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판에서 본 안철수
바둑판에서 본 안철수
  • 유희태 전북바둑협회장
  • 승인 2013.07.2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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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의 전주방문이 세간(世間)의 관심을 받고 있다. ‘새로운 사람을 찾으러 왔다’는 안철수 의원을 바라보면서 바둑 용어인 ‘착안대국 착수소국’(着眼大局 着手小局)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눈은 멀리 큰 형국에 두어야 하고 손은 눈 앞의 작은 형세에 두어라’는 말이다. 즉, 큰 그림을 그리려 하는 안철수 의원의 디테일한 실행을 준비하기 위한 행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수십년 동안 수성(守成)을 지켜온 민주당의 안방에서 한판 대국(對局)을 신청하는 형세이기에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어깨 너머로 배운 바둑이지만 얼마 전 기업은행 부행장 시절 바둑을 매우 잘 두는 동료를 보면서 정치와 바둑은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변화무쌍한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한 수 한 수 신중하게 두고, 상대방의 심리를 읽으며 자신에게 유리한 바둑을 만들어 나가듯이, 정치도 바둑을 둘 때처럼 여러 가지 수를 머릿속으로 계산하며 행동을 할 때는 빠르게 행동한다.

 바둑을 두다보면 ‘수’가 보이지 않을 때 한참동안 생각을 하는 장고의 시간을 갖게 된다. 바둑을 두는 사람은 모두가 공감하는 시간이다. 참으로 난감한 순간이다. 온갖 궁리를 다하여 묘수에 묘수를 더한 묘안을 짜내어 드디어 승부수를 바둑판위에 딱 올려 놓고 손을 뗀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번개가 친다. ‘아차! 이게 아닌데..’, 하지만 되돌릴 수 없다. 상대방이 실수하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아니면 나의 실수를 알아채지 못하기를 기도할 뿐이다.

 왜 그 ‘장고의 시간’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다가 돌을 놓자마자 나의 실수가 눈에 크게 띄는 것인지 바둑돌 하나가 나의 경솔함을 채근한다. 바둑은 이렇게 돌 하나의 실수로 한번 지고 다시 또 한판을 시작하면 되지만 정치는 그렇지 않다.

  정치가 실수하면 나라의 발전을 가로막고 국민이 불행해진다. 현 정치권 모두가 바둑판의 잘못 던진 돌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기에 안철수 의원의 대국(對局)신청에 국민들이 반응하고 있다.

 바둑은 집을 많이 얻어야 이기고 정치는 국민들의 표를 많이 얻어야 이긴다. 이기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정석(定石)을 배워야 한다. 바둑에서 ‘기본은 쉽기 때문에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배운다’고 했다. 이를 ‘바둑의 정석’이라고 한다. 정치의 정석은 국민의 마음을 읽고 소통하는 것이다.

 현재 국민들은 바둑용어로 부득탐승(不得貪勝)과 기자쟁선(棄子爭先)의 모습을 정치권에 원하고 있다. 너무 승리(이익)를 탐하지 말며 가치가 적은 돌은 버리고 선수(先手)를 잡으라는 메시지이다.

  고수들은 바둑을 두는데 있어 한 수 한 수 최상의 수를 둔다. 그리고 그것들이 정석과 대부분 일치한다. 또한 바둑고수의 ‘한 수’는 기본기를 100% 자기 것으로 만든 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체득한 것이다. 그래서 고수는 기본을 대하는 자세가 진지하고, 틈만 나면 기본을 익히고 또 익힌다.

 바둑은 반드시 두 집 이상을 내야만 살고 한집만 내면 죽는다.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익히고 또 익히고자 시원한 민들레 동산에서 바둑 한판 두어야겠다.

 
 유희태(전북바둑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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