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와 소인에 대한 공경의 원칙
군자와 소인에 대한 공경의 원칙
  • 조미애
  • 승인 2013.04.02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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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도 매화가 활짝 피었다. 노랗게 핀 개나리도 한창이다. 연한 녹두 색으로 새잎이 난 나무들과 산수유 꽃이 정겹고 발등에 와 머무는 햇살 또한 반갑다. 사방으로 느껴지는 봄의 향기는 은은하고 바람은 한없이 부드럽다. 벚나무 가지의 흔들림은 꽃망울이 터지기 전 꽃눈들의 작은 몸부림처럼 보인다. 드디어 봄이 왔으니 무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할 것만 같다.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의 일렁임이 느껴진다.

P&G의 래플리 회장은 CEO의 연봉이 높은 이유는 경청의 스트레스에 대한 보상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위로 올라갈수록 아랫사람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야 하는 괴로움이 만만치 않다는 말이다. 서로가 공감할 수 없는 대화를 계속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봄처럼 날마다 새로워지고 향기로운 사람을 만나고자 하지만 살면서 그럴 수만은 없는 일이다.

예로부터 사람을 군자君子와 소인小人으로 분류하여 인간으로서의 바른 길을 가르쳐왔다. 전국시대 말기의 사상가인 순자荀子는 다른 사람을 공경恭敬하는 데에는 원칙이 있는데 ‘어질고 덕이 있는 사람에게는 가족처럼 존경하고 존귀하게 공경해야 하고, 능력과 덕이 없는 사람은 조심스럽게 공경하되 멀리해야 한다.’ 고 했다. 소인배라 함은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요.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입힘으로서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자이며 세상의 크고 작은 이익을 주시하면서 남들보다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분주한 사람이다. 이러한 소인배를 대할 때는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예의를 지키면서 멀리하라는 말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지명 받은 장관 후보자들이 스스로 사퇴하거나 낙마하는 모습을 보면서 세간에 떠도는 말들에 대한 진위 여부가 논란이다. 인사검증시스템의 개선도 분명 필요해 보이지만 그에 앞서 우리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에게는 국민의 존경을 받을만한 사람이 정녕 드문 것인지 아쉬운 마음 금할 수 없다. 주변을 돌아보면 맡겨진바 작아 보이는 일에도 만족하고 주어진 일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나라 일을 책임지겠다고 자청하고 나선 분들 중에는 청렴하고 덕이 있어 존경받을만한 인물이 없는 것 같아서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정치인이나 연예인들 뿐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이나 비방이 난무하고 SNS를 통해 시시각각으로 퍼지고 있어 ‘루머천국’이라고 한다. 소문은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한 검증의 과정 없이 진폭이나 파장에 따라 진위를 판단하기 쉽다. 소문을 믿는 사람들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느냐?’는 생각을 하지만, 때로는 모든 일들이 그의 성공을 시기하거나 질투하여 비방하고 모략함으로 발생한 경우일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이 밝혀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된다. 심리적 불안에 당사자는 물론이고 가족들까지 트라우마를 겪게 되어 더욱 치명적이다.

후대에 성인으로 추앙받고 있는 사람들도 삶의 과정이 순탄하지 않아서 여러 차례 비난과 모함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친한 사람이 억울한 상황으로 곤경에 처했을 때 “아닙니다. 그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닙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를 그대로 믿고 여러 사람들 앞에서 사실을 밝히지 못한 채 한사람의 방관자였던 적은 없었는가 묻고 싶다.

세상에 무례함은 도처에 널려 있고 그들이 함부로 하는 말을 의연하게 넘겨받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사실 대단치 않은 비난이라면 인내심을 갖고 무관심한 척 버려두는 것도 필요하다. 소인배들이 꾸미는 일에 일일이 대응하기 보다는 잠시 자연을 찾아 크게 호흡하고 바람 한 번 더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절로 소멸되는 태풍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비에 얽혀 끝까지 옳고 그름을 가리고자 한다면 몸과 마음은 진실이 밝혀지기도 전에 피로하고 말 것이다. 할 수 있다면 옳다고 끝까지 주장하는 나를 버려보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조미애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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