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전북으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전북으로”
  • 최진호
  • 승인 2013.06.1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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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이라는 말이 있다. 정치는 백성의 신뢰와 지지를 얻어야 존재한다는 의미로, 정치가이면서 외교가로 명성을 떨친 자공(子貢)이 어느 날 공자에게 정치의 기본에 대해 묻자 답한 말이다.

공자는 정치의 핵심 요소로“식량과 병기, 그리고 백성들이 (군주를) 믿게 하는 것”을 꼽았다. 자공은 이 세 가지 중에서 우선 무엇을 포기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공자는 주저 없이 병기라고 했고, 또 무엇을 버리면 되느냐는 물음에 식량이라고 했다. 그리고 결코 버려서는 안 될 것으로 백성들의 신뢰를 꼽았다. 백성이 믿지 않으면 정치는 성립될 수 없다. 국민들의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내가 약속하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대선공약 이행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신뢰를 저버리려 한다. 국민연금공단을 전북혁신도시에 이전키로 했으나 핵심부서인 기금운용본부를 서울에 두고 국민연금공단만 이전키로 하면서 우리 도민들에게 큰 상처와 불신감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여야 후보들은 기금운용본부의 전북 이전을 약속했다. 박근혜 후보 역시 기금운용본부 전북 이전은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며 전북이전의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약속했다.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2012년 11월20일 기금운용본부의 소재지는 전라북도로 한다는 내용을 명시한 국민연금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런데 인제 와서 딴소리다.

정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기금운용본부를 지방으로 이전하면 우수인력 채용이 어렵고 금융 인프라 부족으로 투자정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부정적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국무총리도 거들었다. 이달 1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홍원 국무총리가“기금운용본부 전북이전은 대선공약이 아니다”고 밝혀 우리 도민들은 또 한번 큰 상실감에 빠졌다. 이처럼 중앙정부가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다 보니 이전 대상 공공기관들이 각종 이유를 들어 사업추진을 연기하고 있다. 현재까지 113개 공공기관 중 불과 4개의 공공기관만이 이전을 완료한 상태다.

어디 그뿐인가. 일부 공공기관들이 핵심부서는 서울 또는 수도권 지역에 남겨 놓고 껍데기만 이전시키려 한다. 국민연금공단의 핵심인 기금운용본부는 서울에 두고 이전시키겠다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국민연금공단의 이전을 계기로 금융산업을 새로운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자 했던 전라북도의 계획이 추진동력을 상실할 수 있는 상황이다.

과거에도 정부는 한국거래소 부산 이전 약속 이행을 위해 법률까지 제정한 바 있다. 국민연금기금은 국내 자금시장의 50%에 육박하는 대규모 기금이다. 금융전문가들조차 기금운용본부 근무를 선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기금은 장기투자를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어 기금운용본부를 이전해도 전북에 이미 형성된 금융 인프라와 연계하면 정보접근성 문제가 해결된다. 기금운용본부 전북 이전에 대한 일부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수도권 중심의 불균형 발전 전략을 통해 압축성장을 이룩했다. 그러나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의 침체라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해 있다. 100대 기업의 본사 중 91%, 벤처기업의 70%, 제조업체의 57%, 금융대출업체의 67%, 공공기관의 85%가 수도권지역에 집중돼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 해법이다. 감탄고토(甘呑苦吐)라는 말이 있다. 선거 때는 표를 의식해서 기금운용본부 전북이전을 약속해놓고, 선거 후엔 딴소리를 한다면 정부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질 것이다.

우리 도의회는 기금운용본부 전북이전을 위해 성명서 발표와 촉구결의안을 오는 25일 제302회 임시회에서 채택할 예정이다.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단체, 도민들 역시 100만 서명운동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 기금운용본부를 반드시 전북으로 이전시켜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의 시금석이 될 수 있도록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북이전을 통해 지역균형발전을 추진해야 한다. 정권 초기부터 국민의 신뢰를 잃어서는 안 된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최진호<전라북도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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