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624>사타구니에 가래톳이라도
가루지기<624>사타구니에 가래톳이라도
  • <최정주 글>
  • 승인 2013.05.05 17: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1. 강쇠의 전성시대 <4>
 “정제서 시암을 파고 있소? 물 지달리다 목 타 죽겄소.”
 
여자가 조금 큰 소리로 재촉했다.
 
“예, 가꼬 가만요.”
 
강쇠 놈이 대답은 그리하면서도 사타구니 사이의 놈을 어찌할까 잠시 궁리에 잠겼다. 바지를 들추고 하늘을 향해 있는 놈을 한 손으로 붙잡을 수도, 그렇다고 놈을 세운 채 나가기도 멋적었던 것이었다.
 
강쇠 놈이 이럴까 저럴까 엉거주춤 있는데, 여자가 다시 한번 재촉했다.
 
“정제에 물이 없는갑소이.”
 
“아니요, 아니구만요”
 
강쇠 놈이 에라 모르겄다, 중얼거리며 부억을 나와 여자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아무래도 여자의 눈에 강쇠 놈의 걸음걸이가 이상해 보였던 모양이었다.
 
물바가지를 받으면서 여자가 물었다.
 
“어디 아프시오?”
 
‘아니요, 아프기넌요.“
 
강쇠 놈이 얼른 돌아섰다. 
 
“어기적 거리는 것이 꼭 사타구니에 가래톳이라도 슨 것 같구만요. 여그 물맛언 언제 묵어도 달당깨요. 쩌 아래 정제나무밑 시암에서 질러 왔지라?”
 
여자가 물바가지를 마루에 내려 놓으며 물었다.
 
“잘 아싱구만요.”
 
“한 두번 묵어봤간디요. 헌디, 혼자 사시요? 한 눈에 본깨 총각언 아닌것 같은디.”
 
“혼자넌 안 사는디, 시방언 혼자요. 마누래가 친정에 갔거덩요.”
 
“적적허시겄소. 헌디, 여그 살던 큰몰네넌 어디로 갔소? 그 여자헌테 실값이랑 분값이랑 바늘 한 쌈 값 외상논 것이 있는디.”
 
“몰르제요. 우리가 왔을 때넌 집이 비어있었소.”
 
강쇠 놈도 옹녀 년이 제 집이라면서 들어가 살자고 해서 살고 있을 뿐, 집의 내력은 모르고 있었다.
 
“흐기사, 어디서건 만날테지요. 못 만나서 떼묵히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방물장수 여자가 무심히 말했다. 
 
어쩌면 외상값을 못 받을지도 모르는 처지인데도 걱정 한 마디 없는 방물장수 여자를 강쇠 놈이 흘끔 돌아보았다.
 
어슴프레한 어둠 속에서 여자의 두 눈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