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점의 수와 매듭
교차점의 수와 매듭
  • 김인수
  • 승인 2013.07.11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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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를 예상하기 어려웠던 옛날에는 동물들의 습성을 관찰하여 날씨를 가름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가운데 하나는 ‘아침에 거미줄에 이슬이 맺히면 그날은 맑다’는 것이다. 거미는 습도가 약간 높을 때 거미줄을 치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 습도가 다소 높고 날씨가 좋은 날은 이슬이 맺히기 쉽기 때문에 이와 같은 속설이 탄생한 것이다. 실제로 거미줄에 이슬이 맺히는 것과 날씨와의 관계를 조사한 어떤 결과에 의하면 맑은 날 56%, 구름 낀 날 28%, 비 오는 날 16%라고 하니 역시 맑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머리카락의 100분의 1에 불과한 거미줄에 어떻게 이슬이 미끄러지지 않고 방울져 매달릴 수 있을까? 2010년 2월 <네이처>(Nature, vol.463)지는 표지에 ‘거미줄에 걸리다’라는 제목과 함께 그 비밀을 공개했다. 중국의 과학자들이 이 비밀을 밝혔는데, 그들은 ‘유럽응달거미’의 거미줄을 분석한 결과 거미줄이 물에 젖으면 일정 간격으로 가닥의 일부가 꼬이며 200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크기의 마름모꼴 매듭이 지어지고, 이 매듭 때문에 물방울이 맺힌다는 것을 밝혔다.

매듭은 젖은 거미줄과 같이 자연에서 찾을 수도 있지만 실생활에서도 흔히 사용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매우 다양한 매듭 방법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매듭의 특징은 완성된 매듭 모양이 앞면과 뒷면이 똑같고, 좌우는 대칭이 되며, 아무리 복잡한 매듭이라도 중심에서 시작하여 중심에서 끝난다는 것이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전통매듭은 조선시대에 가장 융성하였으며, 지금까지 전승되어 온 매듭의 종류만도 기본적인 것이 약 30여 종이고, 각 지방의 특유의 매듭까지를 합치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한다.

수학에서도 매듭을 다루는데 거미줄에 생기는 매듭과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매듭은 일반적으로 긴 줄을 꼬아 묶은 것을 말하지만, 수학에서는 이 줄의 양쪽 끝을 붙인 것을 매듭이라고 한다. 수학에서 매듭을 학문적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는 ‘분자의 화학적 성질이 이를 구성하는 원자들이 어떻게 꼬여서 매듭을 이루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는 켈빈(Kelvin)의 볼텍스(vortex)이론으로부터 기인하였다. 수학에서의 매듭이론은 간단히 말하면 매듭의 교차점의 수에 따라 매듭을 분류하는 것이다. 그런데 교차점의 수가 9개인 매듭은 수십 개 정도이지만 교차점의 수가 10개인 매듭은 수백 개가 되기 때문에 단순한 방법으로 이들을 분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매듭을 분류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두 매듭이 어떤 경우에 같은 매듭인지 정의를 하는 것이다. 즉, 어떤 매듭이 3차원공간 안에서 자기 자신을 통과하거나 중간을 자르지 않고 조금씩 움직여서 다른 매듭으로 바뀔 수 있을 때, 처음 매듭과 나중에 만들어진 매듭은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평면 위에 그려진 매듭이 언제 같아질지를 알아내는 풀이가 독일의 수학자인 라이데메이스터(Kurt Reidemeister, October 13, 1893 ? July 8, 1971)에 의하여 알려졌다. 그는 같은 두 매듭은 세 종류의 변형에 의하여 하나로부터 반드시 다른 하나가 얻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매우 간단해 보이는 이 변형을 사용하여 매듭을 구별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매듭으로부터 정의된 양이 불변량임을 증명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된다.

오늘날 매듭은 DNA의 구조나 바이러스의 행동방식을 연구하는 데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마술과 어린 아이의 지적 발달을 돕는 도구로도 사용되고 있다. 특히 매듭이론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지난 30년간 대단한 발전을 이루었으며 매듭을 연구하는 많은 수학자들이 필즈상을 받기도 했다. 매듭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는데,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매듭은 아마도 알렉산더 대왕이 자른 것으로 알려진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일 것이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대담한 방법을 써야만 풀 수 있는 문제’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는데, 여러분도 수학에서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사용하여 필즈상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김인수 박사(전북대학교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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