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빛축제 거리
전주 빛축제 거리
  • 고 건
  • 승인 2013.06.13 17: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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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놀부신화로 유명한 오진권 회장이 “왜 전주에는 야간 관광거리가 없느냐? 세계 유명한 관광지는 다 야간 관광문화가 있다. 그래야 관광객들이 그곳에서 자고, 많은 돈을 쓴다. 야간 관광문화가 없으니 전주 오면 한옥마을만 한바퀴 둘러보고 저녁 열차로 다 떠나버린다. 그러니 전주에 떨어지는 돈은 고작 비빔밥 한 그릇 아니냐?” 그러면 어떻게 전주에 야간 관광거리를 만들 것인가? 나는 “전주 빛축제 거리“를 (소리축제가 있듯이 다음과 같은 여섯가지 전략을 구사하여) 한옥마을 주변에 만들면 어떨까 제안한다.

첫째 한지로 만든 조명등 상점을 다수 “전주 빛축제 거리“에 유치하면 좋을 것 같다. 한지로 만든 조명은 조명등이라기보다는 아트에 가까울 정도로 고품격스럽고 은은하고 파스텔톤 빛을 낼 수 있고, 무궁무궁한 디자인과 컬러가 가능하여 백열등, LED, 형광등이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고급스러운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또 전통적인 동양 분위기나 현대적인 분위기를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다. 단 한지조명등 상점만 있으면 안되고 국내외 어디로나 door-to-door 배달을 해주는 서비스도 함께 갖춰야 한다.

둘째는 밤의 한옥건물 디자인이다. 한옥 단청은 밤 조명을 받으면 낮과는 전혀 다른 한국적 아름다움을 뿜어낸다. 석등과 청사초롱과 대나무가 어우러진 한국전통 정원의 밤 모습도 생각해볼 수 있다. 또 고급 나무로 창살을 만들고 그 위에 한지를 입힌 창문은 밤에 매우 한국적이고 선비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거리 가로등도 한국 전통식 청사초롱으로 밝힐 수 있다.

셋째, 위 두가지는 어른들에게는 볼거리가 되지만 어린이들을 위해서는 다른 볼거리가 있어야 한다. 어린이들을 위해서는 한지로 만든 캐릭터 전시실이 좋다. (어린이들이 몹시 보기를 원한다면 어른들은 자연히 하루 묵고 가게 된다.) 매년 겨울 서울 청계천에서는 등불축제를 하는데 여기에는 백설공주, 마징가제트, 수퍼맨, 뽀로로, 흥부와 놀부, 자유의 여신상, 손오공, 일본 기모노, 중국 관운장, 남대문 축소판 등이 전시된다. 내외국인 남녀노소가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캐릭터들이다. 그러나 청계천 축제 기간이 끝나고 나면 이 전시품들은 영구보관할 장소가 없는 것 같다. 이 캐릭터들을 “전주 빛축제 거리“에 가져와 건물 내에 영구 전시하면 관광객 유치에 그리고 한지 홍보에 훌륭한 자원이 된다. ”한지와 빛“이라는 주제에도 잘 어울린다.

넷째, 20대 30대 관광객들을 “전주 빛축제 거리“에 유치하기 위해서는 Beam Projector/Laser Art를 유치하면 된다. 빔프로젝터 예술과 게임은 요지음 매우 다양하고 독창적인 시도가 활발히 나오고 있는 분야이다. 이 예술가들에게 “전주 빛축제 거리“에서 갤러리를 마련해주면 얼마든지 신선하고 매력적인 작품들을 유치할 수 있다. 백남준씨의 빛과 미디어를 활용한 설치 예술은 이러한 아트의 효시인 셈이다.

다섯째 빛을 주제로 한 호남 예술가들의 갤러리가 있으면 거리의 격이 올라갈 것이다. 예를들어 지당 박부원 선생의 도자기는 빛 예술에서 최고봉이라고 할수 있다. 그의 작품은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그시 민속박물관, 영국 빅토리아 & 앨버트박물관 등 여러 곳에 소장되어 있다. 중국 도자기들은 그림들로 가득 차있고, 일본 자기들도 많은 작위적인 손질로 차 있지만 지당의 도자기는 담백하게 도자의 형태, 유약, 미네랄, 수십년 동안 축적된 열처리 경험이 만들어낸 신비하고도 깊은 아날로그 색상들로 가득차 있다. 단국대학교 도예학과 박종훈 교수는 지당을 “우리 시대의 대장(大匠)”이라고 칭한다.

또 김백선 디자이너 같은 분의 건축과 디자인을 유치할 수 있다면 더욱 고품격 거리가 될 것이다. 김백선씨의 작품은 대나무나 붓 같은 동양의 선과 남도의 정서에 뿌리를 두어 ‘동양적 선과 자연미를 공간화했다’는 평을 듣고 있고 뿌리는 동양적 전통에 두면서도, 전통과 현대 사이의 소통과 연결을 일궈냈다는 평을 듣는다. 지당의 가장 한국적인 도자기, 그리고 김백선의 동양적 영상, 설치작품, Beam-Projector Art 등이 이 거리에 유치되면 외국관광객들에게도 평생 잊지 못할 깊은 인상을 심어주게 될 것이다. 한국의 고품격 문화를 보려면 반드시 “전주 빛축제 거리“를 들러봐야 한다는 소문이 국제사회에 퍼져나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주 빛축제 거리“는 그 사이사이에 열린 갤러리, 한지 공예품 상점, 까페, 상설 공연장, 민박, 펜션들이 들어서고, 막걸리 와인, 먹거리등의 야시장과 연계되면 가장 이상적이될 것이다. 그러나 이 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민간의 솔선과 적극적인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결코 공공이 앞장서면 성공할 수 없고 오해와 잡음만 빚어지기 십상이다. 한지관련 협회 같은 민간기관이 앞장서고 공공이 뒤따라가는 방법만이 성공의 길이다. 전주 구도심의 한 지역부터 예술가와 민간의 힘을 모아 넓혀나가면 된다. 앞으로는 “전주까지 가서 한옥마을만 보고 돌아오면 진짜를 못보고 온 것이다. 반드시 빛축제를 보고 아침 해장국까지 먹고 와야 진짜 전주를 체험하고 온 것이다”라는 말이 인터넷을 덮을 날을 기대해본다.

고 건 <전주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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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3-06-14 13:18:10
수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