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匠人), 지역문화 가치를 높이다
장인(匠人), 지역문화 가치를 높이다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3.06.2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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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문화도시브랜딩,사람을 향해야
▲ 지난 2005년 지자체 최초로 선보인 천년전주명품 ‘온(Onn)브랜드’는 지역공예문화 가치 재구성에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사진은 현재까지 개발된 상품들 이미지. 천년전주명품사업단 제공.

<하>문화도시 브랜딩, 사람을 향해야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서울 북촌의 전통공예공방들은 왕실문화를 가까이에서 수용한 장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왕실에서만 사용된 귀한 의복장식인 금박을 비롯해 한복, 옻칠, 규방공예 등 왕실문화와 연계된 특이한 이력을 스토리텔링화 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아교를 바른 목판 위에 칼로 자른 자개를 붙이는 끊음질로 완성되는 나전칠기. 전통기법이라고는 하지만 장인의 말마따나 그야말로 눈이 빠지는 빌어먹을 짓(?)이 분명해 보인다. 일반 대나무 발보다 가늘고 섬세한 통영대발은 180cm 정도의 크기를 하나 엮는데 100일 정도가 소요된다고 하니, 그 지루한 작업을 수없이 반복하고 인내하는 장인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숙이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이처럼 서울 북촌과 경남 통영에서 만난 장인의 손길은 고귀했다.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12공방의 문화적 디자인 유산을 가지고 있는 통영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와 경남 최고장인들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다. 서울 북촌의 이색적인 전통공예공방은 조선시대 왕실과 관청에 필요한 생활용품을 만들었던 경공방(京工房)의 모습을 오늘날에 재현한 듯 보였다.

물론, 전통문화도시 전주에도 수많은 전통공예 장인들이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한지발을 만드는 마지막 명인 유배근을 비롯해 선자장 김동식·조충익·방화선·엄재수, 옻칠장 이의식, 악기장 고수환·최동식, 소목장 소병진·김재중·조석진, 침선장 최온순까지. 그러나 하루 10시간 이상씩 공방에서 작업만 하는 장인들은 외부인들과 교류할 기회가 적어 이들의 진가를 제대로 아는 이는 사실상 많지 않다.

그렇다면, 장인을 통해 지역문화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일은 어떻게 가능할까.

사실, 전주시는 이들 장인을 활용한 지역문화콘텐츠의 확장을 일찌감치 시작한 선진지역으로 볼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재)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북촌과 통영을 모델로 ‘지역공예마을육성 시범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는 것이 올해로 3년 차임을 감안하면, 전주가 이 분야에서는 선배격인 셈.

지난 2005년 지자체 최초로 선보인 천년전주명품 ‘온(Onn)브랜드’는 그야말로 화제였다. 지자체에서 이끌어낸 전통공예브랜드의 대표적인 사례로 관심을 받으면서, 통영 등 전국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하는 대상이 됐다. 내년이면 10년을 바라보는 이 사업에서는 전통공예가-무형문화재-디자이너 삼자(三者)간 순환 커뮤니티 형성을 통해 현재까지 83종, 119개의 상품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특히 천년전주명품 온스타일이 인테리어 분야로 확장돼 실생활에 쓰임을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전주만의 전통공간 스타일을 국내외에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G20 정상회의장 3층 라운지, 주덴마크 한국대사관, 코스타리카 한국대사관, 외교통사부 외빈접견실 연출 및 리모델링 등이 구체적인 사례다. 지난해 9월에는 전주의 명품공예 ‘온’이 세계 최고의 실내장식 박람회인 ‘메종&오브제 파리(메종)’의 특별초청으로 선보여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기도 했다.

하지만, 지역공예문화 가치를 새롭게 정립하는데 선구자적 역할을 했던 ‘온브랜드’가 최근에는 다소 위축,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타지역들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밖에서의 명성과 달리 명품 브랜드 ‘온’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체감도 또한 매우 낮은 상황. 워낙 고가의 작품이다 보니 쓰임새 있는 공예품으로 자리 잡기에는 사실상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인데, 지역민이 외면하는 명품이 명품으로서 값어치를 할 수 있는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각종 해외전시와 공예트렌드페어 초청전 등 ‘온브랜드’가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공예 브랜드로 부각되고 있음에도, 정작 관광객들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전주한옥마을’에서는 전주의 명품 브랜드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점도 선결해야할 과제다. 전주공예품전시관 내에 조성된 온브랜드 전시관은 장소가 협소해 명품의 가치를 보여주는 홍보관으로는 부적절한 만큼 대안공간이 절실해 보인다.

일반 시민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전주만의 명품이 명품으로서의 값어치를 한다는 점을 체험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흔하게 접하는 천편일률적인 전통공예 체험프로그램보다는 서울 북촌이 왕실문화의 특별함을 스토리텔링하고 있듯 전주만의 명품을 만드는 장인의 고뇌를 몸소 느낄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 개발에도 신경을 써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신미영 천년전주명품사업단 팀장은 “박제된 박물관의 전통이 아닌 현대사회에서 쓰이는 전통공예품의 가능성을 제시해 지역의 장인들이 자부심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사업의 목표”라면서 “지자체가 시작한 최초의 사업으로 선구자적인 입장에 섰던 온브랜드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대중과 가까워지고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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