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록을 공개하면 득과 실
대화록을 공개하면 득과 실
  • 조금숙
  • 승인 2013.07.14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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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폭군 연산군 때 무오사화를 아시는지요? 철저히 기밀로 했던 어머니 사초 내용이 세상 밖으로 알려지면서 빚어진 피비린내 나는 정쟁이 있었습니다. 정치권이 표결을 통해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문건 일체를 열람하기로 했습니다.

대통령 지정 기록물로 국가 기밀입니다. 법으로 30년 동안 열어보지 못 하게 되어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회담은 6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외교사에 참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정치적 결정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 국론 분열을 막고 각종 의혹의 논쟁을 종식 시키자는 취지라고 변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국론 분열과 시도 때도 없는 논쟁은 정치권이 생산해 냈습니다. 정국 주도권을 둘러싼 당리당략으로 비치지 않습니까?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의 속내에는 국민도 안보이고 국익도 아랑곳없이 도대체 아무도 안보이는가 봅니다. 국회의 열람으로 각종 의혹이 해소될지는 몰라도 하지만 현재로서는 더 큰 파장이 예상 됩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미지수입니다. 열람하고 나서도 정치권들이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을 각각 달리한다면 또 다른 정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대화록을 공개하면 앞으로 남북관계와 다른 나라와의 정상회담을 걱정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도대체 이런 판국에 어느 나라 정상이 우리 대통령과 진솔하게 대화를 나눈다고 하겠습니까? 또 우리의 국가 기록물 관리 체계의 허술함도 곧장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또한 같은 대통령 문건이 생산자나 보관장소 등에 따라 공공 기록물과 대통령 지정 기록물로 나뉘어 지는 것이 법리상 과연 맞는지? 국정원장이 단독으로 기밀을 공개할 수 있는지? 제아무리 국회의 요구라 해도 열람한 내용을 공개할 수 있는 것인지? 등에 대해서 골치 터지는 의문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아무튼, 국가 기밀관리 시스템에 대한 총체적 점검이 시급하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무오사화’이후 연산군 시대에서는 기록들이 제대로 남아 있는 것이 없다고 합니다. 사초가 정치적으로 악용되자 사관들이 기록 남기기를 꺼리고 무서워했다고 전해졌습니다.

대통령 문건들이 정치의 쟁점에 의해 공개된다면 앞으로 어느 대통령이 기록을 남기려 하겠습니까? 이렇게 되면 우리의 국정 실록이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단 말입니다. 정치권은 이번을 끝으로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논란을 제발 종결 해야 합니다.

민생은 뒷전이고 이 세상에 있지도 않은 고인을 죽이고 또 죽이고 만신창이를 만들어서 국익에 어떤 이점이 남을까요? 이른바 득이라곤 하나도 없고 실만, 상처만, 남습니다.

사안의 폭발성 때문에 정치권은 폭풍전야입니다. 지난달 6월 국회의 화두였던 민생과 경제 민주화는 저만치 밀려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공개가 과연 해법인지 냉정하게 국민은 따져보고 있습니다 이 덕분에 국정이 표류하면 결국 국익에 득은 없고 실만 남습니다. 더욱이 미국 센프란시스코 에서 우리 아시아나가 착륙에서 사고를 내어 두 명의 중국 여고생이 사망하고 외국인 내국인 할 것 없이 탑승객이 중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고 있는 판국에 정상 간의 대화라는 국가 최고 기밀을 만천하에 들어내는 일의 파장을 생각하면 아찔하기만 합니다.

남북 간의 신뢰에도 치명적 모자람이 될 것입니다 싸움을 해도 지켜야 할 검도와 넘지 말아야 할 선 이라는 게 분명히 있습니다.

끝장내기식은 안 됩니다. 정파적 이익은 한순간에 부질없는 정치적 욕망이지만 국익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또한, 국정원 사건들이 남긴 상처들, 적발부터 발표까지 6개월이 걸렸으니 사건치고는 무던히도 길었습니다. 국정원 사건이 남긴 뼈아픈 교훈은 국가의 일부 중추적 기관들이 법과 규범을 팽개칠 수 있다는 제도적 취약성 일 것입니다. 사적 이익에만 골몰했던 조직 수장의 전횡과 독단을 견제할 내적 시스템이 없다면 조직 전체가 나락에 빠지게 됩니다. 국정원의 선거법 위반은 새 정부의 정통성과 국정운영에 자그마치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한 국정원도 문제입니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의혹에 대한 실체적 진실은 기소 후에 재판을 거치면서 드러날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국정원 내부의 정치적 중립의 의지와 스스로 개혁입니다.

조금숙<광복회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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