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문화재단을 생각하며…
전주문화재단을 생각하며…
  • 김영배
  • 승인 2013.04.24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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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밖에 나가 들과 산을 바라보면 온통 꽃 잔치다. 화사한 봄꽃들이 감탄사를 작사 작곡하고 사람들은 몸과 마음을 서서히 열어 기대와 희망을 불러 들인다. 감수성이 예민한 예술인들은 이러한 변화에 가만히 있질 못한다. 특히 봄이 되면 예술인들은 뭔가 표현하고 만들어 내고 싶어 안달하는 것이다.

자연의 변화에 집중하여 자신의 세계로 삼매경에 진입하려는 찰나 혼란스런 사건들이 이 계절을 혼란과 분노로 몰아 넣었다. 극으로 치닫는 한반도 핵위협 대결, 폭탄 테러 소식들이 긴장과 공포심을 자극하고 있던 중 문화 예술인들을 한 줄의 기사로 케이오해 시중말로 ‘멘붕’ 상태로 만들어 버린 사건이 바로 전주문화재단 횡령사건이다. 경영지원팀장이 수억원의 공금을 마음대로 사용해 버린 사실이 주 내용이지만 이 소식을 듣고 한옥마을 막걸리집에서 울분을 토하던 젊은 예술가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왜 그들이 분노하는가를 이야기하고 싶다. 신문방송에는 연일 공무원과 기업인들의 공금횡령 사건들이 보도되고 있다. 전주라 해서 이러한 사건이 전혀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사람 사는 세상에는 별 희한한 사건 사고가 많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자연발생 확률을 따져 범죄 행위를 두둔하려는 바는 아니다.

2006년 2월 지역문화예술 진흥, 문화예술 향유확대, 문화예술 교류증진, 전통문화 창조적 계승을 목표로 예술인들의 요구를 담아 전주시는 재단법인 문화재단을 출범시켰다. 기대 속에 탄생했던 재단이 활동해 왔지만 시민들과 문화예술인들을 기쁘게 했거나 또한 기대만큼 만족할 만한 성과를 가져온 일은 별로 없었다고 생각된다. 목적사업을 수행할만한 재원을 확보하지도 못했고 조직구성도 관도 민도 아닌 어정쩡한데다 구성원의 처우도 앞서가지 못했다. 새로운 단체장 취임 이후 사업운영을 결정하고 지원하는 전문가 집단인 운영위원회를 폐지해 버렸고 한바탕의 인사 내홍을 겪으면서 중-장기적인 운영의 추진 에너지를 상실하고 말았다. 전주 문화예술의 거점과 전주관광의 핵심이 된 한옥마을 문화시설들을 민간 전문인 운영방식에서 재단에서 직영하는 형태로 바꾸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초창기 허허벌판에서 오로지 전주사랑의 일념으로 땀 흘려 이뤄낸 소프트웨어와 명성들을 내어놓고, 전주시가 지어서 민간 전문가에게 부탁하여 맡겨준 시설들에서 아무런 보상도 없이 내쫓기고 말았다. 그동안 저렴하게 혜택을 입었으니 이제는 제값을 내라는 명분이었다. 지금의 관광객이 누구의 노력과 헌신에 의해 많아 졌는지 알고도 모르는 체하는 그들이 이들을 분노케 하는 것이다. 지역에서 젊은 문화예술인들이 미래를 설계하며 창작에 열중하며 산다는 건 힘든 일이다. 생산을 해도 판로가 없는 것이다. 명성이나 돈이 없는 이들에겐 관에서 지원하는 기금이나 행사참여, 공모사업 등이 주 경제원이다. 재원은 적고 받아야하는 사람은 많고 그래서 관의 주문과 요구대로 줄서야하는 비참함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예술은 없고 기획만 있다. 이것이 현실임을 어쩌겠는가? 재단이 생기면 이런 문제들이 잘 해결되고 힘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문화재단은 사업들을 민간에 위탁하거나 지원하지 않고 직접 수행하기 시작했다. 문화 예술 인력들을 사업에 참여시키며 지휘하기 시작했다. 예술인들의 동의와 참여를 차단한 결정적인 재단의 실책이 이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전주문화재단은 전주시 퇴임 공무원을 상임이사로 임명한 실제적으로는 전주시의 문화 예술행정의 하부 집행기관이며 민원의 완충기관이라 볼 수 있다. 출연한 재원의 성격과 수입 구조를 보면 그렇다. 재단이 진정으로 문화 인력 발전과 중심기관이길 원했다면 한번이라도 제값의 문화 예술 행사를 치렀느냐고 묻고 싶다. 전주시는 예산을 이유로 젊은 문화 예술인의 희생만 강요했다. 10년 전이나 지금 위탁시설 임금이나 공연비가 차이가 없다. 이들은 땅과 건물비, 임대료가 10배 이상 올라버린, 땀과 열정으로 동분서주했던 한옥마을 골목에서 점차 멀어져가고 있다. 자본이 상대적으로 많은 상인들에게 점령당해 변두리로 밀려가는 것이다. 임대료 많이 낸다는 상인에게 내어준 문화예술의 산실들이 경제논리를 내세우는 전주시와 의원님들의 뜻대로 주인들이 바뀌었다. 최저 임금도 되지 않는 월급으로 청춘과 열정을 불살라 전주 문화의 기둥을 세웠던 그들이 직원이 횡령한 사실조차 모르고 문제가 생기자 책임자 해임으로 조용하게 정리하려는 전주시의 의도가 너무 섭섭한 것이다. 보고서나 회계서류에 글씨 하나만 틀려도 위세 등등 큰소리치며 기죽이던 그들이기에 그렇다. 전주의 문화 예술인들과 더불어 많은 시민들과 지역 자원들의 뜻을 담아내고 동의를 얻어내며 그들을 주인으로 섬기는 재단이 되어야 지금 어려움에 빠진 재단이 살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이사장의 인사말에 전주 문화예술의 중추적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말과 문화가 삶이라는 표현이 와 닿는다. 기대를 안고 출범했던 문화재단이 하루라도 빨리 본래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 예술인들이 생명의 계절 속에서 창작에 매진할 수 있는 정책 등이 나와 가슴 시원한 봄날을 즐겼으면 좋겠다.

김영배<전북 민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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