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처럼 떨어져간 학생들의 넋을 위로하며…
꽃잎처럼 떨어져간 학생들의 넋을 위로하며…
  • 이동백
  • 승인 2013.04.25 1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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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하게 피어나던 봄 꽃들이 어느새 한 잎 두 잎 꽃잎들을 떨구어 낸다. 애처롭게 하늘거리며 떨어지는 꽃잎을 보면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학생들의 자살소식을 떠올린다. 한 달이면 몇 차례씩 성적비관으로 또는 학교폭력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지난 3월 26일, 부산에서 투신한 한 고등학생은 다음과 같은 유서를 남겼다. “제 머리가 심장을 갉아먹는데 이제 더 이상 못 버티겠어요. 안녕히 계세요. 죄송해요.” 경북 포항의 자율형 사립고에 다녔으면서 전교 1, 2위를 다툴 정도로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었지만, 이 학생은 ‘학업부담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던진 것이다. 학생들의 자살 소식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 1일, 대한민국에서 가장 내로라하는 강남 대치동에서 17세의 고등학생이 성적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아파트에서 스스로 몸을 던졌다. 또한, 지난 12일에는 강남의 명문고 3학년 학생이 전날 본 모의고사 성적을 걱정하며 학교옥상에서 투신자살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15일에는 현직 국회의원의 아들로서 소위 말하는 엄친아가 15살의 나이로 경기도 일산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하였다. 지난달 경북 경산에서는 학교폭력에 시달린 학생이, 대구에서는 우울증으로 시달린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비극적인 소식 역시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5~19세 청소년 전체 사망 중에서 자살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00년 13.6%, 2005년 24.5%, 2010년 28.2%에서 2011년에는 무려 36.9%로 늘어나는 변화를 보였다. 왜 이렇게 청소년들의 자살이 급증하는 것일까? 청소년들의 자살의 첫 번째 이유는 성적과 입시에 관련된 스트레스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10대의 청소년 중 53.4%의 아이들이 성적과 진학 문제로 자살충동을 느껴보았다고 조사되었다. 과반수 이상의 학생들이 성적과 진학 등의 문제로 괴로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학생들의 자살률과 학교폭력을 줄이기 위해 상담시간을 늘리겠다고 하지만, 전국 초중고 담임교사 10명 중 6명은 잡무 처리 등으로 인해 학생들과 일주일에 한 시간도 상담을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학부모와 상담할 수 있는 시간은 학생보다 훨씬 부족했다. 학부모 상담시간이 일주일 동안 평균 1시간이 채 되지 않는 교사는 86%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이 상담시간 부족의 이유로 든 첫번째는 '잡무 부담' 이었으며, 이어 수업 및 수업준비 부담, 학생·학부모의 불응 등의 순이었다. 실제로 학교에서 공문처리와 수업준비를 해야 하는 교사들이 학생들과 충분한 상담을 할 수 없으리라는 것은 자명할 수 밖에 없다. 또한 학생들도 학교가 끝나기가 무섭게 학원이나 방과후 학교를 가야하기에 학생 또한 교사와 대화를 나눌 시간은 충분치 않을 것이다.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전문상담교사를 늘리고 Wee센터를 늘려 인성교육과 상담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런 미봉책으로는 문제가 본질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학생들이 이렇게 폭력적으로 변해가고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는 원인은 다름아닌 바로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는 정부의 입시정책 때문이다. 아이들이 목숨을 버리면서 절규를 하고 있는데도 대학 입시를 비롯한 입시제도는 수십년 동안 철옹성처럼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을 뿐이다. 1년 동안 인성교육을 이야기하던 학교가 년말 입시 결과를 공개할 무렵이면, 인성교육이란 말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특목고나 일류대학에 과연 몇 명의 학생이 합격하였는가만 관심의 대상이 된다.

정부는 인권이니 상담이니 노래를 부르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전쟁터와 같은 경쟁과 폭력적인 학교 상황속에서 시달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런 입시제도를 초래하는 근본적인 원인, 우리 사회에 뿌리깊이 존재하고 있는 학력차별과 학벌중시, 학력간 임금격차 등의 잘못된 풍토를 시급히 개선하려는 본질적인 노력을 선행해야 할 것이다. 그런 노력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갈등을 치유하는 방편이 될 것이며, 왜곡과 경쟁으로 뒤틀린 학교교육을 정상화 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교육이 입시라고 하는 왜곡된 거대한 굴레를 벗어 던질 수 있을 때, 비로소 학생들은 폭력과 죽음이라는 사슬을 끊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동백<전교조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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