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가 장병수가 본 jiff 스크린셀러
영화평론가 장병수가 본 jiff 스크린셀러
  • 장병수
  • 승인 2013.04.2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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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등장이 신문을 사라지게 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영화가 등장함과 동시에 ‘읽는 문화’가 ‘보는 문화’로 대체되면서 인쇄매체가 위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인터넷 활용이 보편화되었어도, 영화가 대중문화의 중심에 놓여 있어도 소설을 비롯한 인쇄매체들은 여전히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오히려 온라인과 오프라인 또는 영상과 소설이라는 매체들의 특수성을 잘 살리면서 매체간 융복합을 통해 표현 수단과 방법의 다양성을 낳고 있다. 

우리에게 [좀머 씨 이야기]로 잘 알려진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가 톰 티크베어 감독에 의해 영화 <향수>(2007년)로 제작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향수 냄새를 영화에서 어떻게 표현했을까 궁금해 하면서 소설 [향수]와 영화 <향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적이 있었다.

사실 소설과 영화는 문자와 영상 및 음성이라는 서로 다른 매체를 수단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과 영화는 서로 다른 표현 매체의 특수성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각자의 고유한 시간적, 공간적 특성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즉, 소설은 묘사라는 기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여러 사건들을 동시에 한 장면에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영화는 시각적인 장치와 언어적인 수단을 이용해서 한 장면 안에서도 다양한 시간과 공간을 보여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소설이 영화화 될 경우 소설의 내용과 형식은 영상매체에 적합한 구조로 재편될 수 밖에 없다.

소설에서 단어는 표현을 위한 최소 단위인데, 이러한 단어는 일정한 문법을 통해 문장이나 구로 바뀌어 독자에게 그 의미를 전달한다. 이렇듯 문학에 단어가 있다면 영화에는 쇼트(shot)가 있고, 문학에 문법이 있다면 영화에는 편집이 있다. 문학이 단어를 결합시켜 말의 의미와 중요성을 생산하듯이 영화에서는 쇼트를 잘라서 붙이는 편집 과정을 통해서 구문이 탄생하게 된다. 즉, 하나의 쇼트는 하나의 단어처럼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세심하게 배열된 일련의 쇼트는 문장처럼 의미를 전달한다.

소설에서 영화로의 매체전환이 원작소설을 읽은 독자들에게 친숙한 내용 전달과 동시에 문자매체에서 영상매체로의 전환된 표현방식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역으로 영화를 접한 관객이 원작소설의 맛을 느끼기 위해 서점을 찾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현상에 기인하여 최근 출판계에는 새로운 신조어가 등장했다.

소설이 영화로 빈번하게 제작되면서 원작소설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되면서 영화를 뜻하는 스크린(Screen)과 베스트셀러(Bestseller)를 합친 스크린셀러(Screenseller)라는 신조어가 새로운 문화 트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예로써 지난해 말 톰 후퍼 감독에 의해 소설과 같은 동명으로 영화화한 <레 미제라블>이 상영되면서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했으며, 박범신의 소설 [은교] 역시 정지우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된 <은교>(2012년)와 임순례 감독이 영화화한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2013년) 등이 대표적인 스크린셀러라 할 수 있다.

스크린셀러에 대한 관심은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JIFF)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바로 지프 프로젝트의 하나인 《‘숏!숏!숏! 2013’, ‘소설, 영화와 만나다!’》와 《‘포커스 온’, ‘카프카, 영화를 말하다.’》에서 문학작품의 영화화를 만끽할 수 있다. 《‘숏!숏!숏! 2013’, ‘소설, 영화와 만나다!’》에서는 우리에게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로 잘 알려진 김영하 작가의 단편작인 <비상구>, <피뢰침> 그리고 <마지막 손님>이 영화화 된다. 또한 [변신]의 작가로 유명한 프란츠 카프카의 탄생 130주년을 기념하여 기획된 《‘포커스 온’, ‘카프카, 영화를 말하다.’》에서는 카프카의 원작([시골의사], [성], [아메리카] 그리고 [소송])이나 그와 관계된 모티프를 바탕으로 탄생한 6편의 장편영화와 4편의 단편영화가 상영된다.

세계적인 미디어 비평가인 마샬 맥루한은 매체를 통한 상호 소통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 문자매체의 종말을 선언하고, 영상 매체 시대의 도래를 선언했다. 하지만 문자매체는 여전히 건재하고 있으며, 영상 매체와의 융복합을 통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금번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기획한 '소설과 영화의 만남' 특별 프로젝트는 한국의 문화예술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하리라 본다.

장병수<호원대 교양학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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