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포커스]수도권 규제 완화, 더 이상 안된다
[이슈 포커스]수도권 규제 완화, 더 이상 안된다
  • 최고은기자
  • 승인 2013.05.1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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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움직임이 전국을 들썩거리게 하고 있다.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어쩔 수 없다는 논리이지만 2천500만 비수도권은 “지방경제를 역행하는 처사이다”며 강한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단골 정책 메뉴로 거론되는 수도권 규제완화는 이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 같은 존재이다. 이는 비수도권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상생발전할 수 있는 규제완화 정책 검토가 요구된다.

■ 수도권 지자체 입장

경기도는 수도권 규제로 기업 투자가 막힌 규모가 14조4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수도권의 규제를 풀어 국내외 자본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기도는 지역별 특성에 따라 ‘군사시설보호구역’, ‘상수원보호구역’, ‘개발제한구역’, ‘팔당특별대책지역’, ‘농지법’ 등 10여 가지의 규제법으로 이중, 삼중의 규제를 받아 기업의 경제활동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수도권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는 그 효과는 미미하고 부작용만 낳았고, 그 결과 수도권에 입지했다는 이유만으로 온갖 역차별에 시달리며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가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 전북 등 비수도권 반발

정부는 지난달 28일 테스크포스(TF)팀을 가동, 기업인지 규제와 수도권 규제, 환경오염 규제 등을 연구대상에 포함하는 수도권 규제 완화를 검토 중에 있다. 경제 5단체와 경기도 등은 그동안 기업투자 발목을 잡는 수도권 규제 정책으로 ‘수도권 정비계획법’과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을 언급해 온 바 있어 이번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 추진 당위성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비수도권의 반발은 거세다. 전북도를 포함한 비수도권 13개 지역 시도지사 및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지역균형발전협의체는 지난 7일 전국균형발전지방의회협의회와 연대해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중단을 강력히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협의체는 성명서를 통해 “최근 수도권 내 자연보전권역으로 4년제 대학 이전을 허용하려는 것은 지방살리기에 앞장서야 할 정부가 오히려 ‘선지역 균형발전, 후수도권 규제 완화’라는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크게 역행하는 것이다”며 “수도권 정비계획법 시행령 개정과 수도권 기업 활동 규제 완화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국가균형 발전과 지방살리기 정책을 적극 실현할 것”을 주장했다.

전북도의회와 전주시의회도 지난 1일 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수도권 과밀집약에 신음하는 비수도권 지역의 실정을 철저히 무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수도권 규제 완화 논의를 전면 비판했다.

■ 지역경제 직격탄 우려

수도권에 규제가 완화될 경우 지자체가 안게 될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지역경제다. 그동안 수도권 지역에 묶여있던 각종 규제가 풀리면서 수도권은 더욱 비대, 비수도권과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 역시 수도권 지역에 공장 신증설이 가능해짐으로써 접근성을 이유로 비수도권과의 접촉이 조금씩 줄어들 것이라는 게 각계의 반응이다. 이는 곧 지역경제의 근간이기도 한 수도권 기업유치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19일 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북으로 이전한 수도권 기업은 12곳에 이른다.

작년도의 경우 수원에 한 기업이 도내에 발을 들였고 2곳이 공장을 증설하는 등 수도권 기업 전북유치가 해마다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 규제가 완화될 경우 이 또한 긍정적 전망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저렴한 땅값과 고용이 주된 장점이었던 지자체였지만 수도권 규제가 풀리면서 접근성을 이점으로 지역을 찾는 발길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 규제완화 정책에는 수도권 내 대학들의 이전도 허용하고 있어 정치, 경제, 문화에 이어 교육까지 수도권 쏠림현상이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수도권 자연보전권역으로 묶여있는 경기 동부지역 일부 지자체에 대학 이전이 허용되는 것으로 4년제 대학, 교육대학 및 산업대학의 이전이 모두 허용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수도권 쏠림 현상 등으로 인해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이 상당한 지방대학에는 난제가 아닐 수 없다.

■ 균형발전 정책 절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적극 추진할 것을 밝힌 바 있다. 이는 곧 수도권 중심이 아닌 비수도권 모두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국가를 만들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수도권 규제완화는 국가균형발전과 지방살리기 정책이 먼저 실현돼야만 가능하다는 데에 부정하는 이는 없다. ‘선지역균형발전·후수도권규제완화’는 변치않는 국가명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도권 규제완화가 지역균형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검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역균형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현재 혁신도시 건설 역시 국가균형발전의 성격과 부합하는 만큼 수도권 규제 완화 움직임에 신중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수도권 규제완화가 지자체 기업유치의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부수 제도의 개선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지자체가 수도권 기업을 유치할 경우 기업이전 보조금을 지원해주고 있는데 부처 실링에 한해 전국 지자체에 배분되기 때문에 실제 기업 유치 활용에는 상당한 난제가 될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도 관계자는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움직임으로 이전을 백지화하겠다는 등 기업들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규제완화가 전면 시행될 경우 도내 기업유치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고은기자 rhdms@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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