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이 주는 교훈
올해 4월이 주는 교훈
  • 이재익
  • 승인 2013.04.1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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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이 완연한 4월 중반이 지났는데도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한 기미가 남아있고 낮에는 반팔 소매가 간혹 눈에 띄어 나도 모르게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우연히 탁상 달력의 메모를 보았다. 올해 4월은 특별히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으며, 특히 보훈공무원인 필자로서는 더욱 감회가 새롭다.

4월의 첫날아침 익산 군경묘지에서 조조 참배를 시작으로 4월4일 익산 4?4독립만세운동 기념일, 4월5일 국민통합을 염원하는 새 희망의 나무를 심는 날. 4월13일은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94주년이 되는 날이고, 4월19일 오늘은 4?19민주혁명 53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러면 지난 3월은 어떠한가? 3월1일 94주년 3·1독립만세운동 기념일을 시작으로, 3월15일 마산3·15의거일, 3월26일은 안중근의사 순국 일이자 천인공로 할 북한의 천안함 피격 3주기가 되는 날이기도 하다. 3월과 4월은 독립과 호국, 민주의 삼각대가 함께 어우러진 우리 역사의 대사건이 많은 굴곡의 계절이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의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대한민국 헌법 전문의 일부이다. 헌법 서두에 지금 계절에 맞는 역사적인 배경이 다 그려져 있다. 52년 전 오늘 4월19일. 청년학생을 포함하여 온 국민이 단합된 힘으로 독재정권의 절대 권력을 무너뜨리고 우리나라 민주화의 큰 획을 그은 의미 있는 날이다. 36년간의 일제 식민지 지배로 인한 민족말살과 갖은 경제적 수탈에 이어 북한 공산집단의 기습 남침으로 인해 폐허가 되었던 우리나라가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공적으로 이룩하게 된 이면에는 4·19혁명을 계기로 비로소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가 뿌리내리기 시작했고, 그 기반 위에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날을 맞아 자유·민주·정의의 4·19 정신의 진정한 의미와 그 정신을 이 시대에 맞게 어떻게 승화시켜 계승 발전시킬 것인가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첫째, 자유와 국가수호를 위한 호국영령과 민주열사들의 피와 땀을 우린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역사를 망각한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자유는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다.’ 자주 듣는 말이다. 또한, 자유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따라야 하며, 남의 자유도 존중되어야 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 만연된 무절제한 인터넷 비방과 욕설, 학교폭력, 사회질서를 해치는 극단적 시위는 자유가 아니다. 자유는 지킬 의지가 있을 때만 누릴 수 있다. 안보는 자유를 지키는 기본적인 요건이다. 자유와 인권이 무시되는 북한의 실상을 보면서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국가안보에는 정치적 이념이나 여야를 떠나 절대적으로 한목소리를 내야한다.

둘째, 민주주의에서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다. 건국 이래 위정자와 공직자는 국민을 위한 절대적인 공복임에도 권력을 가지면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당리당략에 소모적 투쟁만을 일삼는 구태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반목과 갈등을 과감히 버리고 존중과 타협의 사회풍토가 정착되어야 한다. 제대로 주인노릇을 하거나 대접을 받으려면 바른 사람을 뽑아야 한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도 있지 않은가. 지난달 장관급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참으로 아이러니함을 느꼈다. 수신제가(修身齊家)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 세상을 싸워서 바꾸려 하지 않고 국민 각자가 제 스스로 몸가짐을 바르게 할 때 그 가정과 나라가 잘 다스려 지고 세상이 편안해 진다는 것. 그렇다면, 나는 어떠한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솔한 반성과 노력도 필요하다. 부정과 부패를 뿌리 뽑자면 통치자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우리 국민도 주인으로서 한 몫을 해야 하고 그 책임도 다해야 하지 않을까.

셋째,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법치와 공권력이 확립되어야 한다. 국민 스스로 공권력을 존중하고 법을 지켜야 하며, 불의에는 과감히 나서야 하지만 폭력적 시위는 사라져야 한다. 멱살을 잡고 기물을 부수고 공공장소에서 난장판을 만드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부패인식지수(CPI)란 공무원과 정치인 사이에 부패가 어느 정도 존재하는 지에 대한 인식의 정도를 말하며, 국제투명성기구에서 2012년 12월 발표한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CPI)는 OECD 34개 국가 중 27위로 하위권이고, 4년 연속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아니 되며, 우리의 국제적 위상과도 맞지 않다. 혁명 당시 학생들이 보여준 나라를 위해 민주주의를 지켜낸 정의감이 다시 새롭다.

혹자는 현 세태를 윤리와 도덕이 무너졌다며 탄식하고 있다. 이는 물질 만능주의에 편승하여 정신적 가치가 무너진 결과 아니겠는가. 불의에 맞서 정의를 위한 그들의 고귀한 희생과 공헌이 헛되지 않도록 후세에 널리 알려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는데 동력을 모으는 길이 그에 대한 보답이 아니겠는가. 국가보훈은 대한민국의 과거·현재·미래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이념, 지역, 계층 간 갈등 극복과 사회통합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국민의 건강한 나라사랑의 정신문화를 선도하는 선제 보훈(先制報勳)이 바로 그것이다.

이재익<익산보훈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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