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을 부르는 그림, 권영술
명상을 부르는 그림, 권영술
  • 김상기
  • 승인 2013.08.0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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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술 화백의 유작 156점을 소장하고 있는 우진문화재단은 2004년과 2009년 두차례에 걸쳐 권영술 화백의 작품을 일반에 공개하는 전시를 개최한바 있다.

이번 전시는 미발표작 110여점 중 보관상태가 양호하고 완성도가 높은 작품 40여점을 선별해 진행한다. 모두 1940-90년대 그려진 작품들로, 그간 두 번의 유작 공개에서 제외된 정물화가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인다.

권영술 화백은 블루 계열 색상을 즐겨 사용했다. 파란하늘과 푸른 산, 짙푸른 숲이 화면에 가득하다. 대상을 세밀하게 묘사하기 보다는 함축해 표현한다. 마치 한지를 뚝 떼어 갖다 붙인 듯 덩어리감이 두드러진다.

사물의 경계간 색의 침투가 자연스럽고 원색보다는 중간색을 사용해 안정감 있고 편안하다. 그림의 소재는 문만 열고 나가면 만나는 자연과 일상이었다. 블루톤으로 담백하게 묘사했지만 권화백의 작품이 따뜻하고 정겹게 느껴지는 것은 둥근 산, 둥근 집, 포근한 인정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의 작품에서 거칠고 모난 시기를 지혜롭게 이겨낸 삶의 여유, 담담함과 아늑함을 느낀다.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권영술 화백의 정물화에서는 아이보리와 분홍, 노랑 등 풍경화에서 볼 수 없었던 여러 색상을 만날 수 있다. 권 화백이 다양한 색상을 실험했음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특히 아쿠아블루를 연상시키는 파란 바탕에 사랑스러운 핑크빛으로 표현한 장미는 균형 잡힌 구도와 절묘한 대비로 감탄을 자아낸다. 가지째 화폭에 등장하는 주홍색 감과 늙은 호박은 권화백이 즐겨 그렸던 농촌풍경에서 옮겨 온 듯한 생기와 질감이 있다.

자본과 속도로 대변되는 2000년대에 만나는 권 화백의 작품은 정지된 시간 속에서 우리 삶의 본질을 생각하고 명상하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오늘의 관객에게 너무 서둘지 말라고, 찬찬히 타이르는 그림이다.

권영술 화백은 일본 동경미술학교 출신으로 미술교사로 재직하며 창작활동을 했다. 일지회, 신상미술회 등 1940-50년대 전북지역 미술 동인의 창립에 앞장섰고 김현철 김용봉 등 우리지역 대표작가들과 예술적 교류를 가졌다. 전라북도 미술대전 심사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다 1997년 작고했다.

우진문화재단은 우리지역 서양화단의 1세대 작가로 표현양식에 있어 독자성을 갖고 있는 권영술 화백의 작품이 소실되는 것을 우려해 유작 일체를 구입, 소장하고 있다. 이 작품들은 전북지역 미술사연구에 귀중한 사료가 될 것이다.

 

김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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