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단오 정체성 확보 시급하다
전주단오 정체성 확보 시급하다
  • 송민애기자
  • 승인 2013.07.03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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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55회째를 맞은 전주단오가 오랜 축제 연륜에도 불구하고 ‘전주단오’만의 고유특성을 살리지 못한 채 각종 이벤트성 행사만을 치러 정체성에 혼란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역문화예술 전문가들은 여전한 백화점 나열식 프로그램과 부실한 행사구성 및 운영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으며, 향후 전주단오가 발전·성장하기 위해서는 전주단오의 특성을 살린 ‘대표’ 프로그램을 집중·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전주단오의 경우 ‘전통제전’과 ‘현대적 시민대동제’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만큼, 전주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축제의 목적과 방향을 정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풍남문화법인의 주최로 3일 전주전통문화관에서 열린 ‘2013 전주단오 연구위원회 평가회의’에서 정성엽 축제 총감독은 “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개별 프로그램에 대한 호응도와 시민 참여 호응도가 우수했고, 야근 프로그램 편성으로 호응도를 높였으며 연화교에 청사초롱을 장식함으로써 장식적인 효과와 더불어 시민안전에도 도움을 줬다”고 자체 평가했다. 이어 “자원봉사자 전문성 및 서비스 등이 우수했고, 외국 관광객을 위한 리플렛 배치로 행사 이해를 도모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충분한 주차공간 확보 및 휴게시설 확충을 통한 방문객 불편을 최소화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날 평가회의에 참석한 연구위원들은 “많지 않은 예산으로 이 정도 축제를 치른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되나, 전주단오만의 대표 프로그램에 집중하지 못한 채 여러 프로그램을 나열하는데 그쳐 아쉬움이 남았다”고 지적했다.

김상휘 전북소설가협회 회장은 “올해 축제는 소위 말하는 ‘게미’(씹을수록 고소한 맛, 그 음식 속에 녹아 있는 독특한 맛의 전라도 방언)가 부족했다. 총감독의 내공이 약해서였는지, 종합적인 프로그램 운영이 부족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깊이나 게미는 부족했다”고 제기했다.

황태규 우석대학교 교수는 “차라리 메인 프로그램에 집중하는게 더 나을 듯 싶다. 덕진연못을 활용해 야간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전국의 수많은 행사와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송재명 작가는 “올해 전주단오에서는 물맞이 프로그램과 씨름이나 윷놀이와 같은 민속놀이 등의 호응이 높았다”며 “그러나 일부 프로그램의 경우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로 부실하게 구성·운영됐다. 일례로 ‘대추나무 시집보내기’와 같은 프로그램은 몇 번이나 행사장을 돌아보고서야 발견했다. 때문에 앞으로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경우 테마를 잡아 의미 전달을 명확히 하도록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어른은 물론이고 아이들이 ‘단오’에 대해 제대로 배우고 인식할 수 있도록 이와 관련된 프로그램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또한 이날 연구위원들은 최근 제기된 전주단오의 정체성 문제를 둘러싸고 논쟁을 펼치기도 했다.

지난 6월 17일 열린 제301회 전주시의회 임시회 5분 발언에서 김혜숙 의원이 “현재 전주단오는 전통제전의 성격을 배제하고 현대적 요소로 기획된 여러 행사가 백화점식으로 나열돼 이뤄지고 있다”면서 “전주 단오제의 핵심은 전주 성황산의 성황제와 덕진연못의 단오 물맞이로 오늘날 그 전통을 살려내지 못하고 창포물에 머리감기, 합수의식, 단오예술제와 각종 이벤트성 행사를 치러 단오제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현대예술행사로 변질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지적한 것.

특히 김 의원은 “강릉단오제보다 역사가 깊은 전주단오제의 전통성을 상실해가고 있는 현실로, 전주가 전통문화도시를 지향한다면 전주단오제의 전통을 복원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김상휘 전북소설가협회 회장은 “단오의 정체성을 가지고 가야는데, 전주단오에는 그 부분이 아쉽다. 그저 그럴 듯하게 보여주기식으로만 그치는 것 같다”고 비판하며 “전주단오는 강릉단오와 함께 단오축제의 쌍두마차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주단오의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는 근간을 만들어야 한다. 전주시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연구용역을 진행, 전주단오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일부는 “성황제의 경우 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 앞으로 더욱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으며, 안상철 전주전통문화관 관장은 “성황제보다 더 집중할 내용은 덕진연못을 그 옛날 방식으로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급수를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주시 관계자는 “오늘 제시된 의견들을 반영함은 물론, 조만간 역사학자, 전문가, 시민들과 토론회 장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송민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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