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담축제의 말 경기
나담축제의 말 경기
  • 진동규
  • 승인 2013.05.2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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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나라 몽골, 나라가 온통 말들을 위한 초원이다. 그 넓은 대지에 논두렁 밭두렁은 없다. 그러니까 사람이 먹을거리를 재배하는 시설은 없다는 말이다. 말들을 위한 드넓은 초장에 사람들이 이동할 수 있는 도로는 이따금씩 보일 뿐이다. 사람의 집은 초장 어디 메쯤 해서 천막 한 채로 놓여 있다. 이른바 게르다. 게르는 애초에 말을 따라다닐 수 있도록 고안된 천막인 셈이다. 그 천막 안에서 사람들은 말 젖을 먹고 사는 것이다. 말 젖으로 과자도 만들고 술도 만든다.

일주일 일정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라곤 말 생각뿐이다. 하기야 몽골 체류기간의 절반을 말과만 살았다. 말을 타고 강도 건너고 산도 넘었다. 말을 타기 위해서 잠도 자고 밥도 먹었다. 말에 푹 빠진 셈이다.

나담 축제! 몽골의 절정은 나담 축제였다. ‘말을 닮아 말 같은 삶들이 벌이는 말 축제다. 말같이 용해 빠진 사람들이 벌이는 판’이라는 표현이 허용되려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용보다는 이것이 축제를 명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축제 본부는 수도 울란바토르인데 말경기는 이백여 리쯤 떨어진 곳에서 벌어진다고 했다. 여행기간 내내 한 식구로 살았던 봉고차 운전사가 더 반가운 기색이었다. 말같이 착한 친구 제 차를 말처럼 몰고 말 경기장에를 가자는 말에 말처럼 콧바람을 불어대고 싶은 표정이었다.

나담 축제는 칭기즈칸 이전부터 행해왔던 행사였는데 칭기즈칸 시대에 들어 국가적 행사로 육성시켰다고 한다. 행사에 참여하는 기수대들이 군인들인데 그때부터의 전래의식이라고 한다.

말 경기장으로 가는 길은 흡사 전장을 방불케 했다. 왕복 사차선 도로를 왕복 구분없이 가득히 질주하는 모습들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중앙선을 무효화해버린 것만이 아니라 커브길에서는 도로를 이탈하여 들판을 윙윙거리고 치닫는 것을 어쩌랴. 경찰관이 나와 있기는 하지만 제재 한마디 없다. 어쩌다 역으로 다가오는 차가 나타나면 서로 조금씩 비켜주면서 피할 뿐이다.

얼마를 달렸을까. 산 여기저기에 자리를 잡고 텐트를 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풀밭일 뿐이니까 동으로 서로 남으로 또는 뒤로 편한 대로 자리를 잡는 것이다.

‘저기 먼지 같은 것이 보이지요?’ 손을 뻗어 가리키는 곳이 경기장이라고 했다. 말은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데 그곳 가까이에 가면 인파에 묻혀서 먼지가 이는 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수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기 때문에 어느 쪽으로 나타날지 모른다며 먼지 오르는 곳만 탐색하고 있었다. 지역예심을 거쳐오는 기수들이라며 오랜 세월 수련을 한 선수들이라며 응원을 덧대고 있었다. 멀리서 피어오르는 먼지 구름을 가리키며 저기 또 어디 고을의 말들이 들어오고 있다며 어조에 흥분이 묻어나고 그러는 것이다. 경기는 환상 속에서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빨간 승용차가 한 대 산을 올라왔다. 예의 그 미모의 여자 운전사 맞다. 서로 추월 경쟁을 벌이다가 추월당하니까 ‘여자니까 봐준다.’며 말같이 웃던 그 차다. 귀엽게 생긴 아이의 손을 자고 내렸다. 엄마는 세상을 향하여 눈을 뜨고 있는 아이에게 말경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터이다. 놓쳐서는 안 될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구름이 우리에게 그늘을 내려주고 있었다. 운영이 선연하여 무어라 무어라 말을 건네오는 것 같았다. ‘바다의 파도를 구경 못한 당신들은 해일 경기를 벌이 것이지요?’

실로 해일 흡사한 장면으로 비쳤을 것이다. 말 잔등 위에서 화살을 날리며 치닫던 칭기즈칸의 파도들도 꼭 이러하였지 싶었다.

나담이 세계적인 축제로 평가받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은 한참 뒤에야 정리가 되었다. 말 한 마리 만나지 못한 말 경기, 온 국민이 말이 되고 기수가 되어 함께 치닫고 있었던 것이다.

진동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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