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팹랩(FAB Lab)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팹랩(FAB Lab)
  • 김동영
  • 승인 2013.04.30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이 가진 아이디어가 상품화된다면 대박이 날 거라고 생각한 것들이 있을 것이다. 1980년대 초반 내가 아는 어떤 분은 입만 열면 충전을 해서 하루 종일 따뜻하게 입고다닐 수 있는 온열외투에 대한 아이디어를 말하곤 했다. 이 아이디어는 이미 상품화되어 야외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는 머스트해브상품이 되었다. 또 어떤 사람은 분말 막걸리를 만들어서 여행 갈 때 가볍게 들고 가서 현지에서 물에 타서 마시는 상품을 만들면 대박 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직접 시제품으로 만드는 일에 착수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왜냐하면,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는 장비를 구입하기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전문적 지식을 쌓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팹랩(FAB Lab)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팹랩은 ‘제작 실험실(Fabrication Laboratory)’의 약자로 시제품제작에 필요한 CNC, 레이저 커터, 쾌속 조형기, 3D 스캐너 등의 장비를 갖추고, 이를 다루는 각 분야의 전문가가 디자인부터 설계, 모형제작, 성능평가 등을 지원하며 누구에게나 공개된 연구실을 말한다.

팹랩의 시초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닐 거센필드 교수가 2004년 풀뿌리 발명그룹(the Grassroots Invention Group)과 비트와 원자센터(the Center for Bits and Atoms)의 공동연구를 위한 메세추세츠 기계연구소의 미디어 연구소에서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만드는 연구 프로젝트에서 출발하였다. 현재 팹랩은 “거의 모든 것을 만드는 방법”이라는 별칭으로 MIT대학의 인기 과목이 되었다. MIT대학은 이후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의 20개 도시 및 인도, 노르웨이, 아프가니스탄, 가나 등 세계 16여 개국에 50개 이상의 팹랩 설립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에도 올해 3월 세운상가에 팹랩서울이 만들어지는 등 현재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 51개국에 241개가 운영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팹랩은 3곳 정도다. 미국 로레인 카운티 커뮤니티 컬리지(LCCC)팹랩은 대학교에서 운영비를 지원하고 은퇴한 교수가 매니저를 담당하며 학생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하면서 대학 재학생 및 지역 내 중고등학생을 위한 교육에 활용된다. 네덜란드 아멀스푸르트(Amersfoort) 팹랩은 외부의 지원 없이 4명의 예술가가 사비 5000유로로 시작한 공공형 팹랩으로 모든 개인에게 열려 있으며 14명의 매니저가 자원봉사로 활동하고 있다. 영국 맨체스터 팹랩은 창업자나 사업자들에게 빠른 시간 안에 고품질의 시제품 제작을 서비스하는 것을 목표로 유료로 장비대여 및 창업컨설팅을 지원한다.

팹랩은 몇 가지 공통된 원칙을 공유하고 있다. 첫째는 기계를 다룰 수 있는 기초교육만 받으면 누구에게나 무료로 또는 낮은 사용료로 사용가능하도록 공개한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생활용품이나 가구 또는 장난감 등을 만들 수 있고, 제조업분야 창업자들은 완성된 상품을 위한 시제품(prototype)을 만들 수 있다. 팹랩에서는 아이디어가 허황된 생각에 그치지 않고 시각화된 물질적 실체로 만나 볼 수 있는 마술 같은 일을 누구나 경험할 수 있다. 결국, 팹랩은 상상력과 창의성이 도시와 국가의 경제적 부가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

두 번째 원칙은 만들어진 시제품에 대한 다양한 테스트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제조업분야 창업자들이 창업 전에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은 사업 아이디어가 실제로 시장에서 성공가능성이 있는지를 미리 테스트해 볼 수 있으면 하는 것일 것이다. 팹랩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상주하면서 제품의 디자인부터 시제품 제작까지를 지원하며, 심지어 창업을 위한 기술, 마케팅, 경영 컨설팅 등을 제공한다.

위와 같은 특징을 가진 팹랩이 한국전통문화전당에 들어설 전통문화창조센터의 운영계획에 포함됐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전주는 지역적 특성에 따라 IT나 미디어기반의 창조산업이 활성화되기에 어렵지만, 장소기반의 제조업적 창조산업은 성공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무엇이든지 만들어볼 수 있는 팹랩은 지역의 한계로 돈이나 장비가 부족해 좋은 아이디어가 사장되는 일을 막고 제조업기반의 창조적 문화산업이 활성화되는데 훌륭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 믿는다.

김동영<전주시정발전연구소 연구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