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 아이가 선택하고 수용하게 해야 한다.
121. 아이가 선택하고 수용하게 해야 한다.
  • 문창룡
  • 승인 2013.06.0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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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성장하면서 사회의 일원이 되어가는 과정을 살펴보면 제한의 연속이다. 그리고 부모는 아이에게 호루라기를 불어대는 역할을 한다. 아이가 훈련 받은 군인처럼 알아서 척척 해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부모의 호루라기소리는 잦아지고 커질 수밖에 없다. 

빨리 일어 날것을 종용하고, 늦지 않도록 학교에 가기를 원하며,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오길 바란다. 아이는 더 자고 더 놀고 싶지만 문명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이 그걸 용납하지 않는다. 그리할지라도 아이는 손가락을 빨며 흙 밭에서 원시적 자유를 누리며 놀고 싶어 한다. 문명이 아이를 힘들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이가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는 결국 문명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리고 그것을 선택하고 수용하는 것은 아이의 몫이 되어야 한다. 부모가 앞서서 다그치거나 몰아대서는 안 된다. 아이의 분노와 반발심, 반항적인 태도는 부모의 지나친 호루라기 소리와 무관하지 않다.

H는 아침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힘들어 한다. 엄마는 매일같이 조금이라도 더 자려고하는 딸과 실랑이를 벌인다. 부드럽게 대하기도 하고 신경질적으로 대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다. 당연히 학교에 지각하기 일쑤다. 보다 못해 엄마가 학교에 데려다 줄때가 많다. 아침마다 아이와 실랑이를 하고 나면 온종일 피곤하고 화가 났다.

딸아이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별별 상상을 다해본다. 아침 기상시간에 맞춰 음악을 틀어 볼까? 자명종 시계를 사주며 이렇게 다정하게 말해 볼까? “H야, 아침마다 누군가가 깨우면 기분이 나쁘지? 이제 네가 아침의 주인이 되어 보렴. 엄마는 널 사랑한단다.” “피곤하겠구나. 좀 더 자렴. 학교에 늦으면 좀 어때? 너의 달콤한 잠이 우선이지. 어서 더 자.” 이건 어디까지나 상상일 뿐이다.

“야! 일어나. 게으름뱅이 같으니라고. 그러니까 일찍 자라고 했잖아. 매일 같이 이게 무슨 짓인 줄 모르겠다. 침대를 뒤집어 버리고 싶어.”라고 말해 버린다. 정말이지 이렇게 반복되는 일상이 부모는 싫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아이를 조롱하거나 비판할 필요는 없다. 실랑이를 벌이는 것이 시간 낭비란 생각이 든다면 조금 더 자게 한다거나 멍한 상태로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차라리 알람 시간을 더 일찍 맞춰 놓고 조금 더 잠을 자도록 배려해야 한다.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고단했던 모양이로구나. 일어나기가 힘든 모양이야. 10분만 더 자렴. 10분 뒤에 다시 깨워 줄게.” “아침에 몽롱하게 있는 것도 괜찮아. 즐겨봐. 학교에 가야하니까 5분 뒤에는 밖으로 나오렴.” “누군가가 널 깨우는 것이 불편하지? 조금만 더 누워 있어.” 이런 대화는 아침에 부모나 아이의 기분을 좋게 해준다. 불편한 관계가 아니라 친밀감을 갖게 한다. 냉랭하고 험악해질 뻔 했던 아침 분위기를 다정다감하게 만들어 준다.

“H야, 너무 일찍 일어난 거 아냐? 조금 더 자지 그러니?” “아니에요. 학교에 늦으면 안돼요.” 이렇게 말하며 침대 밖으로 펄쩍 뛰어나오는 딸아이를 상상하는 긍정의 마음이 부모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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