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성년후견제도
[옴부즈맨칼럼]성년후견제도
  • 황선철
  • 승인 2013.06.17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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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회의 인권수준은 그 사회에서 가장 열악한 지위에 있거나 가장 비난받을 만한 사람에게 보장되는 자유와 권리의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정신장애, 지적장애, 자폐성 장애, 치매 등으로 판단 능력이 심하게 떨어지는 사람들에 대한 인권보장이 중요시된다. 장애인에 대한 재산이나 신상을 사회복지적 차원에서 관리하는 제도가 성년후견제도이다. 이 제도는 2013년 7월부터 시행한다.

장애인 등에 대한 인권침해 사례를 보면 공정하고 신뢰할 만한 성년후견인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낄 수 있다. 이혼한 당사자가 전남편과 재산분할 소송 중 아들이 찾아와 어머니의 의사와 관계없이 입원을 시킨 사례, 지적장애인이 사촌형 집에서 강제노동과 생계비를 탈취당한 사례, 82세 치매노인의 아들이 아버지의 재산을 함부로 처분한 사례, 70대 치매노인의 딸이 아버지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 재산을 탈취한 사례, 미혼인 동생이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져 병원 중환자실에 장기간 입원해 있는 상태에서 가족들이 보험금을 노리는 사례 등이 있다.

그리고 상당수 장애인들은 가족으로부터 버림을 받거나 연고가 없이 사회복지사업법상 인정되는 시설에 입소하여 생활하고 있다. 시설에는 신고시설과 미신고 시설로 나눌 수 있고, 치료시설, 복지시설, 생활시설, 보호시설, 작업장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시설 입소자들은 시설의 장 등에게 무조건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시설입소 장애아동을 방치해 사망하게 하고, 수년 동안 아동들에게 지급되는 복지지원금 등을 횡령한 보육원 원장 등이 구속되었고, 정신지체 장애인들을 보호하는 시설에서 장애인의 노동력 착취, 거주인 소유의 재산 갈취, 거주인 간의 성폭력 발생 등이 발생하여 시설이 폐쇄되기도 하였다. 사회적 약자가 폭력과 돈벌이의 수단이 된 것이다.

장애를 갖고 태어날 경우, 부모는 물론 그 가족이 느끼는 심리적 충격과 부담감은 매우 크다. 자녀를 양육하면서 갖게 되는 어려움과 고통도 문제지만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 남게 될 장애자녀의 안전과 행복에 대한 염려가 더욱 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 자녀보다 하루를 더 살고 싶은 것이 장애인 부모들의 간절한 소망이다. 성년후견제도는 이러한 어려움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성년후견제도는 판단능력이 불충분한 선천적 장애나 후천적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재산적 관리를 위한 법률행위는 물론 피후견인의 생활, 요양간호, 심신상태를 배려하는 신상보호를 중요시하는 제도이다.

성년후견제도의 도입은 단순히 금치산, 한정치산제도의 대체물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며, 사회생활능력이 부족한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 및 잔존능력에 대한 배려와 국가의 후견적 역할이 더 강화되어 있는 사회보장적 의미가 있는 제도이다.

성년후견인제도는 장애인 당사자뿐만 아니라 누구나 잠재적인 대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제도이다. 따라서 실효성 있는 제도가 되려면, 제도에 대해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국가 및 지자체의 홍보가 필요하며, 신상에 대한 후견업무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인권침해 소지를 방지해야 한다. 또한,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을 중시하고 그들의 복지를 보충할 수 있는 후견인을 어떻게 양성하고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폭 넓은 교육 커리큘럼 및 관리체계 등도 구축되어야 한다.

이번 개정 민법에서는 후견인과 감독인의 보수에 관한 규정으로 피후견인의 부담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은 후견제도의 활용에서 소외될 수 있기 때문에 독일처럼 국고 지원의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 경제적 약자들에게는 국선후견인을 선정해 주어야 할 것이다.

후견인 부족문제와 피후견인 비용부담원칙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봉사형 또는 재능기부형 후견인 양성도 고려할 만하다. 일본에서는 사회에 공헌을 하기 위한 의욕이나 윤리관이 높은 일반시민 중에서, 성년후견에 관한 일정한 지식이나 기술·태도를 익힌 우수한 후보자를 모집, 양성하고 있다. 지역시민의 후견 활동이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는 이유는 전문직 후견인은 돌봄이나 정기적인 방문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성년후견법의 핵심은 성년후견인이 얼마나 성실하고 정직하게 피후견인을 위해 일하고 피후견인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는가에 있다. 따라서 성년후견인의 직무는 신중하게 정의되어야 하고 그에 따른 책임 또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장애인에 대한 다양한 착취와 인권유린의 대부분은 지적능력이 부족한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오히려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거나 이들을 악용하는 행위는 일반인을 상대로 한 것보다 더욱 악랄한 범죄행위다.

도민일보는 ‘공금횡령’혐의 장애인단체 압수수색(5월 22일자), 전북장애우권익연구소 비리의혹 공식사과(5월 24일자), 치료필요 장애아동 방치사(6월 5일자) 등에 대한 기사를 사회면에 실었다. 개정민법에서 장애인 등에 대한 인권침해를 방지하고 잔존능력을 활용하며 사회복지를 보장하기 위한 성년후견제도를 두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였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자체가 사회복지시설 등에 대한 지속적이고 철저한 관리감독을 한다는 것은 업무 특성 및 인원 부족, 시설의 폐쇄성 등으로 어려움이 많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성년후견제도가 잘 활용될 전망이다.

이 제도를 통하여 장애인이 실질적인 인권보장과 신상보호를 받음으로써 그들의 삶의 질이 개선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에 대해 좀 더 깊은 관심과 배려가 있었으면 한다.

황선철<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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