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탐방-고창 선운서각회
동아리탐방-고창 선운서각회
  • 남궁경종기자
  • 승인 2013.05.2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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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운서각회원들이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고창 문화의 전당 전시실에서 첫 작품전시회를 가졌다.
서각(書刻)은 단순하게 글씨만을 나무판위에 새긴다는 편견 때문인지 미술의 한 분야로 당당하게 인정받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나 서각의 역사는 미술의 역사와 똑같이 발전해왔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각종 문화유산에서 볼 수 있듯이 각종현판에 새겨진 글씨와 그림들이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것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현대에는 각 사찰이나 동호회 현판, 다원의 마음을 다스리는 글, 거리의 위트 넘치는 간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도로 실생활에서 만날 수 있다.

서각은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매력이 넘친다.

그림으로 표현하지 못 하는 것이 없듯이 서각 또한 그림이 되는 것이라면 표현하지 못 하는 것이 없다.

이처럼 매력 넘치는 서각에 흠뻑 빠져 마음공부도 하고 삶의 활력도 찾아가는 서각동호회인 선운서각회(회장 소엽 조명옥)를 소개한다.

▶서각은 우리나라 역사와 그 맥을 같이하고 있는 만큼 해인사 팔만대장경과 같이 불교의 향기가 묻어나는 작품들이 많다.

불교와 인연이 깊은 만큼 서각은 오늘날에도 사찰을 중심으로 왕성한 작품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선운서각회도 그 이름처럼 선운사를 중심으로 태동했다.

지난 2011년 가을, 선운사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중 하나인 서각체험이 인기를 모으자 서각체험을 주도한 지묵스님(현 정읍 태인 옥천사 주지)의 제안으로 지역민에게도 전파해보자는 취지로 선운사 신도회인 선사모와 관음회를 중심으로 서각 교육생을 모집, 기초과정 교육을 시작했다.

취미를 같아 하는 사람들이 함께 배우며 정을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서각동호회 ‘선운서각회·가 결성됐다.

처음에는 20여명이 교육을 받기 시작했지만 1년여의 과정이 끝나는 시점에는 불과 3명의 교육생만이 남아 선운서각회의 뼈대를 이뤘다.

이때 남은 교육생이 현 회장인 소엽 조명옥씨, 풍가 김병옥씨, 수진 염숙희씨로 이들이 선운서각회를 이끄는 주축이 되어 현재는 김영우, 이세호, 조석제, 조미혜, 염주순, 문인순씨 등 9명으로 불어난 회원들이 각자의 개성을 표출하며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배움의 시간은 짧았지만 열정만큼은 어디에 내놓아도 부족함이 없어서인지 1년여만인 지난 2012년 9월에는 선운사 만세루에서 작품들을 처음으로 전시하는 기쁨도 맛 보았다.

2기 교육생을 모집, 가르침을 주던 지묵스님이 갑작스레 태인 옥천사 주지로 떠남에 따라 선운서각회를 책임지게 된 풍가 김병옥씨 등 1기교육생들은 2기 교육생들과 함께 힘을 모아 더욱 작품활동에 매진했다.

다들 직장인이라서 시간이 없다 보니 선운사 공방까지 가는 시간도 부담돼 풍가 김병옥씨의 시골주택을 공방 연습실로 꾸며 일주일에 한번, 또는 각가 시간이 나는 데로 틈틈이 작품활동을 펼쳤다.

▲ 김병옥씨의 병풍.
모르는 것은 선배가 도와주고 인터넷도 찾아보고, 지묵스님의 조언도 받아가며 또다시 1년여 동안 작품을 만든 선운서각회는 지난 5월20일부터 고창 문화의 전당에서 동호회 첫 작품전시회를 개최했다.

생소했던 ‘서각’에 대한 지역 문화예술계의 관심도 높아지면서 여기저기서 서각에 대한 문의를 받고 있다. 주변의 칭찬도 자자하다. 동호회원 모두가 지난 1여년동안의 고생의 흔적을 훌쩍 날려 버리는 기쁜 소식에 용기백배다.

선운서각회는 성공적인 첫 전시회를 계기로 서각의 매력을 지역사회에 알리고 각자의 개성이 녹아있는 작품활동에 더욱 매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인터뷰 :   선운서각회 회장 소엽 조명옥

▲ 조명옥회장
“서각을 배우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고 욕망을 비우다 보면 또 다른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요즘처럼 바쁜 세태에 무엇을 쫓는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우리네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마음이 쉴 수 있는 서각을 권하고 싶다.”

선운서각회 조명옥 회장은 서각을 배우며 느낀 자신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누구라도 서각에 도전해 보길 권했다.

그만큼 서각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는 것이다. 조 회장이 서각을 접한 것은 불과 3년전.

직장과 가정이라는 이중고에 항상 머리가 묵직했던 조회장은 마음을 비우려고 선운사 선방을 찾았다.

조 회장의 이야기를 듣던 지묵스님은 서각을 시작해보면 어떻겠느냐며 조 회장에게 서각의 입문을 권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작한 서각은 조회장에겐 스트레스와 잡념을 날려버리는 최고의 선물이 되었다.

조 회장은 “한 뜸 한 뜸 조각도로 목판을 파내며 채우려 하기보다는 비우려 노력한다. 서각에 집중하다 보면 서너 시간이 훌쩍 지나며 직장과 가정 등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와 욕심에서 비롯된 욕망에서 벗어나 마음이 깨끗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며 서각의 매력을 자랑했다.

이어 조 회장은 “아직은 많이 미숙하지만 회원들과 힘을 모아 실력을 배양해 지역문화예술 발전에 일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창=남궁경종기자 nggj@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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