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교사가 바뀌면 아이들이 변한다.
123. 교사가 바뀌면 아이들이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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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6.1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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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야기〕123. 교사가 바뀌면 아이들이 변한다.

‘힘들다.’ 요즘 교사들이 하는 소리다. 갈수록 교실붕괴는 심해지고 교사의 말이 아이나 학부모에게 잘 먹히질 않는다. 그래서 특정인을 지칭하며 ‘누구 때문에 가르치기가 너무 힘들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기도 한다. 학교에 출근하는 것이 겁난다고 한다. 학교가기가 겁나고 힘들어하는 교사를 교실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학교생활은 그다지 행복할 것 같지는 않다.

한 아이가 쓴 ‘공부’라는 시(詩)를 읽었다. 어른들은 틈만 나면/ 공부해라 공부해/ 내가 힘들게 일등 하면/ 일등자리 뺏기면 안 되지/ 공부해라 공부해/ 머리 아파 좀 쉬려 하면/ 왜 그러니? 좀 쉬었다가/ 공부해라 공부해/ 공부하기가 싫어 장난치면/ 뭐 하니? 일등 안 할 거야?/ 공부해라 공부해/ 난 이제 공부 안 할 거야/

어른들이 하는 소리는 항상 공부하라는 말이라고 한다. 일등을 해도, 아프거나 공부가 하기 싫을 때도 결국 어른들은 공부 걱정뿐이라고 한다. 그래서 공부가 하기 싫다고 말한다. 비뚤어지기 시작하는 거다. 우리는 아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한 교실에는 이러한 아이들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해도 틀리지 않다. 그래서 아이들이 배움의 주체가 되지 못하는 교실에는 힘든 교사만이 외롭게 남을 뿐이다.

왜란(倭亂)을 예견하고 ‘10만 양병설’을 말씀하셨던 율곡선생님께서는 21세기의 우리교육을 걱정하시면서 ‘성학집요’에 글을 남기신 듯하다. ‘마음을 올바르게 다 잡는 것이 학문의 근본입니다. 옛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생각과 법도에 어긋나지 않게 행동하도록 가르쳤습니다. 그렇게 교육받은 사람들은 양심을 함양하고 덕성을 존중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그러한 공부는 생략한 채 곧장 사리를 탐구하려합니다. 그래서인지 마음은 늘 혼란스럽고 행동은 법도에 어긋나며 공부는 하는 듯 마는 듯합니다.’

율곡은 공부를 바라보는 관점이 오늘날의 어른들하고 확연히 다르다. 아니 어쩌면 그 당시의 많은 어른들이 잘못된 공부를 가르치는 것을 염려하고 있는 듯하다. 교육은 이래서 어렵다.

P교사를 만났다. 25년차의 초등학교 교사다. 2년 채 6학년 담임을 자원해 맡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내게 웃으면서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이 예전 같지 않아요. 중학생을 보고 있는 것 같답니다. 수업시간에 엎드리는 아이, 날마다 친구와 싸우며 한시도 가만히 앉아있지 않는 아이, 공부와는 담을 쌓은 듯 운동장만 바라보고 있는 아이, 배움의 목적을 잃고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부지기수였어요. 아이들과 잘 해보려고 나름대로 노력해보았지만 달라지지 않았어요. 갈수록 저만 지쳐갔지요. 그래서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어요. 행복한 수업을 하는 교사들의 모임에 들어갔어요. 동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독서를 통해 내가 아이들과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기성찰의 시간을 가졌어요. 수업의 모습을 아이들이 협력하는 수업으로 바꾸었답니다. 수업시간에 아이들과 같이 해야 할 일들이 생긴 거지요. 아이들이 변하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아이들과의 관계도 무척 좋아지고 있답니다.’

그렇다. 교사가 바뀌면 아이들이 변한다. 행복한 학교는 교사의 마음가짐으로부터 시작된다. 마음먹기에 따라서 교사만 존재하던 교실에서 아이들이 함께 웃으며 공부하는 배움의 공동체로 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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