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조작한 통계만 믿는다"
"나는 내가 조작한 통계만 믿는다"
  • 조미애
  • 승인 2013.06.27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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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란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사람과 사람을 확실하게 이어주는 마음의 통로다. 믿음을 중요하게 여겼던 묵자는 상대가 신임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확증이 없는 한 그를 반드시 믿어야 한다고 했다. ‘각려불의?廬不疑 설재유무說在有無’이니 한번 믿음을 가졌다면 다시는 그것을 의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믿음을 키워가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정부 자료들이 정치적으로 고려된 것들이라고 하여 최근 논란이 되고 있다. 양파 값이 폭등할 때는 양파 생산량의 공표를 지연했고, 생명보험료를 물가지수 품목에서 제외함으로써 각 가정의 보험료 지출을 낮추었으며, 금값이 오르자 소비자물가지수 조사 대상에서 금반지를 빼 물가지표 하락효과를 거두었다는 것이다.

통계는 국가 운영을 위한 기본 자료다. 통계 또는 통계학을 뜻하는 영어의 ‘statistics’는 확률을 뜻하는 라틴어의 ‘statisticus 또는 statisticum’과 정치가를 뜻하는 이탈리아어의 ‘statista’에서 유래했다. 국가통계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작성되어야 한다는 것이 국가통계기본원칙이다. 오늘날에는 사회적인 여러 현상들을 분석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과학적인 증거로써 통계가 사용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 발전하고 있는 것인지를 통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만일에 국민들이 체감하는 현실적인 수준이 통계와 맞지 않는다면 통계에 사용된 여러 지표들은 당연히 의심받게 되는 것이다.

0에서 1까지의 값을 지니는 지니계수는 값이 적을수록 평등한 사회를 의미하기에 그 나라의 불평등 수준을 판단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지니계수는 2008년 이후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지니계수만을 보면 양극화는 점차 개선되고 평등한 사회로 진입했다고 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평등한 나라인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등 북유럽 선진국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무언가 잘못 계산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많은 사람들로부터 받는 부문이다. 지니계수가 이렇게 현실과 괴리가 있는 이유는 고소득자의 소득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고소득자의 소득이 적게 파악될수록 지니계수가 낮게 나오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알고 있는 중소기업의 비율 역시 잘못 알려진 통계라고 한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전체 고용인구의 88%가 중소기업인 이라고 지난해 광고까지 했는데 통계청의 전국사업체 조사에 의하면 300인 이상의 사업체인 실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35%정도라고 한다. 오래전부터 신뢰도가 낮은 통계로 실업률도 있다. 3%대를 오르내리는 우리나라 실업률은 주요 선진국 대비 낮은 수치다. 나라마다 실업률을 진단하는 공식이 다르다면 상대적인 비교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에게는 세계적으로 공인 받을 수 있는 통계가 필요하다. 오랜 관행과 공식 지표를 개선하여 필요에 따라 지표를 다시 만들고 정부가 원하는 통계생산은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통계 자체의 오류도 문제지만 해석의 오류나 편향된 인용도 문제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통계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나는 내가 조작한 통계만 믿는다." 는 히틀러를 가장 광적으로 섬겼던 요제프 괴벨스가 처칠이 한 것이라고 주장했던 말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정치를 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통계지표를 새로 만들고 여론을 조작하는데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것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 정부는 바른 통계를 생산하여 국민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 국민으로부터 믿음과 신뢰를 회복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조미애<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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