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장학숙 건립 러시](하)인재양성이냐, 소수 위한 정책이냐
[지자체 장학숙 건립 러시](하)인재양성이냐, 소수 위한 정책이냐
  • 소인섭기자
  • 승인 2013.05.12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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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내에서는 한 해 대략 2천 명이 수도권 대학에 진학한다. 한 해 약 2만5천 명이 졸업하고, 수시합격생을 뺀 재수생 포함 수능응시생이 2만2천여 명인 것을 감안하면 100명 중 8명 정도가 서울로 올라간다.

이 가운데 지자체의 선택을 받는 대학생은 몇 명이나 될까. 전북도와 전주시·고창군·남원시·정읍시 등 이미 수도권에 장학숙을 뒀거나 건립중인 곳의 수용인원을 모두 합치면 712명(전북도 서울장학숙 고시생 포함). 신규 입사생은 정원의 약 30∼40%를 선발하는데 올해는 전북 서울장학숙 108명을 포함해 169명, 건립예정인 곳을 포함하면 237명이다. 정읍의 입사자격은 대학생을 포함한 모든 학생이다. 이렇게 볼 때 수도권 대학생(신입생 기준)의 10명중 2명이 혜택을 보는 셈이다.

선택받은 학생은 어떤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일까. 정읍시 관계자는 “추진중인 서울장학숙은 단순 숙소를 벗어나 인적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지역출신 유명인사 멘토링, 동아리 형성 정보교환, 폭넓은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기 때문에 인재양성의 요람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전북도의 서울장학숙은 오는 20일 정운찬 전 총리를 초빙, ‘동반성장과 경제민주화’란 주제의 교양강좌를 연다.

장학숙 건립은 사업비가 만만치 않다. 올해 말 준공 예정인 남원시는 65억2천만 원, 정읍시는 75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건립비용은 지자체가 일부 출연하고 이미 조성한 장학기금으로 충당할 수 있지만 매년 수 억원을 추가로 지출해야만 운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북도(전북인재육성재단)의 경우 서울과 전주장학숙에 매년 운영비 10억 원과 개보수비 등 27억 원을 쏟아 붓고 있다.

지방재정이 열악한 지자체가 소수를 위한 장학숙에 예산을 투입하지 말고 전체 학생 장학을 위해 힘을 쏟으라고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학부모회와 농민회·전교조 등 정읍지역 단체는 “정읍시민장학재단은 수도권 대학으로 유학하는 학생들만을 위한 재단이 아닌데 기금으로 장학숙을 짓는 것은 비수도권 대학생에 대한 차별이다”면서 “숙소마련 비용을 절감하려는 취지라면 다니는 대학교와 상관없이 대학생 전세자금을 지원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는 장학숙을 추진하려던 지자체에서도 나온다. A 씨는 “예산투자 대비 효과가 있으냐를 따져 봐야 하는데 지자체에서 그렇게 많은 예산을 들일 필요가 있느냐”면서 “많은 학생에게 균등하게 준다면 몰라도 특정학생에게만 투입하는 것도 따져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수혜 대상뿐 아니라 일반 시민 가운데 찬성하는 이도 많다. 연세대 2학년인 B양은 “3분의1도 안되는 비용인데 제반 시설을 물론 장학숙에서 인맥을 형성하도록 하는 서비스까지 나무랄 게 별로 없다”고 자랑했다. C(여·김제)씨는 “서울 유학비용은 절감시키면서 인재를 육성할 수만 있다면 공공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일 수 있다”고 찬성했다. 대안도 제시된다. D(전주시) 씨는 “지자체마다 장학숙을 만들 것이 아니라 인근 지자체가 인구비례로 출연해 건립하면 적은 비용으로 고효율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고 서울시의 공동학사도 참여해 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소인섭기자 isso@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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