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묵(震默 ) 대사의 음주시(飮酒詩)
진묵(震默 ) 대사의 음주시(飮酒詩)
  • 황병근
  • 승인 2013.05.2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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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술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악인이 없다고 한다. 단 주정뱅이 만은 예외로 한 애주가들을 말한다 살벌한 생존 경쟁과 눈에 보이는 수많은 욕심들을 챙기고저 하는 번뇌에 사로잡혀 심신을 피로하게 하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인(仁)과 덕(德)이 기본이 되는 인간 본연의 심성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은 오직 술밖에 없다 술을 마시게 되면 스트레스나 욕구불만을 해소시키며 순 인간성을 회복케 하여 모든 세상사를 긍정적이고 여유만만한 너그러운 심정을 갖게 한다 사심(邪心)에 구속되지 않는 여유있는 만족의 순간을 찾고저 술을 청하기 때문에 탐욕에 눈이 어둡거나 체질에 맞지 않는 사람들은 비교적 술과는 멀게 산다 원숭이도 술을 만들어 먹었다는 기록이 있고 인간은 원시시대 부터제의(祭儀)에는 제주를 올리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부여의 영고 고구려의 동맹 예의 무천 등에서 술마시며 노래하고 춤을 추며 신나게 즐겼던 선조들이였다 설날이면 괴질과 사기(邪氣)를 물리친다고 하여 도소주(屠蘇酒)를 마시고 정월 보름에는 귀밝이 술이라 하여 이명주(耳明酒)를 마시며 어른께 만수무강을 비는 술로 헌수(獻壽)하는 것도 무두가 술이 건강과 장수에 좋은백약 지장(百藥之長)이라는 믿음에서 였음을 볼때 술과 인간과는 불가분의 관계라 아니할수 없다 특히 시인(詩人) 묵객(墨客)에게는 술이 부창부수(夫唱婦隨)의 관계라고나 할까, 고려시대 문신이며 시와 거문고 그리고 술을 좋아 했다고 해서 삼혹호(三酷好) 선생이라 불렸던 이규보(李奎報)는 술이 없이는 시를 짓지 안했으며 “술이 거나하여 몸이 풀리고 마음이 활달해지면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나니 이는 모두 네(酒)가 시킨것이라” 하여 가무는 주흥에서 일어나는 것임을 강조했다. 음주의 낙을 아는 시가시인 이면 으례 술노래를 만들었는데 조선시대 오우가(五友歌)로 유명했던 고산 윤선도는 산중신곡(山中新曲)에서 운치있는 음주의 낭만과 격조높은 자연에의 흥치를 잘 나타냈다 “잔들고 혼자 않자 먼 뫼를 바라보니 그리던 님이 오다 반가움이 이리하랴 말슴도 우움(웃음)도 아녀(아녀자)도 ㅁㅗㄷ내 됴하 하노라”는 술시를 ㅇㅡㄻ었고 송강 정철 역시 주문답삼수(酒問答三首)와 장진주(將進酒)등의 술시조를 많이 남겼다 시의 제작을 풍류적 서정의 표출이라고 볼때 이러한 시적 서정을 자극하고 돕는 중요한 매체는 역시 술이였다 일제강점기에 우리 인테리 들은 암울했단 압박의 울분을 술로 달래며 토로 했으며 민족정신이투철했던 우리 문화예술인 들은 서울 명동의 선술집에서 매일같이 술로 분노를 달래고 술의 취흥에서 터저나온 시상(詩想)이나 테마 등을 정리하여 명작들을 남겼다 오상순 박인환 김수영 김관식 변영노 이봉구 이해랑 이중섭 증이 일제 강점기 명동 술집의 단골 손님이였던 명동박사 들이다 스스로 술복 문복 제자복이 있는 삼복지인(三福之人)이라 자처햇던 시조시인 가람 이병기 선생은 시작(詩作)과 연구 강의하는 능력이 모두 술의 힘에서 비롯된 철저한 주객으로서 대학강단 에서도 술병이 없으면 강의가 안되였다 죽음도 불사할 만큼의 십불고(十不顧)의 음주철학이 있는데 원근불고 청탁불고 가사불고 처자불고...생사불고 등 인생 모두를 불고하고도 술이 더 소중했던 분이였다 그런가 하면 중국 진(晉)나라때 귀거래사로 유명한 은일(隱逸)시인 도연명은 한시도 술과 떨어져서 살지 안했다 수많은 명시를 남긴 가운데 음주시(飮酒詩)가 이십여수나 된다 귀거래사에 담긴 술에 관한 귀절을 보면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가니 휴유입실(携幼入室) 술단지에는 담근술이 가득차 있다(有酒盈樽) 술단지와 잔을 끌어당기어 혼자서 마시며(引壺觴以自酌)...등이 나온다 맨정신으로 미치고 헝크러진 속세를 대할수가없어 오직 술만이 그를 참세상 무위가연(無爲自然)의 경지로 이끌어 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본래 초나라 미치광이 노래로 공자를 비웃겠노라”하고 그의 울분을 외치고 두주(斗酒)와 함께 달을 벗삼아 일생을 마친 시선(詩仙) 이태백은 수백여수의 명시중에서도 “마주앉아 대작하니 산꽃도 피고 한잔 한잔 또한잔에 나는 취해 잠들테니...등의 사십여수의 술노래를 남겼다 1562년우리고장 만경현 불거촌(佛居村현화포리)에서 경천동지할 기인(奇人)이 태어났다 이름은 일옥(一玉)이요 호는 진묵(震?)이다 출생후 3년동안 초목이 말라 죽었고 성품이 지혜롭고 자비로워 불거촌에 부처님이 낳았다고 했다 7세에 봉서사에 출가 불경을 한번 읽으면 곧 암송하고 통달하여 스승을 두지 안했다 봉서사 주지는 어린 진묵에게 신중단(神衆壇)의 향을 피우는 소임을맡겼다 그날밤 주지의 꿈에 부처가 향을 피우니 소신(小神)들이 감히 받을수 없다고 현몽했다. 성장한 후 진묵은 곡차라고 하면 마시고 술이라고 하면 마시지 안했으나 항상 만취할 정도로 술을 마셨으며 비승비속(非僧非俗)이라고 자칭하며 구름처럼 천하를 유람했다 한말 초의선사(草衣仙師)가 지은 진묵조사유적고에 진묵의 18가지의 기행이적(奇行異蹟)을 기록했는데 그중에유일한 음주시(飮酒詩)를 남겼다 ”하늘을 이불삼고 땅을 자리삼어 산을 벼개로(天衾地席山爲枕) 달을 ㅊㅗㅊ불로 구름을 병풍으로 바다를 술통으로 삼어(月燭雲屛海作樽) 크게 취하여 문득 일어나 춤을 추지(大醉據然仍起舞) 오히려 긴 소매자락이 곤륜산에 걸릴까 싶네(却嫌長袖掛崑崙)“ 우주만물을 취흥으로 녹여내는 호방한 진묵의 도력이야 말로 좁쌀만한 이해관계에 아웅대는 속세인들에게 맑고 시원한 교훈이 될 것이니라 이렇듯 술은 인생에게 크고 관대한 용력을 주는 원동력임을 어찌하랴 서예가 양석(陽石)의 술시한구절을 겼들인다 석잔술은 대도를 알게 되고(三盃通大道) 한말술은 자연과 만나게 된다(一斗合自然)

황병근 <성균관유도회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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