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제일성의 향기를 일깨우는 작업
호남제일성의 향기를 일깨우는 작업
  • 나 종 우
  • 승인 2013.04.18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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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16일 전주에서는 뜻 깊은 또 하나의 의미 있는 모임이 발족되었다. 전주를 전주답게 만들 수 있는, 잠자고 있던 호남제일성의 향기를 다시 일깨울 수 있는 모임이다. 이름 하여 ‘유네스코 전주음식창의도시 시민네트워크’이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UNESCO Creative Cities Network)라고 하는 것은 2004년부터 유네스코에서 세계 여러 나라의 도시 가운데서, 문화에 기반 한 도시의 지속 가능한 모델을 확산하기위해 음식을 비롯해 문학, 영화, 음악, 공예와 민속예술, 디자인, 미디어아트 등 7개 분야에서 엄격한 심사를 거쳐 창의도시를 지정하는 제도이다. 이 가운데 전주는 음식문화 창의도시로 세계에서 4번째로 선정되었다. 전주가 음식문화창의도시로 선정된 것은 전주가 음식문화의 도시라고 국내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오래된 역사적문화자산과 전통적으로 이어온 음식솜씨를 세계적으로 공인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음식문화창의도시로 선정되기까지에는 전주시에서는 2008년에 시작한 유네스코음식창의도시워킹그룹에서부터 2009년 민관거버넌스인 ‘음식창의도시시민네트워크’를 통한 활동의 노력들이 이어져 2012년에 선정된 것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전주가 오랫동안 맛의 전통을 지켜오고 있다는 것과, 한식 교육 및 세계화 사업 등을 통해 음식문화 전파에 앞장서 왔다는 점을 유네스코가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여타의 도시들이 창의도시선정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전주가 선정된 것은 전주시가 선정에 필요한 여러 가지의 복합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인 것이다. 박수를 보낼만한 일이다. 전주는 옛 부터 8미(味)니 10미(味)니 하여 전주만의 차별화된 음식을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음식의 맛과 솜씨는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풍부한 식재료들과 하나 되어 만들어 낸 것이다.

물산이 풍부한 호남의 모든 것들이 집산되던 호남제일성 - 그 화려하던 옛 영화가 산업사회, 지식정보화 사회로 바뀌어 가면서 지금에 와서는 세월의 뒤안길에 밀려 빛바랜 사진첩속의 추억담쯤으로 전락되어가는 시기에 음식창의도시의 선정은 호남제일성의 위상을 새로운 방향에서 조명하고 전주의 자긍심을 되살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근자에 와서 전주 음식에 대하여 이러쿵 저러쿵 말들이 많아졌다. 음식 값이 비싸다느니, 맛이 형편없어졌다느니, 전통을 잃어가고 있다느니…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뜻있는 자들은 속상해 했던 게 사실이다. 바로 이런 시점에서 ‘유네스코 전주음식창의도시 시민네트워크’가 발족된 것은 전주음식을 뒤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지금 세계는 한국문화에 주목하고 있다. 아이돌 그룹의 K-pop, 싸이의 ‘강남스타일’ 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차 한류는 ‘대장금’ 같은 드라마가 그 길을 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한국의 음식이 한류의 길, 그 첫 단초를 열었다고 할 것이다. 전주의 음식창의도시 선정은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법고창신’의 정신을 오늘에 되살리는 작업이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선정되었다고 하는 것은 그 발전 가능성만큼이나 각별한 책임과 노력이 필요하리라고 생각 한다. 그러한 노력의 첫 번째는 시민들이 먼저 그 의미를 이해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 로는 시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해 갈 행정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현재에는 이 네트워크는 전통문화과에서 관장하고 있지만, 음식 자체는 한스타일과의 한식팀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어찌 보면 이원화되어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과 단위의 행정조직으로 통합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네트워크 활동을 위한 충분한 지원책도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로는 음식업소들이 자체적으로 음식업소들 간의 협력할 수 있는 조직체를 형성하여 음식창의도시의 수준을 스스로 향상시키고, 음식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는 자정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음식 명인들의 정신과 솜씨가 이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음식의 창의적인 것 못지않게 전통음식의 정통성있는 복원과 계승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어떠한 창의적이라는 것도 정통성 있는 전통이 바탕이 될 때 비로소 그 진정한 가치가 발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전주는 연간 500만 명에 가까운 관광객이 찾는 가장 한국적인 도시로 자리매김 되어 지고 있다. 항상 그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느끼게 할 것인가에 많은 고민이 있었는데 세계적인 맛의 도시로의 전주의 진면목을 보여줄 고민을 할 때이다. 이러한 작업은 전주시와 관련 업소 그리고 시민모두가 함께 나설 때 호남제일성의 향기로 다시 태어 날 것이다.

나 종 우<원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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