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생태계 변화와 강소기업의 육성
새로운 생태계 변화와 강소기업의 육성
  • 원용찬
  • 승인 2013.05.21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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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같이 아름다운 계절에 산의 능선 길을 따라 나뭇잎 사이로 부서지는 햇빛과 언뜻 언뜻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일은 여전히 경이로운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오늘 아침도 동네 황방산을 오른다. 뒷산에 울창한 숲에만 올라가 보더라도 지난여름에 거세게 스쳐간 태풍의 흔적이 아직도 선연하다. 거대한 고목나무는 쓰러진 채로 누워있고 그 뿌리 옆에는 훌쩍 커버린 수풀이 세월의 무상함을 보여준다. 벌써 1년 만에 큰 나무들이 뽑힌 자리에서 그 동안 그늘에 가려져있던 또 다른 나무들이 고만고만하게 다투고 크면서 제법 산길의 지형까지 바꿔놓고 있는 것도 눈에 띤다.

황방산이나 기업의 생태계나 마찬가지로 튼튼하게 뿌리를 내린 작고 강한(small strong) 나무들만이 새롭게 버텨가면서 숲의 지도를 새롭게 그려가는 것이다. 우리가 작고 강한 나무들을 강소기업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또한 아름드리나무들의 그림자 속에 가려지고 우리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채 숨겨져 있는 챔피온(hidden champion)이라고 할 수 있다.

숲의 일생처럼 세계의 경제생태계 역시 급변하는 외부환경을 맞이하고 있다. 50년을 주기로 세계경기 변동을 가늠하는 콘트라티에프 파동이 현재 침체국면에 들어서고 세계 경제 질서를 지탱했던 미국의 헤게모니도 후퇴하여 세계는 혼란기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다.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여파와 더불어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에다 일본도 양적완화로 안간 힘을 다하고 중국도 내수부진에다 투자까지 감소하고 있어 우리를 둘러싼 주변 환경은 메카톤급 태풍과 다를 바 없게 되었다.

한국경제 전체적으로도 하강의 경기침체 국면에 들어서 있다. 대기업들도 위기경영으로 몸집을 줄이고 신수종 사업에 뛰어들거나 중소기업들도 작년 조사에서 56.7%(300개 기업 조사)가 현재를 위기상황(매출과 이익감소, 재고증가, 원가상승, 자금부족)으로 인식할 정도다. 특히나 중소기업은 9988이라는 말처럼 전체 기업 비중에서 99%를 차지하고 총 노동인구의 88%를 품고 있어서 앞으로 한국경제의 탈출구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통한 고용창출이 아니면 어려울 지경이다.

한국 기업의 생태계는 아직도 오늘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그리고 자이언트 기업의 중소기업 쥐어짜기의 수탈적 관계로 형성되어 있다. 지금 갑과 을의 종속관계가 메가톤급 주제로 떠오르면서 다시 경제민주화가 폭풍의 핵으로 자리 잡고 방향타만 만지작거리고 있지 않나 싶다. 어차피 우리는 ‘대기업/수출 중심/고환율 등의 정부의 특혜성 지원/중소기업의 억압적 불평등’의 재생산 구조에서 벗어나 ‘중소기업/내수 중심/임금 안정과 구매력 확충/사회적 동반과 평등’의 순환경제의 패러다임으로 전화해야 할 시점이다.

이제 새로운 사회적 전환을 계기로 크고 작고 적당한 크기의 온갖 수종(樹種)들이 다양하게 살아가면서 강소기업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징검다리 또는 롤 모델을 이루고 숲의 전체 중간영역을 튼튼하게 유지하여 나중에 대기업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공생의 진화구조를 갖춰야 한다.

길가의 가로수로 최대 35m까지 자라는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뿌리가 깊지도 않은데 태풍에 쓰러지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뿌리들이 서로 서로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체 생태계 네트워크의 매듭 마디마다 강소기업이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조금은 익숙한 경제학자 슘페터는 강소기업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시사점을 던져 준다. “새로운 제품,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생산방법의 도입으로 창조적 파괴를 이루고 ... 이것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기업가의 꿈과 의지, 열정, 모험, 도전, 창조, 성취욕을 강조한다. 여기다가 슘페터는 한마디 더 거든다. 자본가와 기업가는 결코 같지 않다. 자본가는 이윤을 얻기 위해 온갖 술책을 마다하지 않으나 기업가는 자신의 영토를 만들어가기 위한 야망과 열정으로 세상을 경영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지나치게 빠른 속도는 곧 벽에 부딪히고 너무나 커버린 덩치는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하고 무너지게 마련이다. 갑론을박하며 서로가 존재를 인정하는 동등하고 경쟁적 생태계와 달리 갑이 겁박하고 을이 굽실거리는 갑박을종의 야만사회는 결코 오래갈 수 없다. 수도권과 중앙정부가 갑이고 지방은 하대 받는 을의 구조도 역시 마찬가지다.

새롭게 변화하는 5월의 숲이 푸른 기운으로 가득차서 아름답듯이 대기업 몇몇의 소수 자본가가 아닌 수많은 기업가들이 모험과 창조정신으로 충만한 생태계를 만들어가야만 우리들의 살 길이 보인다.

원용찬 <전북대학교 상과대학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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