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융성시대의 한류
문화융성시대의 한류
  • 유병하
  • 승인 2013.04.2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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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1월 터키 문화부 및 국립박물관과의 업무 협의를 위해서 앙카라와 이스탄불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중 이스탄불에서 터키 사람들과 외국 관광객으로부터 재미있는 인사를 받았다. 그들은 생김새가 전혀 다른 우리에게 대뜸 ‘강남스타일?’로 인사를 걸어왔다. 중국과 일본을 의식하여 ‘니하오마?’나 ‘재패니즈?’, ‘야쿠자?’ 등으로 인사를 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강남스타일?’이었다. 당시는 싸이(Psy)의 강남스타일이 대유행할 때인데, ‘너 강남스타일의 나라, 한국에서 왔지?’ 내지는 ‘강남스타일을 만들고 노래한 싸이와 같은 한국 사람이지?’라는 의미의 인사였을 것이다. 말춤으로 화답하면서 이스탄불 시내의 광장과 시장 골목, 보스포러스 해협의 배 위에서 만난 그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담소를 나누면서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그런데 최근에 발표된 싸이의 '젠틀맨'도 조만간 '강남스타일'의 인기를 따라잡을 것 같다. 공개 9일 만에 유튜브 조회수가 2억 건을 돌파했고 각종 패러디물도 넘쳐나고 있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강남스타일의 인기를 넘어설 가능성도 높다.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 세계 어디를 가든 외국사람들은 우리에게 무조건 ‘젠틀맨?’으로 인사를 건넬지도 모르겠다. 전혀 젠틀(gentle)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이렇듯 싸이의 활약 덕분에 터키에서 유쾌한 경험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소위 K-pop으로 대표되는 ‘한류’에 대한 몇 가지 우려도 생겼다. 그것은 ‘터키 사람들에게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가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것이 되면 어쩌나’ 하는 점이었다. 현재의 한국문화는 반 만 년의 역사를 이어오면서 형성된 다양한 분야의 문화유산이 총합된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전통의 유·무형 문화유산을 포함하여, 그것의 연장선상에서 오늘날의 언어, 음악, 무용, 회화, 건축, 공예, 음식 등등의 독특한 자산을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전 세계에서 한국문화로 구분해서 부를 만한 문화적 동질성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터키에서 K-pop이 일시적인 흐름을 탄다면 한국문화 전반에 대한 상대적 이해가 소홀하게 되므로 그것은 곧 ‘절름발이 한류’에 불과하지 않을까 한다.

이 같은 우려를 대사관 직원에게 전달하였더니 현재 터키에서 진행되거나 계획 중인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었다. 먼저 2011년에 문을 연 앙카라 소재 한국문화원에서는 K-pop 콘테스트와 한국영화 상영, 기획전, 전통악기 공연, 한식 리셉션 등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앙카라와 이스탄불 두 곳에서는 한글만 가르치는 세종학당이 운영되고 있으며, ‘경주-이스탄불 세계문화엑스포 2013’도 올해 개최되어 이스탄불 시내의 곳곳에서 축구경기,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문화예술 공연, 전시회, 영화제, 체험행사, 문학 심포지움 등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위의 각종 행사와 맞물려서 한국문화재 기획전도 개최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 많은 우려를 불식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사관 관계자에 의하면 한류의 지속적인 확산 및 내실화까지는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그나마 터키는 한-터 특수관계로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도 하였다.

상황이 이러하다면 이제부터는 한류의 내실화 및 지속적인 확산에 주력해야할 시점임이 분명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세계에 자랑할 만한 우리만의 콘텐츠를 발굴하고 한국문화 전반을 진흥시켜야 할 것이다. 마침 ‘문화융성’을 통해 국민행복과 국가발전을 이루려는 노력이 시작되었다. 이제부터는 한국학, 한국어, 전통문화, 문화유산 등을 포함한 한국문화 전반을 진흥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문화기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문화복지를 확대하며, 문화예술 창작기반도 적극적으로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국제적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해외 한국문화원과 같이 현지에서의 문화교류 기반도 보다 확충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 가운데 다양한 문화예술 주체들의 자발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졌다. 모든 것을 정부가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립전주박물관을 예를 들자면, 스스로 조사·연구를 확대하고, 소장 문화유산에 대한 충실한 DB를 구축하며, 전시·교육 등을 내실화하고, 국제교류 네트워크를 확대해나가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인터넷시대를 감안하여 외국어 홈페이지의 방문객(visiter)에게 보다 깊이가 있는 정보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는 한국문화를 자주 대면할 수 있는 접촉창구이면서 향후 잠재적인 고객을 늘릴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어서 전 세계인이 한국문화를 보다 깊게 이해하면서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그래서 앞으로는 외국인을 만났을 때 ‘강남스타일’과 ‘젠틀맨’을 패러디(parody)한 ‘코리아스타일’, ‘젠틀코리안’이라는 인사도 받고 싶다. 이는 한국문화에 대한 다양한 접촉과 깊은 이해가 전제되었을 때나 가능한 것이리라.

유병하<국립전주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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