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병실토론
페이스북의 병실토론
  • 하대성
  • 승인 2013.04.07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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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 한 선배가 관절병으로 수술해 병문안을 갔다. 평소 교분 있는 친구, 선후배 등 다양한 계층에서 일하는 분들이 자연스럽게 모였다. 교수,변호사,공무원,정치인,직장인,언론인 등이다. 쾌차를 기원하는 위로와 덕담이 오갔다. 입원한 선배가 정치를 전공하고 정치를 했던 관계로 대화는 정치이야기가 많았다. 단연 화두는 내년 지방선거. 특히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가 ‘병실쟁점’이 됐다. 지난 대선 때 여야가 공히 공약한 것이기에 폐지가 마땅하다는 주장과 폐지에 따른 부작용도 많은 만큼 보완 내지 손질하자는 의견이 대립됐다.

정치학 교수와 정치인은 "정당공천제를 없애는 것은 정당정치를 부인하는 것이며 유럽의 국가들은 정당공천제를 고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공천 환경을 투명하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변호사와 언론인, 직장인은 금권선거,줄세우기 등 공천 폐해가 많았고 지난 대선 때 여야 공약사항이므로 폐지를 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었다.

좁은 2인용 병실이 갑자기 공천제 찬반토론장으로 변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서로 환자의 쾌차를 빌며 헤어졌다.

20여 분이 지났다.

집에 와서 컴퓨터를 켜보니 병실에서 나눈 대화가 페이스북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 토론이 SNS로 이어진 것이다.

“여야의 대선공약은 표를 얻기 위한 꼼수입니다…….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지역사회의 토호가 되어 또 다른, 더 많은 기득권 세력이 자리하지요. 아무리 작은 권력이라도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관뿐 아니라 세력이 있어야 합니다. 무공천은 또 다른 폐해를 불러옵니다.” 한 페친이 선방을 날렸다.

“공약은 정당과 후보가 대국민과 운명을 건 실천 약속입니다…….대선이 끝났다고 해서 다시 논쟁을 통해 적당히 없던 일로 하려는 것은 국민을 속이고 정당의 이해관계만을 취하려는 것이며 이는 정치 불신만 키우게 될 뿐입니다. 만약 처음부터 정당공천제의 폐지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면 대선 공약을 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또 다른 페친이 공약은 대국민 실천 약속이라며 역습을 가했다.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역기능도 만만치 않습니다. 후보의 난립에 따른 지역 대표성의 미흡, 토호세력의 발호, 파렴치범 등 부적격자의 진입, 여성정치의 위축, 비례대표의 폐지, 정당 내천이라는 또 다른 형태의 부작용 생산…….진정으로 정당공천제의 폐해를 해결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다른 네티즌이 공천제 폐지하는 것에 반대표 한 표를 더했다.

“정당정치, 대의정치 등은 총선, 대선 양대 선거로 충분하다. 이것도 제대로 못해서 안철수씨 같은 무소속 지지자가 많지 않습니까? 교육감 선거에 정당공천이 없는 이유는 교육현장에 정치를 물들게 해서는 안 된다는 뜻. 지역토호들의 발호에 대한 염려는 이미 지난 지방선거 20여 년 동안 다 정리되었다. 정치지향의 토호들은 이미 발을 들여 놓았거나 아니면 이미 퇴출당하였고, 앞으로 기생할 여지는 정당 또는 지역사회 주민 자체 역량으로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하였다.” 한 사이버 논객이 공천제 폐지 찬성에 무게를 더했다.

소셜 병실토론은 계속 됐다. 20여 분 문병토크가 무려 이틀 동안 페이스북을 뜨겁게 달궜다.

물론 “아프신 분을 붙들고 머리 아픈 주제로 토론을 하냐…….즐거운 생각 위로의 이야기 하시면서 빨리 완쾌하시길” 등 위로와 쾌차를 비는 문자도 많았었다.

한 몸이 된 사이버 세상과 리얼 세상. 실상과 허상의 구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달리는 차량안에서,걸으면서 커뮤니티가 가능한 시대. 문병을 통해 다시 한 번 느낀 페이스북의 힘은 대단했다. 공유, 참여, 확산, 온·오프라인의 연계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소셜이 지역의 아젠다를 설정하고, 참여의 장을 왕성하게 만들어 내고 있다. 끝없이 진화하는 소셜미디어는 과연 어디까지 진행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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