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12> 색시, 내 부탁 하나 들어줄텨?
평설 금병매 <12> 색시, 내 부탁 하나 들어줄텨?
  • <최정주 글>
  • 승인 2013.07.16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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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금련의 봄 <12>

무송은 대꾸가 없고 대신 반금련이 얼굴을 찡그리고 나섰다.

“아니 할머니. 일거드러 주러 오신거예요? 아님 도련님하고 말장난하러 오신 거예요?”

“궁금하잖아. 잘 하면 술도 석잔 얻어 마시고.”

왕노파가 흐흐흐 웃으며 주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반금련이 침상을 돌아보며 말했다.

“음식을 장만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 도련님은 한숨 주무세요.”

“예, 형수님. 오랜만에 집에 와서 그런지 사지가 녹신녹신하네요. 저 한 숨 잘께요. 형님이 오시면 깨우세요.”

“그럴께요. 걱정말고 주무세요.”

반금련이 돌아보고 생긋 웃고는 가랑이에서 바람소리가 들리도록 주방으로 갔다. 돼지고기를 썰어 솥에 넣고 있던 왕노파가 돌아보았다.

“색시, 좋다가 말았네.”

“뭐가요?”

“아, 호랑이를 때려잡은 장사가 하필이면 시동생일게 뭐야.”

“그렇다고 안 좋을 것도 없지요. 얼마나 든든해요. 멍청이 같은 무대도 괄시를 덜 받을 거구요. 장터에 나가면 호랑이를 때려잡은 장사의 형수님이라고 상인들도 달리 볼 걸요.”

왕노파의 말에 가슴이 뜨끔했으니 반금련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었다.

“하긴, 먹지도 못할 감이라면 미리 포기하는 것이 마음이 편치. 입맛을 다신들 무슨 소용인고. 허나, 걱정하지 말어. 내가 서문경 나리를 꼭 붙여줄 것이니까.”

“정말이세요?”

반금련의 눈이 반짝거렸다.

“그럼, 조금 전에 찾집 앞을 지나갔는 걸. 내가 은근히 떠보았지.”

“떠 보았어요? 멀요?”

“아, 색시가 어떻드냐고. 마음만 있으면 다리를 놓아주겠다고 했더니, 말없이 웃고 가던 걸. 그것이 무슨 듯이겠어? 좋다는 것이겠지. 서문 나리는 이제 절반은 내 손안에 들어왔다니까.”

“고마워요, 할머니. 잘만 되면 내가 은혜는 잊지 않을께요.”

“정말이지?”

“그럼요. 제가 비록 부자집 종노릇이나 했고, 가난한 사내의 아내지만 한 입 가지고 두 말은 않는답니다.”

반금련의 다짐에 왕노파가 잠시 생각하다가 은근한 눈빛으로 말했다.

“색시, 내 부탁 하나 들어줄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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