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민예총정신…회원간 무관심이 ‘독’
실종된 민예총정신…회원간 무관심이 ‘독’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3.07.1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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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문화예술판에도 보수와 진보라고 나뉘는 세력이 있다. 그중에서 진보로 속하는 집단은 (사)전북민예총. 노무현 정부 시대에는 가장 실속을 많이 챙겼던 민예총의 활동은 그야말로 활발했다고 볼 수 있으나, 이명박 정부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급격히 기울기 시작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었던 것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논란이 된 집단수다 ‘중앙초등학교 이전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당초 제목은 ‘전주중앙초등학교 이전해야한다’ 였다)’에서 보여준 전북민예총의 모습은 여전히 제 위치를 찾지 못한 채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현재의 위치를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아닐 수 없다.

논란이 된 이 행사는 (사)천년전주한지포럼과 전북민예총이 공동주최로 이름을 올려 지난 11일 메일을 통해 지역일간지 기자들에게 배포된 자료지만, 17일 현장에 붙은 현수막에 전북민예총의 이름을 가려져 있었고, 배포된 자료에서 빠져 있었다.

전북민예총 측은 “천년전주한지포럼으로부터 예술공간과 관련된 논의라는 제의를 받고 이를 수락해 그쪽에서 받은 자료를 포워딩해 기자들에게 보냈을 뿐, 민예총의 공식입장은 아니었고 사무처의 오류였다”는 해명을 하고 나섰지만, 지역문화예술계에서는 논란이 되기 시작하니 꼬리 내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시각이 지배적이다.

사실상 전북민예총의 이름을 버젓이 써놓은 자료에 대해 단 한 번의 검토도 없이 공개했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논란이 되고 나니 황급하게 빠져버리고는 불난 집에 불구경하는 무능하고 대처능력 없는 모습 아닌가. 민예총이 지역민의 생존권과 행복권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한 구호에 지나지 않는 이 같은 어이없는 주장을 공유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어떤 이는 배신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는 현재 전북 민예총 내부의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는 회원들 간의 무관심이 크나큰 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가 아닐 수 없다. 개개인이 모여 조직을 이루건만, 조직이 하는 일은 나 몰라라 하는 세태. 올해 초에는 독립법인화를 선언하면서 과거 열정으로 시작했던 민예총의 위상을 세워보겠다는 그 다짐, 아직도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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