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수 영화평론가가 본 JIFF - 영화 ‘모바일 홈’을 보고
장병수 영화평론가가 본 JIFF - 영화 ‘모바일 홈’을 보고
  • / 장병수
  • 승인 2013.05.0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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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사이 다양한 여가 문화의 확산에 힘입어 캠핑카에 대한 관심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오늘도 지상파 방송에서는 가족과 함께 캠핑카를 타고 일명 로드투어(road tour 지방순회공연)를 하고 있는 박희수라는 가수의 인생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박씨는 모 방송의 ‘나는 가수다2’에서 인정받을 만큼 능력있는 4집 앨범까지 낸 가수다. 그러나 그는 한 번도 자신의 노래를 불러보지 못할 정도로 언제나 남의 노래를 부르며 공허한 삶을 살아 왔다고 한다. 그러던 중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자 가족과 함께 버스를 개조한 캠핑카를 이용한 로드투어를 하고 있다.

음악을 사랑하는 벨기에 출신의 시몽(Simon)과 줄리앙(Julien)이란 두 청년이 분수에 맞지 않게 캠핑카를 구입해서 무작정 유럽일주를 시도한다. 이 이야기는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스케이프’에 초대된 벨기에 출신의 프랑소와 피로 Francois Pirot 감독의 <모바일 홈 Mobile Home>이란 영화 이야기다.

시몽은 여자 친구와 헤어진 후 직업을 버리고 시골에 있는 부모님 집에서 살고 있다. 그의 오랜 친구인 쥴리앙 역시 건강이 좋지 못한 늙은 아버지를 돌보며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어느 날 시몽이 줄리앙 집을 방문하며 둘은 재회한다. 30살이 된 두 청년은 10대 때부터 꿈 꿔온 유럽일주를 하기로 결심한다.

그들은 인터넷 구글 지도를 보면서 모스크바도 가보고, 노르웨이도가보자고 한다. 시몽은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대형 중고 캠핑카를 구입해서 둘의 여행은 시작된다. 그러나 두 청년의 여행은 여러 난관에 부딪치면서 지연된다. 건강이 좋지 못한 아버지를 혼자 두고 떠나려는 시몽의 우유부단함, 캠핑카의 고장, 수리비 마련을 위한 아르바이트 등등. 급기야 두 청년은 각자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줄리앙은 아버지 곁으로 여행(?)을 떠나고, 시몽은 혼자서 캠핑카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시몽과 줄리앙이 함께하는 여행은 실패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자신들의 분수에 맞지 않은 캠핑카를 구입한 것이 화근이었다. 젊은이답게 몸으로 부딪치는 여행을 계획했다면 시몽의 부모님 반대도 없었을 것이고, 시몽 부모님과의 추격전으로 발생한 캠핑카 고장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 속담에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해라!”라는 말이 있음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본다. 실패의 두 번째 이유이자 근본적인 이유라 할 수 있는 여행에 대한 구체성과 목적성의 부족이다. 그들은 애당초 뚜렷한 유럽일주 여행을 세우지 않았고, 막연히 현실을 도피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다보니 여행의 쾌적함만을 추구한 캠핑카 구입이라는 신중하지 못한 결정으로 이어졌고, 특히 둘만의 공통된 계획의 부재가 둘만의 여행을 방해한 것이다.

비록 <모바일 홈>이 떠나지 못한 로드무비일지언정, 피로 감독은 이 영화의 플롯을 통해서 떠나지 않으면서도 ‘로드무비’가 추구하는 ‘성장’이라는 아이콘을 잘 만들어 놓았다. 시몽과 줄리앙은 30대다. 그 나이에 ‘성장’이란 아이콘이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고 생각하면 떠나라. 무모한 시작이었지만 시몽과 줄리앙도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지 않았는가!

/ 장병수<호원대 교양학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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