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와 동문거리
공유경제와 동문거리
  • 김동영
  • 승인 2013.07.01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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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개봉한 영화 ‘월 스트리트’에서 주식 중개인으로 일하던 청년 버드(찰리 쉰)는 큰돈을 벌기 위해 기업 사냥꾼 게코(마이클 더글러스)를 찾아간다. 게코는 버드에게 자본주의의 꽃인 월스트리트에서 살아남는 비법으로 “탐욕이 선(Greed is good)”이라고 가르친다. 내가 욕심내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돌아가고, 더 많은 욕심을 가진 사람에 의해 기업이 발전하고 결국 국가의 경제가 살아난다는 것이다. 그러니 탐욕을 가지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자본주의는 탐욕을 통해 일정한 성공을 거두었다. 그런데 탐욕은 끝내 집을 담보로 개인의 욕구를 채우는 경지에 이르렀고, ‘리먼브라더즈’. ‘AIG’등 월스트리트발 미국 최대금융사들의 파산보호신청으로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 이 순간 개인소유라는 탐욕을 버리면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공유경제가 등장한다. 개인의 소유욕구인 탐욕을 버리고 공동으로 소유하면서 필요할 때 잠깐 씩 빌려 쓰는 것이 환경오염도 줄이고 경제적 낭비도 줄일 수 있다는 똑똑한 소비자 주권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공유경제라는 용어는 사실 하버드 로스쿨 로런스 레식 교수가 2008년 저작권법이 오히려 창작의욕을 저해하기 때문에 디지털 정보를 공유하자고 제안하면서 협력적 소비라는 개념과 더불어 처음 사용하였다. 초기의 공유경제는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인해 적은 돈으로 더 큰 만족감을 얻고자 하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이어졌다.

공유경제의 대표적인 사례는 2008년에 설립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소셜 숙박업체인 ‘에어비앤비(Airbnb)’이다. 에어비엔비는 집에 남는 방을 인터넷 사이트에 등록하여 여행객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신개념 렌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에어비앤비의 시작은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 졸업생인 조와 브라이언이라는 두 청년의 아파트에서 시작되었다. 두 청년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유명한 디자인 컨퍼런스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컨퍼런스 주변의 호텔은 이미 오래전에 예약이 다 차 있었고 이를 알게 된 두 청년은 컨퍼런스 참가자 몇 명에게 자신의 아파트를 빌려 주고 아침식사까지 차려주었다. 이러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네이선이 합류하여 세 명은 단기간에 특정한 곳에 머물러야 하는 여행객들에게 깨끗하면서도 값싸게 숙박할 곳을 찾는 사람들과 남아도는 빈방을 빌려주려는 이들을 연결하는 에어비앤비를 공동창업하게 된다. 에어비앤비는 현재 전세계 192개국의 3만 8천개 도시에서 세계 최대 숙박공유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유경제의 대표적인 업체로 주목받고 있다.

위와 같은 공유경제의 가치는 현재 국내에서도 서울시를 중심으로 자동차를 필요할 때 빌려 쓰는 카셰어링, 구직자에게 최소한의 비용으로 정장을 대여하는 열린 옷장, 서로 경험과 지혜를 공유하는 위즈돔 등의 다양한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개인소유의 재화를 공유한다는 공유경제의 가치를 조금 더 발전시키면 과거의 추억이나 향수에 대한 공동체적 가치나 역사적 경험 등과 같은 사회적 소유물에 대한 공유로 확장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전주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동문거리 활성화사업을 공유경제모델과 결합하여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 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면, 독일 브레멘시의 책 교환거래소(Buecher Tausch Haus)나 경기도 일산의 국민도서관 책꽂이와 같이 책 교환을 시장에만 맡기지만 말고 제도화함으로써 헌책방을 공유경제 형태로 부활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읽은 책에 서평이나 메모를 달아 책 교환거래소에 맡기고 대신 다른 책으로 가져갈 수 있거나,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한 지식을 서로 공유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공유경제모델을 헌책방에 적용한다면 전혀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전국에서 가장 오래되었지만 사라질 위기에 처한 삼양다방도 과거 이곳에서 전시되었거나 현재에도 이곳을 찾는 예술가들의 작품이나 개인이 관리하기 어려운 예술작품을 관리해주는 대신 전시하는 공유갤러리로 발전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서울 종로의 페어스페이스와 같이 동문거리에 비어있는 점포를 단기간 행사에 필요한 사람들에게 연결하는 공간공유모델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 좀 더 확장하여 동문거리 일대를 공유경제 시범지역으로 선정하여 전주시 공유경제모델을 발전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개인이 소유하고 있으면 머물러 있지만 교환 또는 순환시키기 시작하면 새로운 재화가 창출되는 공유경제의 가치는 자칫하면 사라질 수 있는 문화적 가치를 지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동영<전주시정발전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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