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섬을 문화예술로 재건한 일본 나오시마
버려진 섬을 문화예술로 재건한 일본 나오시마
  • 이동희 전주역사박물관장
  • 승인 2013.07.2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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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초 한국박물관협회 주관, 해외박물관미술관기행을 일본 나오시마(直島) 일원으로 다녀왔다. 나오시마는 황폐해진 섬을 예술의 섬으로 만들어 그 명성이 널리 알려진 곳이다. 발상의 전환을 하려면 나오시마에 와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나오시마는 건물들이 높지 않다. 미술관이 지하에 들어있기도 하다. 어디에서나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 미술관의 작품과 건물, 자연경관이 배치되지 않고 같이 어우러져 있다. 부둣가에 설치된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은 나오시마의 랜드마크 같은 작품이다.

 나오시마는 세토내해의 작은 섬 중 하나로 둘레가 16㎞ 밖에 안되며 인구는 3,500명정도이다. 구리제련산업이 발전했으나 제련업이 시들해지고 환경폐기물로 오염되면서 사람들이 떠나 황폐진 섬이었다.

 후쿠타케 소이치로는 죽어가는 이 아름다운 섬 나오시마에 문화를 접목하여 예술의 섬으로 탈바꿈시켰다. 후쿠타케는 베네스 홀딩스 이사장으로 기업활동의 목적은 문화이며, 경제는 문화에 종속되어야 한다는 ‘공익적 자본주의’ 논자이다.

 그는 노출콘크리트 공법으로 널리 알려진 세계적 건축가 안도 타다오와 손잡고 나오시마에 베네세 하우스를 1992년 건립하였다. 베네세는 그의 회사이름이자 재단이름으로 ‘잘사는 것’이라는 뜻이다.

 베네세 미술관의 몇 점 안되는 작품도 대단하지만 여기에서 바라다 보이는 바다 풍경이 장관이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안도 건축의 특성이 이런 것 같았다. 건물에 비해 작품을 적게 배치하여 비워둔 곳이 많은 점은 나오시마 미술관들의 공통점으로 보였다. 입구를 감추어 둔 듯, 담을 치고 돌아서 들어가는 느낌 또한 공통적이었다.

 안도의 노출콘크리트는 우리가 보는 것과는 달랐다. 전주역사박물관이 노출콘크리트로 건축전공자들에게 좋은 평을 받고 있는데 거푸집을 나무로 하여 거칠거칠하다. 그에 반해 안도의 건물은 일반적인 노출콘크리트와는 달리 반들반들하다. 거푸집을 강철로 하고 기름칠을 하여 건축하였기 때문이다.

 2004년에 완성된 지추미술관[地中美術館]은 이름처럼 지하에 위치하고 있다. 지상에 돌출된 외관은 거의 없다. 조명은 전기를 쓰지 않고 자연채광으로 작품을 감상하도록 되어 있다. 예술성을 떠나 미술관이 지하에 있고 자연채광만으로 조명을 하고 있다는 것이 새로웠다. 안도 건축의 백미는 자연과 빛이라고 한다.

 클로드 모네의 대형 수련 그림이 중심이 되고 있는데, 미술관으로 들어가는 길가 개울에 수련을 심어놓아 감동을 더해주었다. 관람객들을 통제해 몇 명씩 보여주는 방식이 마케팅 차원의 것도 있겠지만 보고나면 처음의 짜증이 해소되었다. 그러면서 미술에 문외한답게 경기전 진전을 생각했다.

 나오시마섬에는 백남준과 함께 세계적 미술가로 이름이 높은 이우환 미술관이 있다. 2010년에 완성된 미술관으로 지추미술관이 서양의 정서라면 동양의 정서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 이우환미술관이다. 작품에 맞추어 건물을 건립하고, 그 건물이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구조라고 한다. 자연과 건물과 작품이 일체를 이루는 미술관이다.

 빈집과 건물을 부수지 않고 활용하여 현대적 미술품으로 되살려 내려는 ‘이에프로젝트’는 작가들이 폐가를 작품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집안에 바다를 두려는 착상에서 비롯된, 오래된 민가를 개조한 카도야는 섬주민들의 동참을 끌어낸 작품으로 주목된다. 미나미테라[南寺] 는 신사나 사찰이 모여 있던 곳에 그 역사성을 살려 안도가 설계한 목조건축이다.

 가가와현 옆 도쿠시마현에 자리한 오츠카국제미술관은 천지창조를 비롯한 세계의 명화들을 도자기로 구워 실물크기로 재현한 독특한 미술관이다. 35년전에 이 미술관을 구상했으며 5천억원을 들여 건립했고, 매년 저작권료로 지불하는 비용이 1억엔정도라고 하였다. 입장료가 3,200엔으로 우리돈으로 3만5천원정도 된다.

 전주와 전북은 문화가 큰 자산이다. 요즘 전주는 후백제 왕도 복원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같다. 밖의 여러 사례들을 검토하면 보다 나은 문화관광자원화 방안이 서지 않을까 한다. 전라감영도 그렇다. 시간을 두고 여러 사례들을 검토하는 것이 불필요한 논란을 종식키고 바람직한 방향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동희 / 전주역사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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