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598> 조선비네 정자말이여
가루지기 <598> 조선비네 정자말이여
  • 최정주
  • 승인 2013.04.14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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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옹녀의 전성시대 <74>

이선비가 큰 소리를 쳤다.

‘흐흐, 꼴에 사내라고 머슴들 앞에서는 큰 소리치는구만.’

옹녀 년이 혀를 툭 차며 모퉁이를 돌아가는 이선비에게 눈을 흘기고는 나무 그늘에서 몸을 빼냈다.

“아니, 자네 집에 안 갔었는가?”

옹녀 년이 땀에 후줄근히 젖은 채로 들어서자 주모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예, 어쩌다 본깨 그리 되었구만요.”

“이선비허고 먼 일이 있었던겨?”

“일언 먼 일이요? 호랭이헌테 잽혀 묵을 뻔 헌 일빽이 없소.”

“쩌그 정자에라도 갔었던가?”

주모가 눈을 새치롬히 뜨고 옹녀 년을 찬찬히 살폈다.

“정자요?”

“아, 조선비네 정자말이여.”

“거그럴 멀라고 간다요? 그 놈의 정자는 생각만해도 이가 득득갈린구만요.”

옹녀 년의 머리 속으로 또 강쇠 서방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잘 생기고 당당한 서방님의 살몽둥이가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자네가 멋 땜시 조선비네 정자헌테 이가 갈린당가? 그럴만헌 일도 없었을 판인디, 지낸번 천렵 때 먼 일이 있었는가?”

“아무 일도 없었소. 조선비는 갔소?”

“아까막시 해질녁에 갔구만.”

“그래라우?”

옹녀 년이 한숨을 내쉬었다. 조선비가 있으면 섬닷하기는 하지만, 비록 문전만 더럽히고 말지라도 사내의 살냄새에 취해 잠이 들고 싶었는데,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더니 그것도 사내라고 가고 없는 것이었다.

“조선비가 내일도 오겄다고 했구만. 나헌테 자네를 불러다 노라고 신신당부럴 허고 갔구만.”

“또 온다고라?”

옹녀 년이 뜨악한 낯빛으로 주모를 바라보았다.

“알 수 없는 속이여. 조선비가 원래 한 계집을 두번 세번 만내는 사내가 아닌디, 자네헌테넌 목얼 매당구만. 자네 거시기가 특별난가?”

“멋이 특별나라우?”

“다른 계집들헌테넌 없는 금가락지라도 차고 있능가 말일쎄.”

“금가락지사 계집덜이 좋아허지라우. 사내덜언 계집덜헌테 선물로 주고 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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