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타이레놀 리콜사태
어린이 타이레놀 리콜사태
  • 김형준
  • 승인 2013.05.1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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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타이레놀 리콜 사태!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최근 발생한 한국얀센의 어린이타이레놀현탁액 리콜 사태는 정말 황당하다 못해 헛웃음 나올 일이였다. 약품제조과정의 생산 설비에 이상이 발생하여 약품을 주입하는 자동설비 대신 수작업으로 용기에 약품을 주입하였고 결국 과다 함량의 성분이 일부 제품에 들어갔다고 한다. 더욱 황당한 것은 미세한 양에 따라 인체 반응이 달라지는 의약품, 그것도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약품의 용량을 수작업으로 조절했다는 것도 어이가 없지만, 회사가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도 한 달 뒤에나 당국에 신고하고 조치를 취했다고 하니 최고전문가들이 모였다는 세계적 다국적 제약사의 안전 불감증이 이렇게 심각한 줄은 정말 몰랐다. 여기에 해당 의약품이 오랫동안 절대적인 신뢰받아 왔던 ‘타이레놀’이었다는 점과 약을 복용하는 대상이 신생아를 포함한 어린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회사의 의약품 안전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였다는 데 실망감을 감출 수 없으며 어떤 비난도 피해가기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의 의학적 성분명)함량 초과된 약을 복용하고 문제된 어린이가 아직까진 나오지 않은 것이 정말이지 천만다행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처럼 심각한 일이 이대로 묻히고 보건당국이나 제약업계에서 재발방지를 위한 책임 있는 후속 조치들이 빨리 나오지 않는 것이 더욱 문제라고 생각된다. 국내에서 의약품을 제조에는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라는 품질관리 기준이 있고 이 기준의 인증을 받은 약품만이 시중에 판매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통해 몇몇 전문가들은 GMP제도의 허점이 여실히 들어났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철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타이레놀시럽 리콜사태로 본 GMP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GMP 개선이 필요하다는데 많은 국회의원과 전문가들이 목소리를 냈다고 한다. 오제세(민주당)의원은 “최근 타이레놀시럽 사태에서 GMP제도의 틀과 규모는 발전해왔으나 내용적인 면에서는 매우 미흡하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하며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자발적 신고에 의존해 의약품을 관리·운영하기 때문에 치명적인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며 “허가 후 강제실사 등의 사후관리 규정이 없는 현 GMP제도의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결국 현행 GMP 제도가 보건당국의 적극적 개입이나 사후 검증이 없이 단순히 제약사의 자체 관리와 신고로 운영되어 왔다는 것이고 의약품이 허가 후 한번 시중에 나오면 사후 안정성 모니터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되어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제약사 별로 시판사후조사연구(Post Market Survey: PMS)를 실시하고 있지만 자사 약품에 대한 자발적 연구이다 보니 객관적 자료로써 신빙성에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시중 판매중인 의약품의 안정성이 문제되어 판매 금지되는 경우도 국내의 자체적인 연구나 보고보다는 대부분 미국의 FDA 등의 조치를 보고 뒷북치는 식의 대응이 대다수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처럼 국내 제조공장에서 이루어진 문제는 제약사 자체의 신고가 아니면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또한 아무리 좋은 약도 한국인의 체질이나 특성에 따라 안정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고 투약 초기에는 알 수 없던 부작용도 장기 사용 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사후 안정성 모니터링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아직 임상적 적용에 무리가 따르는 초기 임상시험을 통과해 놓고 대단한 신약을 개발한 것처럼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정작 안전성 문제는 사후약방문식 태도를 보이는 제약사나 의약품 개발에는 수천억 원씩 투자지원하고 예산을 배정하면서 안전관리에는 그 십분의 일도 채 지원하지 않는 정부의 모습을 이제는 벗어나야 할 것이다. 정부가 의약품 안전관리체계를 위해 지난해 설립한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 올해 책정된 예산은 약 65억 원(20여개 지역약물감시센터 운영 포함)에 불과하다고 한다. 의약품의 안전과 효과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아무리 효과가 뛰어난 약이라도 안전에 문제가 있다면 약이 아니라 독(毒) 일뿐이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의약품 부작용 보고 등 안전관리시스템을 갖추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 또한 우리나라가 세계 7대 제약강국 도약을 꿈꾼다면 단순 신약 개발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의약품 안전관리시스템에도 많은 투자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것이어린이타이레놀현탁액 리콜사태가 이대로 묻혀서는 안 되는 이유이며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김형준 / 신세계병원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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