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류재현, 서울 통인옥션갤러리 초대전
서양화가 류재현, 서울 통인옥션갤러리 초대전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3.06.2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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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통인옥션갤러리의 초대로 개인전을 여는 서양화가 류재현 작가의 근작들.  

분명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드넓은 캔버스를 메우고 있던 검은빛. 작가는 큰 숨을 한 번 몰아 내쉬고는 캔버스 구석부터 초록빛으로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고도의 수공을 요구하는 그의 작품에서는 바람결에 움직이는 풀들의 군무까지도 만나게 된다.

정확한 눈으로 사물을 응시하고 치밀하게 묘사해내는 탁월한 능력자. 서양화가 류재현이 초대하는 숲길에서는 뭔가 신비로운 일이 벌어질 것만 같다.

류재현 작가가 서울 통인옥션갤러리의 초대로 26일부터 7월 21일까지 네 번째 개인전 ‘Forest, 멈춰선 시간’을 연다.

류 작가가 그리는 소재는 길(Road), 그 중에서도 마법의 숲처럼 몽환적인 분위기를 뿜어내는 ‘숲속의 길’이다.

물론, 숲길을 소재 삼아 그림을 그리는 작가는 많지만, 그가 공들이는 숲길을 차원이 다르다. 제각기 다른 톤의 녹색은 미묘한 차이로 서로 중첩되면서 풍부한 톤을 만들고 있고, 나뭇잎 사이로 생명력을 불어 넣는 또렷한 빛과 그림자는 묘한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 대개는 화면을 풀 사이즈로 가득 채우고 있는 숲이 마치 실제 숲길인 마냥 착각을 하게 된다.

김선태 미술평론가는 “요즘 젊은 작가들은 지나친 수공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새롭고 빠른 것에 대한 조급함이 대세인 미술계에 장인정신으로 무장한 작가들은 신선한 호기심을 발동 시킨다”고 평했다.

때문에 그의 그림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세상의 소리에 귀를 닫고 마음을 붙잡고 있는 작가의 모습이 상상이 된다. 마치 그가 이기느냐, 그림이 이기느냐 시간과의 싸움에 승리하기 위해 고도의 전술을 펼치는 모양새다. 숲길과 사투를 벌이는 그의 작업실은 온통 초록의 물결. 물감과 팔레트, 작업실 벽면에 걸린 작품까지 온통 푸르다. 심지어 자신의 모습을 그린 자화상마저도 초록이라니….

어두운 색깔부터 밝은 색깔 순으로 그려 나가는 그의 붓질 덕에 누군가는 깊이를 알 수 없는 먼 곳으로 끌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숲길에 서니 시간이 멈추었다. 그리고 풀과 나무들 사이에서 보일 듯 말 듯 숨어있는 자아를 만나고 나서야 뒤를 돌아보게 됐다. 비현실적으로 세세하게 그려진 숲이 시종일관 나의 몸을 감싸안고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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