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경사가 우리 집 잔치?
옆집 경사가 우리 집 잔치?
  • 허남근
  • 승인 2013.03.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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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학창시절부터 공무원 스타일이다. 원칙적이고 마음이 따뜻하기 때문이다. 이 친구가 대학을 졸업하고 지방공무원이 되었다. 하고 싶은 일은 많고 해달라고 하는 민원이 끊이지 않는 공무원 자리에 앉은 것이다. 예산이 넉넉지 않은 현실 속에서 지역을 발전시켜보겠다며 늦은 밤까지 열심히 일하고 있는 성실한 친구이다.

어느 날 부터 이 친구는 풀이 죽어가기 시작했다. 매주 한번 씩 중앙정부에 예산을 타내러 출장을 다니고 있었단다. 가는데 3시간, 오는데 3시간, 중앙정부 담당자 기다리고 있는 대기시간이 2시간. 차례가 되면 중앙정부 담당자는 “서류 놓고 가세요”라며 돌아보지도 않는단다. 이렇게 하루에 8시간을 소비해가며 중앙정부를 다닌 지 어느덧 6개월째. 이 친구는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나면서부터 중앙정부 담당자가 멀리서부터 알아보기 시작했단다. 기다리는 대기시간이 2시간에서 20분으로 줄어들고 담당자가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오히려 커피까지 타주면서 “멀리서 오시느라 고생했다. 조금만 기다리라”는 말까지 들으니 기분이 좋아지더란다.

그렇게 고생한 결과 정치권의 힘을 빌리지 않고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 많은 예산을 타내는 인맥을 만들었다고 지금은 자랑 한다. 그 친구는 그때 의 인연으로 만난 중앙정부 담당자와도 안부전화를 하는 사이로 발전 하여 가끔씩은 소주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지난 2월 25일 취임한 새 정부를 보면서 그 친구가 떠오른다. ‘국민대통합’이라는 슬로건으로 당선 되었지만 첫 내각 인선을 지켜본 전북인의 한사람으로서 답답함을 느낀 것은 필자 뿐만은 아닐 것이다.

지난 1993년 출범한 '문민정부'인 김영삼 정부의 첫 내각에는 호남인사가 6명에 달했다. 이중에 전북출신은 3명이 포함되었다. 당시 무주 출신인 황인성 총리와 전주 출신인 허재영 건설부장관, 익산 출신인 김덕룡 정무1장관이 입각했다.

‘국민의 정부’인 김대중 대통령의 첫 조각에서 전북 출신은 단 한명도 없었다. 이기호 노동부장관(광주), 박태영 산업자원부장관(전남), 김성훈 농림부장관(전남), 박상천 법무부장관(전남), 천용택 국방부장관(전남)등 호남(광주전남) 출신 5명이 입각했다.

‘참여정부’인 노무현 대통령의 첫 조각에서는 호남출신 4명이 입각했고, 이중 남원 출신인 윤영관 외교통상부장관이 유일한 전북출신이다. 또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군산에 뿌리를 둔 고건 총리가 문민정부 총리(1997~1998년)에 이어 또 다시 총리에 발탁됐다.

이명박 정부의 첫 조각에서는 호남 출신 2명이 발탁됐는데 전북인은 고창 출신인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이 유일하다.

그리고 박근혜정부의 첫 조각에서는 새 정부의 국무위원 중 호남 출신은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과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두 명 뿐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호남 출신으로 분류된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고창)의 경우 전북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서울에서 태어나 엄밀히 따지면 전북 출신으로 보기도 어렵다. 또한 방하남 장관도 어렸을 때 완도를 떠나 서울생활을 했기 때문에 무늬만 호남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서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김영삼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5명의 대통령의 첫 내각에 진짜 전북출신은 5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고건총리를 포함하면 6명이다. 광주·전남출신을 내각에 포함하면서 ‘호남출신 입각’이라고 표현을 한다. 그리고 우리 전북은 마치 집안의 경사처럼 기뻐한다. ‘큰집’인지 ‘옆집’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남은 아니라는 ‘집안정서’를 만들어왔다. ‘옆집경사가 우리 집 잔치’ 효과를 만드는 것이다. 호남에서도 소외되어가는 ‘전북’의 설움과 아픔을 알아주는 이가 중앙에서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선거기간에 많은 국민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했던 ‘국민대탕평’이라는 구호가 현실 속에서 인정받는 정책으로 살아나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잘사는 고장 행복한 전북을 만들고자 6개월을 매주 8시간씩 왕복하면서 예산을 타낼려고 몸부림쳤던 그 친구와 막걸리 한잔 해야겠다.

허남근 / 전북불교발전협의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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