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산업의 뿌리는 전통문화다
창조산업의 뿌리는 전통문화다
  • 김형석
  • 승인 2013.04.1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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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가 사는 시대는 이른바 스마트 창조경제시대라고 한다. 마치 세상은 로마가 아니라 스마트로 통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마트한 기기덕택에 온갖 미디어와 정보가 홍수처럼 범람하기에 무엇이 더 소중한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운 시대이다. 스마트한 정보를 먹고 사는지. 문화를 먹고 사는지 헷갈릴 정도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물질중심의 문명이 앞서는 대도시에 살수록 물리적인 것보다도 사람 중심의 문화적인 욕망에 더욱더 관심이 많을 것이다. 지방에 사는 필자는 서울이나 부산같은 금융과 부동산, 유통과 마케팅이 판치는 스마트한 문명도시가 체질에 맞지 않는다. 물론 뉴욕이나 런던, 파리같은 전통과 첨단이 함께 숨쉬는 대도시다운 발전모델이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같이 지나치게 현대적인 문명과 유행이 앞서는 산업도시의 모델을 답습해서는 도시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는 생각이다.

최근 이슈되는 창조경제시대의 논리를 대변해주는 우리사회의 승자독식현상이 판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일찍이 1980년 스웨덴 부부 4인조그룹 아바(ABBA)도 노래(The winner takes it all’)했듯이, 창조경제시대의 또 다른 사회현상을 낳을 지도 모른다. 예컨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야만 대접 받는 사회, 협동이나 공생의 경제논리가 아니라, 이른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사회'로 변질될지도 모르는 창조경제시대의 논리 말이다.

이미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산업 융합의 시대이다. 다양한 산업분야의 융합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세계는 지금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기술은 물론이거니와, 서비스와의 융합산업이니 창조산업이란 용어처럼 다른 분야와 문화적 융합을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원을 찾기에 혈안이다.

이미 스티브잡스의 스마트혁명을 시작으로 새로운 융합시장은 열렸다. 일찍이 스티브 잡스가 인터넷과 휴대폰을 결합시켜 탄생시킨 만든 혁신적인 문화소통제품으로서 스마트폰의 대표주자 아이폰이 그 길을 닦아놓은 셈이다. 잡스는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한 창조적 발상에 성공한 것이다. 이른바 온고창신(溫故創新)이다. 그의 혁신성은 어린 시절부터 기술을 다룬 체험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체득한 창조적인 융합마인드로부터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혹자는 이런 걸 ‘융합’이라 할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창조적인 콘텐츠산업만을 주력으로 내세울 것이 아니라, 전통문화산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최근 한류의 대표적인 상품으로 한국영화나 K-POP같은 대중문화가 부각되고 있지만, 그것은 대중성과 유행성을 토대로 한 ‘트렌드 소비산업’으로 대박과 쪽박의 경제학적 논리에 좌우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전통문화산업은 전통성과 역사성을 바탕으로 창조경제 논리가 접목될 경우 고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브랜드 창조산업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전통문화자원의 소재, 기법, 디자인을 활용한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통과 현대산업간의 융복합 상품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거나 개발해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미래 첨단기술과 복고적인 전통문화요소와의 융합을 통해서 온고창신(溫故創新) 형태로 접목해 지역의 전통적인 문화, 체험, 관광이 한데 어우러지는 융합형 '창조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서 플라스틱카드 대체하여 전통한지를 소재로 만든 친환경 ‘한지카드’가 있다. 그밖에도 한옥호텔, 한지장판지, 한복드레스, 온돌매트, 한글서체의 문양화라는 한글디자인(캘리그래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융합상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처럼 최근 감성과 창의력, 상상력과 같은 영역을 산업화의 융복합 소재로 확장하면서 새로운 창조경제시대의 미래 성장동력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적인 통상선진국가중 전통문화요소를 기반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해낸 유명한 나라로 영국과 프랑스, 일본을 들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 전통음식분야의 와인문화를 통해 매년 149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고, 일본은 세계 여러나라에 스시문화로, 중국은 도자기문화로 역사와 전통이 강한 브랜드산업으로 승부하는데 성공한 나라들이다.

필자가 사는 전주는 전통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한다. 얼핏듣기에 이씨조선의 상징인 전주의 역사성이나 한옥마을같은 문화자원을 생각하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화산업적으로 접근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문화를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중견기업 하나 없다. 거의 소비중심의 문화도시일 뿐이다. 기업 매출 100억대를 창출하는 창조기업 하나 없다. 모든 게 수도권 중심의 경제구도 때문이라고 치부해버린다면 할 말은 없다. 그렇다면 지역도시만의 특화요소나 산업경쟁력은 어떻게 확보해야 할까?
지역별 창조산업 융합클러스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역별로 특화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해 특색있는 강점을 갖춘 유무형 문화유산(헤리티지), 무형문화재나 장인의 K-마이스터 브랜드 개발, 영화로케촬영, 녹색체험관광 등 지역의 특색산업을 기반으로 대표적인 창조기업을 발굴·육성할 때 비로소 경쟁력을 갖추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수도권 중심의 대규모 장치산업을 키우기 힘든 지역의 한계를 감안하여 '전통 한지공예, 문화체험관광‘의 중심 메카로 육성함으로써 융합산업화와 한국스타일(K-Style)을 기반한 명인/명품/명소화 전략을 통해 지역 특화산업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스마트경제시대의 융합 생태계를 조성하고 창조산업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창조기업의 집적화, 디지털 마케팅 플랫폼 구축, 전통창조융합지구, 조합형 기업창업지원시스템, 소셜 창업펀드 구축 등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지방도시가 스마트 창조경제에 걸맞는 모습으로 경쟁력과 자생력을 키워가지 못할 경우, 점차 다른 대도시 경제권에 밀리면서 경쟁력을 잃어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를 위해서는 상생과 공생의 지역균형적인 경제논리와 협동조합형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지역 특화산업을 집적화하고, 첨단과 전통산업의 융합적인 생태계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김형석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CT사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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