한 구립도서관 수준으로 올라선 상태. 시험서비스가 끝나는 올 가을에는 정규 서비스를 열고 월 3,000원 안팎의 정액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국민도서관 책꽂이’의 출발은 철저하게 책을 사서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출발했다. 점점 늘어나는 책으로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지 않는 한 보관이 어렵게 된 개인의 문제. 또 품절과 절판으로 인해 원하는 책을 찾을 수 없어 고민하는 개인과 업계의 문제 등을 통합적으로 해결하고자 한 가치가 우선된 것.

모두가 힘을 모아 충분한 자산을 모으고 나니, 누군가의 집에 켜켜이 먼지만 쌓여가던 책이 애타게 찾던 누군가의 손에 닿아 재화의 가치는 커졌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도서관을 짓지 않아도, 산골짜기에 살고 있어도 시간과 공간의 한계가 없는 도서관을 갖게 되면서 사회적 가치도 확장되고 있다.

장웅 대표는 “각자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각자의 책들을 한 공간에 모아놓으니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것 같다”면서 “안정된 플랫폼과 신뢰를 담보해주는 관리자가 있어 감정적 불편함 없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간의 공유 - 서울시 청년일자리 허브(youthhub.kr)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위치한 ‘청년일자리 허브’.

이곳은 일자리를 찾아주는 곳이 아니라 사회에 설자리가 없고, 포지션을 찾지 못하고 있는 청년들이 삶의 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돕고 응원해주는 일을 맡고 있는 곳이다. 지금 당장 일자리 몇 백개를 창출하겠다는 실적 위주의 사업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거리를 만들거나 찾는 청년들의 비빌 언덕(?)인 셈.

청년들이 지닌 무한한 상상력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단발성의 사업비 지원보다는 우선 만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곳에는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청년기업가와 청년활동가, 일반시민 등 하루 평균 100~200명씩 꾸준히 방문해 공간을 이용하고 있다고. 개관한 지 1년이 채 되지도 않았는데, 문지방이 닳도록 청년들이 자꾸만 모이고, 또 모이는 이유에 대해 궁금해하는 지자체들의 방문도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

청년허브는 청년단체들이 서로의 일과 활동을 공유하며 협력할 수 있도록 사무공간도 지원해주고 있다. 일명 ‘미닫이 사무실’로, 현재 Ready&Start, 에코서당, 수산업, CC KOREA, 텀블벅 등 10개 팀이 입주해 있다. 이 공간을 찾는 청년들은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일거리가 될 수 있는지 테스트를 해보면서 성장하고 있다.

이 밖에 3인 이상의 소규모 커뮤니티 활동들이 지속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청년참’, 청년들과 공익적인 일을 하는 사업장을 연결하는 ‘청년혁신활동’, 각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이론과 경험, 활동을 횡단하는 프로젝트형 ‘청년학교’ 등 청년들의 새로운 일거리를 찾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돌리고 있다. 이와 같은 청년들의 ‘일 경험’이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하고, 장기적으로는 청년들의 실업문제를 해소하는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지식의 공유 - ○○은 대학 청년네트워크(oouniv.org)

‘○○은 대학(땡땡은 대학)’은 ‘마포는 대학’, ‘구로는 예술대학’ 같은 식으로 각 지역에 뿌리를 둔 대학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현재 서울과 인천 등 6개 지역에 구축돼 있다.

장터와 놀이방, 복덕방, 텃밭, 극장 등 마을에 있는 다양한 공간과 자원을 활용해 누구나 가르치고 어디서든 배우는 마을배움터를 가꾸는 일이 목표다. 앞세대와 뒷세대가 만나 배움과 가르침을 연결하고, 기성세대의 지혜를 배워가면서 마을에 놀거리와 일거리를 만들어내는 청년그룹으로 이뤄져 있는데, 사실 너무 다양한 분야에 걸쳐있다 보니 한 마디로 정의가 어려운 집단이기도 하다.

물론, 핵심은 평범한 주민의 숨은 자질을 발굴해 지역의 공유자원으로 살려내는 일을 하는 것. 예를 들어 스포츠댄스에 뛰어난(?) 재능이 있었던 장어집 사장님의 룸바교실, 아파트 내 후미진 공간에 벽화를 그리면서 활성화된 주민커뮤니티, 상권의 이전으로 공동화 현상이 일어난 대형 쇼핑몰의 재생방안을 고민하다 도심속 문화축제 투나잇을 개최하는 등의 방식이다.

마을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것들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살리는 일. 마을의 문제를 창의로 푸는 커뮤니티 문화공작소인 셈이다. 이 곳에서 일하는 청년기획자들은 지역의 숨은 가치를 찾아내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에서 ‘술래’로 불리고 있다.

박동광 술래는 “누군가에게는 쓸데없는 짓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하지만, 건강한 심부름꾼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술래들이 빠져나간 다음 활성화되는 공간을 보면, 이 같은 조그마한 변화들이 마을을 변화시키는데 큰 힘이 됨을 경험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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