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권하는 사회
성매매 권하는 사회
  • 김선남
  • 승인 2013.04.04 2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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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사회지도층을 대상으로 시도된 ‘성접대 의혹' 사건이 언론을 도배하고 있다. 당국은 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관련자 서너 명을 신속하게 출국금지 시켰다. 이번 조치는 사안의 심각성 때문이었지만, 그 보다는 의혹의 당사자가 도피해서 처벌을 면하였던 과거의 관행을 근절하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당국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하여 내린 신속한 조치는 환영할만하다. 당국은 이번 사건을 유야무야 끝내지 말고 철저하게 조사해서 한 점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물론 성매매는 어제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에도 심심치 않게 ‘연예인 성접대’, ‘10대 성매매’ 등과 같은 사건이 여론에 등장하곤 하였다. 다시 말해, 성매매는 우리사회에 잠복해 있는 고질병인 것이다.

물론 우리사회가 성매매에 대하여 수수방관만 했던 것은 아니다. 2004년부터 정부는 ‘성매매관련 특별법’을 제정하여 성매매를 근절하려는 노력을 하여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족할만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였다. 미 국무부는 ‘2006년 국가별 연례보고서’에서 “한국은 분명히 성매매를 불법으로 여기고 있음에도 지금도 성을 사고팔며, 퇴폐 마사지가 만연해 있고, 심지어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라고 지적하였다.

전문가들은 규제의 법만으로는 성매매를 근절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강력한 법이 만들어지면 이를 피하는 방법을 고안해내거나 음성화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즉 법적 규제만으로는 성매매를 현실적으로 규제할 수 없다. 이들은 대안을 성문화의 전반적인 변화에서 찾고 있다. 전문가들의 이러한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우리사회가 갖고 있는 독특한 성문화 때문이다.

먼저, 우리사회는 성매매 규제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하고 있다. 여성부자료(2007)에 의하면, 성매매 처벌에 대한 지지도가 63.3%에 불과하다고 한다. 특히 남성은 불과 47.8%만이 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낮은 지지도는 남성 중심적 성문화가 사회전반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우리사회는 여성에게는 순결과 정절을 엄격하게 요구하는 반면, 남성에게는 이에 대하여 매우 관대하였다. 이런 성문화의 이중적 구조 때문에 남성들 사이에서 성접대나 성매매가 쉽게 일어나는 것이다.

또한 우리사회는 성의 상업화에 대하여 매우 관대하다. 그 결과 성매매가 거의 일상생활의 일부가 되다시피 하였다. 특히, 마사지 업소· 휴게텔 등과 같은 업소들이 자유 업종으로 분류되면서부터 이러한 현상은 심화되었다. 신고만 하면 영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업소들은 주택가, 학교주변 등에 쉽게 파고들고 있다. 문제는 이 업소들이 성매매의 온상이라 점이다. 한 설문결과에 의하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이러한 유흥업소 종사자들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한다. 우리는 성매매업소를 옆에 끼고 생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상황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자체, 시민단체 등이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들의 영업을 막을 법적 근거도 없고, 먹고살려고 하는 일인데 나서기가 그런다는 식이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성의 상업화에 대해서 지금과 같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한 성매매는 앞으로도 일상의 일부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우리사회는 인터넷, 스마트폰 등을 통해서 구축되는 가상공간의 위험성을 간과한다는 점이다. 특히 사이버 공간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성매매의 심각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용한 ‘신종 전자형 성매매’는 시·공간의 제약 없이 쉽고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이는 익명성이 보장될 뿐만 아니라 적발가능성도 매우 낮다. 이러한 속성 때문에 최근 ‘전자형 성매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경찰청 자료(2006)에 의하면, 청소년성매매 사범 172명중 90%에 해당되는 155명이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는 가상공간을 관리하는 체계적인 대책마련에 아직까지도 미온적이다.

우리사회가 성문화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않는 한 성매매는 다양한 형태로 확대 재생산될 것이다. 성매매는 인신매매, 성범죄 등과 같은 사회문제로 발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황금만능주의, 한탕주의, 왜곡된 향락문화를 조장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염려가 되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도 성매매는 돈벌이나 유희의 도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성매매를 추방하는 중요한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사회의 지도층을 포함한 모든 성원이 ‘성매매 권하는 사회’를 변화시켜나가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김선남(원광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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