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 대화는 기술이다.
124. 대화는 기술이다.
  • 한성천 기자
  • 승인 2013.07.0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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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동안 중앙정부의 교과서를 집필해 왔다. 교과서를 집필하기 위해서는 많은 회의를 통해 원칙을 만들고 그것에 의해 책을 쓴다. 회의의 모습을 지켜보면 각각의 교과나 영역마다 한 치의 양보가 없다. 그들은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교과나 영역이라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교과의 수나 교과서의 두께를 줄이는 일이 쉽지 않다.

  정말이지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책가방의 무게가 지금보다 훨씬 가벼워져야 하지만 어른들의 이기심 때문에 그리하지 못한다. 가슴이 아프다.

  대부분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해결해나가면서 유연하게 생각하지 못할 때가 많다. 자기의 입장에서 제한된 틀을 가지고 해결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문제에 봉착하면 자기중심적으로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사람들의 속성 때문이다. 그래서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망치를 잡으면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것을 망치 증후군이라 한다.

  자녀교육을 하면서도 망치 증후군은 등장한다. 망치를 잡은 김에 여기저기 마구 두드려 대려하는 부모들도 많다. 사실 아이들은 자신의 문제보다는 부모와의 갈등 때문에 더 힘들어한다. 아이와 생활하면서 만나게 되는 상황들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알고 보면 우리 아이만 그렇게 행동하는 것 같지만 다른 집 아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면 어려운 일은 아니다.

  망치 증후군은 끊임없이 불평을 늘어놓는 아이를 대할 때 빈번하게 발생한다. 소극적으로 대꾸를 하거나 변명을 하며 아이보다 더 심하게 화를 낸다. 그러다 보니 급기야 말싸움이 일어난다. 망치 증후군의 결과다.

  아이가 불평을 하면 불평을 받아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보겠다. “왜? 나만 빼고 놀이공원에 갔어?” “무슨 소리야. 네가 사정이 있다고 그래서 우리끼리 간 거야.” “내가 언제 그랬어?” “지난번에 말한 것 같은데?” “그때만 그랬지, 이번엔 아니란 말이야.”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할지 모르겠구나. 그만 해라. 화가 나니까.” 이러한 대화는 서로에게 유익하지 않다.

  전혀 다르게 상황을 이끌어 가는 방법이 있다. “왜? 나만 빼고 놀이공원에 갔어?” “놀이공원에 가기를 바라고 있었구나.” 또는 “왜? 나만 빼고 놀이공원에 갔어?” “놀이공원에 같이 가고 싶었어?”와 같이 말하면 된다. 하지만, 흔히 “무슨 소리야. 오죽하면 너만 빼고 가족들이 놀이공원에 가겠어? 가자고 할 때는 안 간다고 하고 우리끼리 가게 되면 자기만 빼고 갔다고 불평을 늘어놓는다니까. 넌 그게 문제야.”라고 말해버린다.

  아이들의 언어를 유심히 살펴보면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할 때가 많다. ‘절대, 결코, 항상, 늘’과 같은 표현을 즐겨 쓴다. ‘싫어!’란 말을 쓰는데도 거침이 없다. 회색을 좋아하지 않는다. 검은색 아니면 흰색이다. 흑백논리다.

  대화를 이끌어가면서 검은색이나 흰색보다는 회색이 일반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부모라면 아이에게도 그렇게 해보도록 권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왜? 나만 빼고 놀이공원에 갔어?”라고 말하기보다는 “저도 놀이공원에 가고 싶었는데요.”라고 말하는 것이 그것이다. 서로 망치를 들지 않아도 되는 대화법이다. 대화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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