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를 활용한 주민공동텃밭
폐가를 활용한 주민공동텃밭
  • 김현숙
  • 승인 2013.04.2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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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상업지역의 쇠퇴 정도를 가름하는 중요 지표 중 하나가 빈 점포인 것과 마찬가지로 주거지역의 쇠퇴 정도는 인구증감률과 더불어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고 있는 빈집 비율에 의해 측정될 수 있다. 주거지 쇠퇴로 발생한 빈집은 점차 폐가의 형태로 진행되어 경관상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으며 무단 쓰레기 투기장으로 변질하여 악취와 위생문제, 범죄공간화, 붕괴 및 화재 위험 등의 잠재적 문제까지를 안고 있다.

빈집에 의해 지역사회가 많은 문제에 직면해 있음에 비해, 정작 소유주는 해당지역 이외에 거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문제에 대한 인식의 정도가 매우 낮아 해결책 모색이 용이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빈집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이러한 영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감에 따라 일본, 미국 등의 일부 도시에서는 조례를 제정하여 빈집의 관리의무 및 의무 불이행시 세금부과 혹은 강제집행 등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폐·공가 정비 및 활용방안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시점이다. 도시재생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전주시 노송마을에서는 빈집 중 수리가 불가능한 폐가를 대상으로 공공의 지원하에 철거 후 주민 공동텃밭을 조성하였다. 비교적 단순해 보이는 이 작업 과정은 여러 조직의 이해와 협조를 필요로 했다.

먼저, 폐가 철거는 주민들의 제보 및 현장조사를 통하여 철거 대상지를 물색하였으며 토지대장이나 건축물대장을 통해 소유주를 파악하였다. 그러나 폐가가 형성된 다양한 요인과 장기간에 걸친 방치에 의해 지역 밖에 거주하고 있는 소유주를 찾아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지역 주민들은 함께 거주했던 시절의 가족 및 친인척관계를 알아보고 많은 탐문 후에야 소유주의 연락처를 알 수 있었다. 도시재생지원센터는 확보된 연락처를 바탕으로 토지주와 접촉하여 폐가의 문제점을 인식시키는 한편, 도시재생사업에 의한 폐가 철거지원의 의미와 마을 가꾸기 사업에 의해 마을이 긍정적으로 변화했을 때 부동산가치 상승효과를 설명하고 철거 후 임대동의를 설득하였다.

철거 후 임대동의된 택지에 대해서는 주민 공동텃밭으로 기획·설계하고 자율운영을 도모하기 위하여 희망자를 대상으로 주민학교 텃밭경작반을 운영하였다. 이곳을 통하여 전문 코디네이터가 텃밭 조성방법 및 경작방법을 교육하고 국내·외 커뮤니티가든의 다양한 사례 및 기능을 소개하면서 주민들의 직접 설계를 지원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참여 주민들은 개별 경작면적의 분할협의, 재배작물의 선정, 빗물활용시설 설치 등의 텃밭조성방안과 텃밭운영방안을 스스로 결정하였다. 또한, 일반 텃밭의 기능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경관적인 활용을 할 수 있도록 울타리 및 화분 등의 설치를 통해 경계부를 정비하고 화단을 조성하여 주민들이 공동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쉼터 등 공동공간을 조성하여 커뮤니티 거점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각 과정의 배후에는 행정의 큰 힘이 작용했다. 행정은 노후주거지 재생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폐가 철거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고 토지활용 동의서의 계약 주체가 되었으며 텃밭조성 과정에서는 원활한 텃밭경작을 위해 불량한 토질의 복토를 통한 토양개선 등을 지원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주민 공동텃밭이 조성되었다. 주거지 재생에 있어 가장 큰 성과는 주택이 재건축 되고 거주자가 늘어나는 일이므로 그 택지를 활용한 한시적 텃밭의 조성이 주거지재생에 얼마나 효과적일까 의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위에서 설명된 폐가의 문제가 해소되어 마을이 안전하고 깨끗해진 것 이외에도 공원녹지가 거의 없는 도심노후주거지에서 텃밭은 공원이자 녹지이며 주민들이 합심하여 스스로 마을을 가꾸어가는 효과를 직접적으로 체험하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측면에서 그 파생적인 효과를 지켜보고 싶다.

김현숙<전북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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