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는 부모, 분노하는 아이
화내는 부모, 분노하는 아이
  • 문창룡
  • 승인 2013.04.09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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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화는 서로의 기분을 나빠지게 한다. 그래서 할 수만 있다면 화를 내지 않으면서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는 것이 좋다. 부모가 화를 낼 때 아이가 뉘우치며 반성하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실은 씩씩거리고 있다. 아이의 버릇을 고쳐주겠다는 마음으로 화를 낸다면 그것은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아이를 화나게 하면서 가르치려하지 말아야 한다. 부모의 화는 아이를 망친다. 부모가 화를 내면 아이는 분노한다. 분노하며 불만이 있는 아이는 부모의 훈계를 귀담아 듣지 않는다.

부모에게 책망을 들으며 화를 내는 아이는 부모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까지 미워하게 된다. 그러다가 자존감에 상처를 입게 되면 부모에게 앙갚음을 하려 든다. 실제로 앙갚음은 하지 않는다 해도 머릿속에서는 못된(?) 상상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옴에도 불구하고 왜 부모는 아이에게 화를 낼까? 아이에게 다정다감하지 않을뿐더러 진정으로 아이를 대하는 방법을 알지 못해서다. 아이의 감정에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을 누구에게도 배우지 못해서다. 다만 자신의 어린 시절 부모가 자기에게 대했던 경험들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지긋지긋하게 싫어했던 부모의 방법을 자기가 사용할 때도 많다.

어느 날이었다. 친구와 다투었는지 아이가 집에 들어오면서 문을 꽝하고 닫으며 말했다. “그 녀석이 싫어. 자꾸 자기 마음대로만 하려고 해. 이제 같이 놀지 않을 거야.” 아이가 화를 내는 모습을 보고 부모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너도 문제가 많아. 어째서 그렇게 매일 싸우니?” 부모는 순간적으로 마음에 없는 말을 하고 말았다. “아이 짜증나. 엄마는 참견하지 마세요.” 화가 잔뜩 난 아이가 이 말을 들고 부모에게 짜증을 냈다. 부모의 핀잔에 퉁명스럽게 반응하고 있었다.

그런데 부모가 이렇게 말하였다면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었다. “친구가 자기 마음대로만 하려고 해서 기분이 나쁘구나. 속상하지?” 이처럼 진심으로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주면 아이는 부모가 자기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결국 부모가 자기를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부모가 하는 다음 말들을 귀담아 들으면서 무슨 이야기를 해 줄 것인가를 기대하게 된다. 이때 더 시간을 내어 아이의 진짜 감정과 욕구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눠본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 뒤 아이에게 판단보다는 대안을 찾아보라고 격려해주면 좋다.

아이들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그런데 부모들은 아이들이 버릇없이 굴 때나 부모 자신이 정신이 없을 때 아이가 자기를 화나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아이가 부모를 화나게 하려고 그처럼 행동했을까?

아이의 행동에 대하여 섣부르게 버릇을 고쳐주겠다는 마음으로 부모가 화를 낸다면 서로의 신뢰감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진정성은 사라지고 허상만이 존재할 뿐이다. 부모가 화를 내며 핀잔을 줄 때 아이는 버릇을 고쳐야겠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다음부터 부모에게 자기의 마음이 들키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사랑하는 아이의 감정에 상처를 입히면서 부모의 뜻을 전달하려하는 것이 모순이다. 아이의 마음을 녹이는 것은 부모의 따뜻한 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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