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관여
타인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관여
  • 조미애
  • 승인 2013.08.01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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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에나멜가죽구두 한 켤레가 표지에 그려져 있던 머라이어 하우스덴의 『한나의 선물』을 생각한다. 딸아이가 세 번째 생일을 한 달 앞두고 암 진단을 받았을 때 다른 사람들을 위해 옳은 일을 하느라 여념이 없어 나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조차 잊고 살았다는 그녀의 회한은 짧은 생을 암과 싸우면서도 두려움 없이 죽음과 마주하던 어린 딸의 곁을 지키면서 엄청난 고통과 슬픔을 통해 ‘삶을 평가하는 진정한 기준은 얼마나 오래 살았나가 아니라 얼마나 충만하게 살았는가!’ 이었다.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엄마에게 선물한 한나의 이야기는 살아 있는 우리 모두에게 가족의 소중함과 주어진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

사람에게는 사회적 지위가 높고 권한이 커질수록 자기중심적 사고가 강화되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자기중심적 사고’ 는 무조건 자기 자신에게 유리하게 평가하는 사고방식으로 인한 인지적 오류다. 오늘날에는 SNS 사용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자기중심적인 사고에 빠지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하는데 SNS가 훌륭한 소통수단이지만 이념이나 이슈와 관련해서는 사람들 사이의 연결수단으로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개인의 의견을 표출하고 알릴 수 있는 기회는 늘어났지만 오히려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만 자주 소통하면서 이슈나 이념에 있어 고립될 수 있는 개연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자신과 비슷한 성향과 의견을 지닌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 나의 의견이 지지받게 되어 마음이 편해진다. 그래서 자신과 같은 의견은 이성적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의견을 말하는 사람은 감정적이라고 여기는 심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자기중심적 사고는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장점도 있겠으나 남들보다 자신을 더 긍정적이고 유리한 관점에서 평가하기 때문에 편향적인 사고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더구나 자기중심적 사고에 빠진 사람들은 자신의 결정을 합리화하는 방법을 외부로부터 찾는 경향이 있다. 일찍이 공자께서는 ‘악알이위직자惡?以爲直者’라 하여 타인의 실수를 비방하고 비밀을 폭로하는 것이 마치 대단히 올곧고 정직한 행동인양 자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타인의 결점을 들추는 것이 정직이 아니요 스스로가 인생의 바른 길을 잘 알고 있으며 그것을 꾸밈없이 실천하여 자신에게 당당한 것이 바로 정직이요 자신이 맡은 자리에서 직분에 충실한 것이 가장 우선이라고 말씀하셨다.

사람들은 자신을 되돌아보고 끊임없이 성찰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의 일에 지나치게 관심을 표명하고 관여하고 있다. 타인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관여는 결국 자신의 소임을 소홀히 하는 것과 같다. SNS의 발달로 인간상호 관계는 더욱 수평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부정적 요인들이 스마트폰 등을 통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지나쳐 상하 구별이 없어진 가운데 자신의 사고 안에 스스로 갇혀 있거나 의사소통이 동질성 집단을 만드는데 그친다면 우리 사회의 이념적 양극화는 오히려 심화되고 말 것이다.

한 집안 가족끼리도 스마트폰으로 대화하는 시대다. 부모와 자녀가 거실에서 만나자고 카톡으로 연락한다고 한다. 전파만이 존재하는 공간에서는 따뜻한 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가족들이 모여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벌써부터 그립다. 가족은 불공평한 현실 앞에서도 기꺼이 내 편에 되어주고 하찮은 일에도 함께 기뻐해 주는 사람들이다. 가정은 멀리 있어도 안도감을 주기 때문에 언제나 돌아갈 수 있는 공간이다. 너무 늦기 전에 더불어 함께할 시간을 만들고 그리운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눈빛을 교환하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늘려야한다. 내게 주어진 직분에 충실하면서 타인에 대한 지나친 관심을 끊고 우리가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서 작고 하찮아 보이는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미애<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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