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은 몇개일까
모래알은 몇개일까
  • 김인수
  • 승인 2013.04.11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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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바라보는 별의 숫자는 얼마나 될까? 또, 바닷가의 모래알의 숫자는 얼마나 될까? 모래알의 숫자는 충분한 시간과 인력이 있다면 셀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지금부터 2200여 년 전,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는 전 우주를 모래알로 채우려면 얼마나 많은 모래알이 필요한지를 계산했다고 한다. 지구로부터 우주의 지평선까지는 150억-200억 광년이고 거기까지에는 약 1000억 개의 항성이 있고 항성의 1/3이 태양계와 마찬가지로 행성을 갖고 있다. 그 개수를 평균 10개라고 하면 은하계에는 1조 3천억 개의 행성이 있다고 예측하기 때문에 하늘의 별의 개수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유한이다. 그러나 별의 수이든 모래알의 수이든 우리가 다루기 힘든 수임에는 틀림없다.

여러분들은 무한을 계산하는 상상할 수 있는가? 무한의 개념은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들이 만든 가장 오묘하고도 신비한 개념이며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신의 속성인지도 모른다. 인간들이 신을 설명할 때 신은 무한(영원)성과 절대성을 강조한다. 수학에서는 무한의 개념이 나온 이후 수학과 과학의 엄청난 발전을 가져오게 되었다. 실제로 무한의 개념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생각했지만, 그것을 계산하는 도구가 나온 것은 불과 200년이 채 안 된다. 무한대란 결코 끝나지 않는 양을 말하는바, 이 개념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들은 7이란 숫자를 쉽게 이해할 수 있고, 7개의 사과를 묘사할 수 있으며 또한 10억이란 숫자는 병속에 있는 모래의 수로 묘사할 수 있지만, 무한대의 양이란 끝이 없는 수이다. 무한대에 대한 물리적 느낌을 얻을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방법은 두 거울을 놓고 그 사이에 서서 보면, 거울안의 거울, 또 그 거울안의 거울, ....등등 결코 끝나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무한대의 양은 매우 커다란 공간에서만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0과 1사이의 작은 선분에서도 무한개의 점들이 있다. 자연수와 같이 셀 수 있는 무한도 있지만 실수 와 같이 우리의 두뇌로는 결코 셀 수 없는 무한도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0과 1 사이에 있는 실수는 셀수 없는 무한개가 있으며, 놀라운 사실은 0과 1 사이의 실수와 모든 실수 도 모두 한 개씩 대응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을 확인하기 위하여, 임의의 두 점 사이에는 반드시 다른 실수를 찾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이용한다. 그래서 만약 점 A와 점 B가 한 선분 위에 있다면, 두 점 사이의 중점 C를 찾을 수 있고 점 A와 점 C 사이에도 다시 다른 점이 있고, C와 B 사이에도 또 다른 점을 찾을 수 있다. 이와 같이 임의의 두 점 사이에서 또 다른 점을 찾는 이 과정은 끝없이 계속되고, 결국 선분 위에는 무한개의 점들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무한을 세기 위해서는 무한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무한의 수학을 창시한 칸토어(G. Cantor, 1845-1918)가 무한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기 이전에는 무한은 유한이 아니다 라는 정도의 인간이 셈할 수 있는 한계를 초월한다는 의미로 쓰였다. 이 시절까지도 무한을 분석, 규명하는 것은 수학계의 금기로 여겨지면서 수학은 유한인 경우만 다루고 있었다. 칸토어는 무한의 세계를 파헤치고 이것을 수학의 언어로 나타내는 작업에 착수하였다. 인간의 손이 미치지 않았던 무한을 새롭게 조명하고, 유한 수를 셈하듯이 무한 수를 셈해 보려고 하였던 것이다. 그는 무한의 문제를 깊이 성찰한 수학자이다. 집합론의 바탕에는 실제로 무한에 관한 그의 사상이 깔려 있다. 무한을 다루는 방법으로 그가 선택한 것은 원소의 개수를 하나하나 비교하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다. 즉 일대일 대응을 이용하여 무한을 셈한 것이다. 칸토어는 무한의 수학인 집합론을 29세 때인 1894년에 최초로 발표하였다. 그러나 그 논문을 발표하기까지 10년 동안이나 스스로도 확신과 회의를 반복하였다고 한다. 흔히 천재들의 업적이 그러하듯이 칸토어의 업적이 제대로 인정을 받게 된 것은 몇 해가 지난 후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독일을 한 시골 정신병원에서 생애를 마쳤다. 무한이야말로 신의 속성이라는 중세 교회의 아집과 독선으로 말미암아 너무나 거센 반대와 비난 때문에 칸토어는 정신 이상까지 일으켰지만 그의 수학은 이후 20세기에 모든 수학의 기초를 집합론 위에서 새로 다지도록 만드는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된다. 당시 유럽의 사상계를 지배하던 권위적인 견해와 새로운 것을 거부하는 세계에 맞섰던 칸토어는 그의 논문 속에서 수학의 진정한 본질은 생각의 자유에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학박사 김인수, 전북대학교자연과학대학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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