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과 정신건강
우울증과 정신건강
  • 이상열
  • 승인 2013.03.2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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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살아가면서 종종 우울한 기분을 느끼곤 합니다. 어떻게 보면 우울감은 인간에게 보편적인 정서일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의 삶이 항상 최상의 상태만 유지하는 것이 아니고 필연적으로 굴곡이 있으며, 역경과 좌절 혹은 심한 스트레스와 상실로 채워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은 우리의 삶을 더욱 포괄적이고 다양하며 깊이 있게 만들기도 합니다. 때로는 우울감이 위대한 음악과 미술작품 혹은 시로 탄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대인의 정신건강에서 중요한 우울증은 우울감과 다릅니다. 우울감은 저조한 기분을 느끼는 감정으로 살다 보면 누구나 흔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각종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마음이 ‘우울하다, 울적하다.’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러한 느낌을 유발하는 것들은 시험, 승진, 실직, 대인관계갈등, 이혼, 사별, 질병 등 다양합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런 느낌이 일시적으로 슬프고 우울한 기분이 드는 것을 넘어서 수면이나 식사, 행동, 생각, 신체에까지 영향을 주게 되고, 결국 개인의 생활에 큰 지장을 주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이러한 상태를 ‘우울증’이라고 합니다.

우울증 증상이 있는 경우 먼저 전문기관에서 정확한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노력들도 필요합니다. 충분한 휴식, 규칙적 식사 등 규칙적 생활리듬을 회복하는 것, 과도한 긴장, 피로, 스트레스를 피하는 것, 40분 이상, 약간 땀이 배어나올 정도의 강도로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 스트레스나 고민거리가 있다면 당장 해결하려 하지 말고, 일단 그 문제에서 벗어나는 것, 가능한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평소 사이가 좋았던 친구나 가족의 도움을 요하는 것, 정기적인 정신치료와 인지행동치료와 같은 방법들을 통해 질병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처 방식을 습득하는 것 등, 스스로 조절하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우울하면 개인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 힘겨워집니다. 이럴 땐 가족과 친구 혹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중증의 우울증에는 항우울제로 치료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오늘날 항우울제는 선진국의 경우에 널리 쓰여 지고 있으며 우울증으로 인해 저하된 뇌기능을 회복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내가 우울하고 싶어서 우울증이 온 것이 아닌 것처럼, 우울증의 원인이 되는 감정과 연관된 신경전달물질 혹은 신경호르몬의 불균형 역시 내 의지대로 조절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분들이 약물치료와 정신치료를 통해서 완치되고 활기찬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살은 우울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것을 결정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고통스럽고 슬픈 일입니다. 얼마나 괴로웠으면, 얼마나 힘들었으면 죽음을 선택하게 되었을까 하는 동정 어린 시각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살은 우리 사회의 건강한 지표가 절대 아님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2012년도 전라북도 조사에서 평생 자살시도를 한번이라고 해본 적인 있다고 대답한 도민이 8%였고, 최근 1년 동안 자살시도를 해본 적이 있다고 대답한 도민이 3%였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전라북도 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 및 14개 시군구의 지역정신건강증진센터가 설립되어 있고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쉽게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신체건강을 위해서 걷고 달리며, 영양제를 챙겨 먹습니다. 그렇지만, 개인의 건강에서 절반을 훌쩍 넘는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관심도 시간도 투자하지 않습니다. 건강은 단순히 신체적 건강만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그리고 영적인 안녕감을 이루는 것입니다. 전라북도 도민 모두의 마음이 행복하고 건강한 새천년의 전라북도가 되기 위해서, 우리 모두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증진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도민 모두의 마음이 행복하고 건강한 전라북도는 우리나라 및 전 세계에서 가장 삶의 질이 높은 지역이 될 것입니다.

지금 우울하십니까? 그리고 죽음을 생각하고 계십니까? 1577-0199로 바로 전화 주십시오. 따뜻한 손길과 열려 있는 마음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상열<원광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道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 임상자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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