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쇠 서방님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아랫녁이 달구어진 옹녀 년이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 정말 서방님한테로 갈까? 호랑이가 덤비면 잡혀 먹힐 요량이면 못 갈 것도 없다는 생각이었다. 늑대가 떼로 덤비면 살이 갈기갈기 찢겨질 작정이라면 못 갈 것도 없지, 싶었다.
“네 서방은 병들었다고 했지 않느냐? 병든 몸으로 어찌 네 몸을 열고 닫을 수 있다는 말이더냐?”
“쌩쌩헐 때 말이지라. 시방언 수꾸락도 혼자서는 못 들어올리요.”
“네가 서방의 기운을 다 빨아묵었구나. 그러니 천하장사가 병들어 골골하지."
“그런지도 모르제요. 그래서 이년도 사내럴 만내기가 무섭소. 고태골로 보내는 것이 아닌가하여 소름이 끼치요.”
“함부로 덤빌 계집은 아닌 것 같구나.”
“이년도 그요. 문전만 데럽힐 바에야 지랄났다고 사내를 배 우에 얹겄소? 혹시나 싶어 얹어보면 그놈이 모다 그놈입디다. 물건 큰 놈언 심얼 못쓰고, 물건이 작은 놈언 문전에서 깔짝거리다 말고라.”
두 년 놈이 그런 말을 주고 받으며 주막 가까이 왔을 때였다. 주막에서 횃불 세 개가 사립을 나서고 있었다. 이선비가 옹녀 년을 얼른 길가 나무 밑으로 밀어넣으며 속삭였다.
“널랑은 여기 잠깐 있거라. 아무래도 나를 찾으러 나온 내 집 머슴들같구나.”
“그래라우?”
“큰 상관은 없다만, 아랫것들 앞에 너를 드러내고 싶지가 않구나.”
“그러컷지라. 어서 가보씨요. 천렵은 언제 간다고 했지라?”
“모레가 어떻겠느냐? 기왕 맘을 먹었는데, 하루라도 빠른 것이 안 좋겄냐?”
“나리가 알아서 허시씨요. 이년도 짬얼 낼 수 있으면 내보제라우.”
“고맙구나. 다시 한번 당부헌다만 오늘밤에 호랑이는 안 만냈었니라.”
“알겄소.”
옹녀 년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선비가 주막 쪽으로 성큼 나서며 소리를 질렀다.
“거그 누구냐? 칠득이냐?”
“예, 큰 서방님. 어디 가셨다가 인자 오십니까요? 오늘사 말고 호랑이가 발광얼 허고 댕기는구만요.”
“어서 가자. 그까짓 호랑이가 뭬 무섭다고 그리 호들갑이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