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굣길 90도 인사하는 교장선생님
등굣길 90도 인사하는 교장선생님
  • 소인섭기자
  • 승인 2013.04.08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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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철 남원 용성중 교장이 등굣길에 학생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학부모 제공.

등굣길에 교문 앞에서 허리를 90° 가까이 꺾어 인사하는 사람이 있다면?

남원 용성중학교에서 일어나는 이 기이한 현상의 주동자(?)는 이 학교 박경철 교장이다. 박 교장은 지난해 이 학교에 부임하고부터 등교시간이면 어김없이 교문 앞에 섰다. 늦둥이 자녀뻘, 혹은 손자뻘쯤 되는 제자들을 향해 몸을 굽혀 온 그가 마음을 굽히지 않았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등굣길 교문에 서서 학생들을 향해 절을 하는 교장선생님을 보면서 학생들은 이제 행복한 아침을 열어 주는 선생님에게 밝은 얼굴로 인사를 한다. 먼저, 다가와 인사하고 반갑게 웃어 주기도 한다. 하지만, 한 동안 학생들은 어색해 하며 쑥스러워 했고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그래서 그냥 모르는 채 지나치기 일쑤였다. 심지어 가식일 것이라고 오해하는 이들도 있었다.

박 교장은 ‘학교는 아이들이 있기에 존재한다’는 지론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교실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에게 뭐가 필요한지 귀담아 듣는다. 쓰레기가 떨어져 있으면 먼저 줍고, 밖에서도 용성중학교 학생이면 단박에 알아보는 것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 단합행사에는 보조자로 동행해주기도 하고 교장실은 개방돼 있을 만큼 학생들과의 벽을 허물었다.

얼마 전 1학년 학생은 친구들이 괴롭힌다며 수업시간에 말없이 나가버렸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학생은 교장실에 가서 하소연을 했던 것이다. 사연을 접한 박 교장은 쉬는 시간 학생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시비를 가려보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물론 학생자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아이들 스스로 판단하도록 결정을 미룬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학부모들은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 하지만 "박 교장이 백 마디 말보다 실천으로 학생과 학부모에게 가르침을 준다"면서 ‘진정한 스승’으로 여긴다. 학부모 A씨는 "퇴계 이황선생도 제자가 배움을 위해 서원에 오면 버선발로 깍듯이 인사하며 맞았다는 일화를 들은 적이 있는데 몸으로 실천하는 교장선생님이다"고 말했다.

B씨는 "아이들의 안위와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항상 노력하는 저런 분이 있는 용성중학교 학생들은 복받은 아이들이다"면서 "한 사람의 본보기가 여러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있고 아이들의 발걸음도 가볍게 하고 있다"고 반겼다.

소인섭기자 isso@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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