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때려도 안 되고 맞아서도 안 된다.
120. 때려도 안 되고 맞아서도 안 된다.
  • 문창룡
  • 승인 2013.05.2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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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야기〕120. 때려도 안 되고 맞아서도 안 된다.

“말을 듣지 않으면 냄비에 넣고 요리를 해 먹어버리겠다.” 도깨비가 옆모습을 보이다가 정면으로 나타나 무서운 얼굴을 하며 하는 말이다. 부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아이들을 혼내주는 스마트 폰 어플(application)의 한 장면이다. 도깨비를 활용해서 만든 것인데 여러 나라에서는 인기리에 사용되고 있다. ‘아이가 밤마다 잠을 안 자려고 해서 힘들었는데 도깨비전화를 받고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갔다.’는 사용 후기나 이상하리만큼 효과가 있다는 방송이 보도되면서 사용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것을 사용하는 부모들이 100만 명가량 된다고 한다. 이 방법이 옳은지 그른지는 옛날의 부모들이 자주 사용했던 ‘호랑이가 잡아 간다.’ ‘귀신이 잡아 간다.’와 같은 맥락에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잠을 자지 않을 때, 이를 닦지 않거나 씻지 않을 때, 정리 정돈을 하지 않을 때, 밥을 잘 안 먹으려고 할 때, 약을 먹지 않으려고 막무가내로 떼를 쓸 때와 같이 부모를 당황스럽게 하는 사례를 만난다. 어르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지만 부모의 말이 먹히지 않을 때가 많다. 도깨비전화와 같이 위협적인 방법도 잠시 뿐일 때가 많다. 결국 인내심에 한계를 느낀 부모가 아이를 때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를 때리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체벌이 육아를 위한 마지막 수단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체벌이 일시적인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부모는 화를 식히게 되고 아이가 잠시 동안은 말을 잘 듣는다. 그런데 정작 부모의 속마음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아이에게 폭력을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내면적인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다. 더 좋은 해결책이 있었으면 하고 바란다. 체벌이 좋은 육아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육아를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때리는 일이 생긴다. 하지만 고의적으로 때려서는 안 된다. 아이가 부모를 화나게 하거나 부모 스스로 화난 것에 대한 반응으로 체벌이 간주되어서도 안 된다. 체벌이 보여 주는 상징적인 교훈 때문이다. 매 맞으며 자라는 아이는 분노를 바람직하지 못한 방법으로 다스리는 것을 배우게 된다. 부모들은 손위 아이들이 동생들에게 손찌검하는 것을 불쾌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아이들을 때릴 때 다른 자녀들이 그와 똑같은 행동을 배우고 있다는 것을 망각한다.

체벌하지 않고 자녀를 양육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할지라도 아이가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했을 때 부모는 아이를 존중하면서 제지하고, 바르게 행동할 것을 요구하도록 하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반대로 아이가 부모를 때리며 덤벼드는 것을 용납해서도 안 된다. 철없는 아이의 장난 같은 행동일지라도 그냥 받아 넘겨서는 안 된다. 이러한 행동은 아이나 부모 모두에게 해를 끼치는 결과를 가져온다. 부모를 때리는 아이는 불안감과 함께 부모의 반격을 두려워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부모도 이러한 아이의 행동을 보며 미움과 분노를 느낀다. 아이가 부모를 때리는 행동을 묵인해서는 안 되는 심리적인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자녀가 잘못했을 때 부모가 원하여 자녀로 하여금 부모를 회초리로 때리게 했다는 이야기는 매우 잘못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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